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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망쳤다" 눈물 흘린 KBS

이사회·사장, 대선 검증 프로 개입…KBS 기자협회 제작거부 결의

김고은 기자  2012.12.12 13: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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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와 KBS 기자협회, PD협회가 지난 6일 KBS 이사회와 경영진의 대선 보도 개입과 제작 자율성 침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언론노조 제공)  
 
대선이 임박하면서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검증을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공영방송 KBS에서 포착되고 있다. 대선 후보 검증 프로그램의 불방 파문에 이어 KBS 이사회의 노골적인 방송 개입으로 보도책임자가 사퇴하는 지경에 이르자 기자협회는 제작거부를 결의했고, PD협회는 ‘이사회 해체’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KBS 기자협회는 지난 6일 긴급 기자총회를 열고 ‘대선 공정방송 수호를 위한 제작거부’를 의결했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기자들이 제작거부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한 것은 대선후보진실검증단에 대한 KBS 이사회의 간섭과 그로 인한 김진석 검증단장의 보직 사퇴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KBS 이사회 여당 이사들은 지난 5일 정기 이사회에서 4일 방송된 대선 후보 검증 프로그램 ‘2012 대선 후보를 말한다’에 대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불리한 편파방송이었다고 주장하며 효과음악이나 재연영상의 문제까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길환영 사장은 “게이트키핑에 문제가 있었다”, “재발방지에 힘쓰겠다”며 사실상 김진석 단장에게 책임을 묻는 발언을 했고, 김 단장은 6일 사의를 표명했다. 대선후보진실검증단은 사실상 해체 위기에 놓였다.

이번 사태는 그동안 일상적으로 이뤄진 제작 자율성 침해와 대선 불공정 보도에 대한 누적된 불만을 폭발시켰다. 지난 6일 기자총회에선 이사회와 경영진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굴욕적”이라며 눈물을 흘린 기자들도 있었다. 함철 기자협회장은 “대선 방송을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이번 사건으로 본격화됐다. 이대로라면 대선 보도를 아무 것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며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제작거부는 외길 수순”이라고 말했다.

끓어오른 것은 기자들만이 아니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공정방송 파괴행위이자 명백한 선거개입”이라며 길환영 사장 퇴진을 촉구했다.  KBS 경영협회, 기술협회, 아나운서협회 등 13개 직능단체들도 공동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을 망치는 이 같은 작태를 두고 볼 수 없다”며 KBS 이사회 해체를 주장했다.

KBS PD협회는 11일 ‘이사회의 부당한 제작자율성 침해와 독립성 훼손’을 의제로 비상 총회를 열고 기자협회의 투쟁에 적극 동참하는 한편, 이사회 해체를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할 것을 결의했다. PD협회는 이날 결의문을 통해 “현 상황을 공영 방송의 근간을 흔드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한다”며 “이사회와 사측이 이번 일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제작거부를 포함한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부당한 제작 간섭에 대한 사장과 이사회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김진석 단장의 원직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기자협회는 당초 11일 오후 6시까지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즉각 비대위를 열어 제작거부 돌입 시기를 정할 방침이었으나, 이사회가 이를 만류하면서 잠정 보류된 상태다. 이사회는 12일 이사회에서 기자협회 등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요구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KBS 관계자에 따르면 길환영 사장도 13일께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 표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길 사장은 지난 7일 대선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사전 심의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이사들의 의견이 부당하고 편성과 제작의 자율성을 해치는 것이라면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함철 기자협회장은 “일단 이사회와 사장의 입장 표명을 기다려 보고 제작거부 돌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KBS 기자협회와 PD협회는 12일 이사회 해체를 촉구하는 공동 서명 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