KBS가 연말연시 본부장부터 팀장에 이르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부사장 임명동의안이 이사회에서 부결되자 이례적으로 임원과 간부급 인사를 먼저 실시한 것이다. 그러나 부사장 인선이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어 ‘길환영호’의 새해 첫 출발이 순탄치만은 않다.
길환영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전임 이병순, 김인규 사장 시절 주요 인사들을 중용하고 실무형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대체적인 평가는 “그럭저럭 무난하다”는 편이지만, 일부 인사는 뒷말을 낳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이화섭 보도본부장의 중용이다. 길환영 사장은 콘텐츠본부장, 시청자본부장, 뉴미디어·테크놀로지본부장, 정책기획본부장 등 주요 본부장을 교체하면서 이화섭 본부장은 그대로 유임시켰다. 이 본부장은 임기 내내 편파방송, 불공정보도 논란을 부른 책임자 중 한 명으로 지난해 KBS 기자들의 제작거부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이 본부장 유임에 대해 “길환영 사장이 공정방송을 할 의지가 없다는 신호”라며 즉각 교체를 요구했다.
MB 라디오 주례연설 방송을 강행해 ‘관제’ 논란을 샀던 변석찬 라디오센터장의 유임도 입길에 올랐다. 방송협회 사무처장 재직 당시 부적절한 출장비 집행으로 내부 감사까지 받았던 이정옥 글로벌센터장의 임명 역시 ‘능력 위주’의 인사 원칙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부사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이번 인사가 사장에 의해 독단적으로 이뤄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KBS노동조합(1노조)은 이를 “불통인사 밀실인사”라고 비판하며 인사검증시스템 개선을 촉구했다.
길 사장의 첫 번째 인사였던 ‘고대영 부사장 카드’가 좌초된 이후 부사장 인선은 난항을 겪고 있다. 이미 해를 넘긴 부사장 인선이 다음 달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홍식 KBS 홍보실장은 “부사장 임명과 관련해 아직 이사회 일정이 정해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남철우 새노조 홍보국장은 “사상 초유의 부사장 임명동의안 부결 이후 이길영 이사장과 길환영 사장이 대립하고 있다”며 “이사회와 교감할 수 있는 부사장 후보를 추천하기 위해선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