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의 방송정책에 구체성과 미래 비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두 후보 모두 미디어융합시대에 걸맞는 정책 목표가 부재하고 박근혜 후보측의 경우 '탁상공론', 문재인 후보측은 '공급자 중심의 시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지난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대선방송 긴급 진단 세미나-차기정부의 방송정책을 논한다’에서 참석자들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측의 미디어정책 발제를 듣고 한목소리로 양 후보의 미디어정책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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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대선방송 긴급진단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 ||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두 후보의 공약에 공통적으로 방송의 공공성 확보와 공정경쟁 촉진이 들어있다는 점은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구조적ㆍ태생적ㆍ역사적으로 국내 방송시장의 문제점들이 복잡하게 응축돼 있는 상태에서 현재 공약에는 종합적인 정책 방안과 해결책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디지털 시대에 지향해야 하는 방송정책의 방향이나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대응한 방송시장의 미래 지향적인 비전이 공약에 제시되지 않은 점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MBC 사태에 대한 거론도 전혀 없고 방송분야 및 정책은 큰 관심이 되지 않는 것 같다”며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교정하겠다고 하는데 형식적인 제도만 고치겠다는 것은 무책임하고 믿을 수 없다”며 “양 캠프에서 생각하는 미디어융합시대의 미디어 목표와 실천방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도 “양 캠프에서 제시하고 있는 방송 정책 자체가 만족스럽지 않다”며 “폭풍 전야의 미디어 환경 변화에서 방송에 대한 철학과 정책이 부재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새누리당은 탁상공론으로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검토’하고 있다는 태도인데 과연 대선 주자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며 “MBC의 지배구조 개선, 정수장학회 문제, 수신료 문제 등 어떻게 할 것인지 답을 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 “민주통합당은 무슨 위원회를 이렇게 많이 만들겠다는 것인지 여전히 이용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양쪽 모두 환골탈태해 구체적인 정책 제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정부의 언론장악 문제와 방송정책 상실도 비판 대상이었다. 이재강 한국방송기자연합회 회장은 “지난 5년은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무도한 권력의 방송 장악시대였고 방송은 정권의 치적에 홍보도구화가 됐다”며 “통제와 억압으로 굴절되고 잘못된 방송 저널리즘을 바로 세우고 원상회복하는 것도 시급하지만 그에 앞서 해고자의 복직과 징계 무효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상호 방송협회 연구위원은 “방송통신융합시대라고 표현하면서 방통위가 총괄기구로 출범했는데 실현 불가능한 구호만 내세웠을 뿐 청사진이 없었다”며 “현 정부에서는 방송 관련 논쟁과 갈등만 고조되면서 방송정책이나 미디어 복지에 대한 논의가 잠식됐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방송통신의 경계가 없어진다 해도 아날로그 시대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 부분은 디지털 시대에도 동등하게 발현되어야한다”고 밝혔다.
이만제 원광대 교수도 “방송의 미래 정책에 대한 방향이 양 캠프 모두 분명하지 않다”며 “디지털 전환 정책 마무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와 시장에서 어떻게 서비스를 구현할 것인지 분명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방통송신이 융합되고 스마트미디어 환경이 조성되면서 방송이 통신이나 ICT의 일부로 여겨지는 오해들이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 팽배해 있는 듯하다”며 “방송의 독립적인 정책 수립과 시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서미경 새누리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ICT 정책 안에서 방송정책을 고려했다”며 “방송의 공공성과 산업성을 동시에 추진해 미디어 산업의 핵심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서 위원은 박 후보가 지난 10월 30일 직접 발표한 말을 인용해 “지배구조 개선을 논의할 공론의 장을 마련해 그 결과를 받아들여 실천하겠다”며 “사회적 다원성을 균형 있게 반영할 수 있도록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을 개편하고 사장 선출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방송법, IPTV법, 통신관련법령 등으로 분리돼 있는 방송통신 법체계를 개정해 통합방송법을 만들고 합리화 하겠다”고 말했다.
고삼석 문재인후보 IT 미디어정책자문단 간사는 “이명박 정부는 언론의 공공성을 파괴시키고 미디어 시장을 와해시켰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의 공공성과 자유 회복, 공영방송의 정상화”라며 “문 후보는 현 정부의 언론 정책으로 민주주의가 후퇴되고 있다는 데 대한 반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 간사는 해직ㆍ징계 받은 언론인의 원상회복을 약속하며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해 소통과 공감이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며 “양 후보가 공공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지만 진정성 있는 공약과 진정성 없는 공약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