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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시사프로 대선이슈 실종

2007년 대선 대비 보도 분량 급격한 감소세
"프로그램 축소·폐지로 보도 역량 훼손 심각"

김고은 기자  2012.12.05 13: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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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년 대선 당시 방송돼 호평을 받았던 KBS 시사기획 쌈의 '대선후보를 말한다-무신불립' 편의 한 장면.  
 
지상파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에서 대선 관련 이슈가 자취를 감춰버렸다. 대선이 2주 앞으로 바짝 다가왔지만 지상파 방송 시사프로그램의 대선 보도는 거의 실종된 수준이다.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 방송 뉴스와 비교해도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KBS와 MBC 등에서 자행된 시사프로그램 폐지와 축소, 관련 부서의 해체 작업이 대선 국면에서 전대미문의 의제 실종 사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본보가 지난 11월1일부터 12월4일까지 지상파 방송 3사 시사프로그램의 대선 관련 보도를 점검한 결과, 2007년에 비해서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대선을 다룬 시사프로그램(토론프로그램 제외)은 KBS ‘취재파일 4321’, ‘미디어비평’, ‘시사기획 창’, MBC ‘시사매거진 2580’ 등 4편뿐이었다. ‘미디어비평’이 대선 보도 점검을 3차례 내보냈으니, 꼭지수로 따져도 6건에 불과하다. SBS는 아예 대선을 다룬 시사프로그램이 없었다. 10월까지 범위를 확대해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MBC ‘시사매거진 2580’이 두 차례, ‘KBS스페셜’과 ‘미디어비평’이 각각 한 차례씩 더 다뤘을 뿐이다.



5년 전 대선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현격하다. 당시에도 시사프로그램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올해와 비교하면 상황은 훨씬 더 나았다.



지난 2007년 12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표한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해 11월1일부터 12월9일까지 40여 일간 방송된 대선 관련 시사프로그램은 총 10편. 방송 횟수는 2배가 넘는다. 당시 KBS 시사프로그램의 대선 관련 방송 비율은 50%를 훌쩍 넘었고 MBC도 30%에 달했다.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은 총 21회 방송에서 매일 대선 관련 이슈를 다뤘고 ‘미디어포커스’와 ‘취재파일4321’도 3~4차례 대선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MBC ‘PD수첩’과 ‘시사매거진2580’도 총 5회 방송에서 대선 보도가 3회를 차지했다.



알찬 내용도 많았다. ‘시사투나잇’과 ‘PD수첩’은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을 집중적으로 다뤄 차별성을 보였고 ‘미디어포커스’는 선거법 개정의 필요성이나 여론조사의 함정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특히 ‘시사기획 쌈’의 ‘대선 후보를 말한다-무신불립’편은 후보자의 도덕성을 집요하게 검증, 공영방송의 역할을 새삼 환기시킨 탁월한 프로그램이었다. ‘무신불립’편은 한국기자협회가 수여하는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반면 이번 대선과 관련한 시사프로그램에선 비판과 검증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야권 후보 단일화 상황을 스트레이트 형식으로 보도하거나 각계각층의 의견을 청취하는 내용으로 ‘민심’을 전하는 수준에 그쳤다.
투표시간 연장 논의나 실종된 대선 후보 토론 등 선거 관련 이슈를 다룬 방송도 ‘시사매거진2580’과 ‘미디어비평’ 각 한 차례씩에 불과했다. KBS ‘시사기획 창’이 방송 보류 파문 끝에 4일과 11일 대선 후보 정책과 캠프 관련 인사 검증 보도를 내보내고, ‘추적60분’ 역시 5일과 12일 정책 검증 아이템을 방송할 예정이지만 2007년과 같은 날카로운 검증의 칼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선거 국면에서 시사프로그램의 ‘집단 침묵’ 현상은 비단 이번 대선만이 아니다. 지난 4월 총선에서도 시사프로그램의 역할은 미비했다.



이는 현 정권 출범 이후 KBS, MBC를 중심으로 진행돼 온 권력 비판 프로그램 축소 작업과 무관하지 않다. MBC ‘후플러스’가 폐지됐고 ‘PD수첩’은 지난 1월17일 방송 이후 11개월째 결방 중이다. KBS는 정연주 전 사장이 강제 해임되고 이병순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시사투나잇’이 폐지되고 탐사보도팀은 해체됐다.



함철 KBS 기자협회장은 “과거 탐사보도팀 때 축적해둔 자료가 다 없어졌다. 지금의 탐사보도팀과 대선후보진실검증단은 출범한 지 3~4개월밖에 되지 않아 (검증보도를) 하고 싶어도 한계가 있다”며 “5년 만에 이렇게 망가져버린 것”이라고 한탄했다.



KBS PD협회 나원식 부회장도 “시사프로그램이 거의 없으니 방송할 틀 자체가 없다”고 토로했다. 나원식 PD는 “그동안 시사프로그램 폐지, ‘추적60분’ 4대강 편 불방사태, 각종 관제특집방송 등 콘텐츠본부의 제작 자율성과 공정성 침해가 극에 달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이 이번 대선 방송의 문제점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시사프로그램의 ‘직무유기’는 곧 시청자 피해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시사적인 이슈인 대선을 시사프로그램에서 다루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지상파 방송이 시청자인 동시에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다양한 선택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KBS와 MBC가 정권에 의해 장악되며 언론이 위축된 상황이어서 조금이라도 민감한 이슈는 아예 피해가려고 하는 것 같다”며 “이번 대선에서 공영방송의 선거보도는 낙제점에 가깝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