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논란 속에 30일 EBS 사장에 공식 취임한 신용섭 신임 사장이 노조와의 첫 대면에서 일단 대화 의지를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EBS지부는 이날 ‘임단협 승리 쟁취 및 낙하산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선언하며 사장 출근 저지에 나섰으나 신 사장이 노조와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양측의 첫 대면은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신용섭 사장은 이날 오전 10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임명장을 받고 오전 11시48분 서울 도곡동 EBS 본사로 출근했다. 에쿠스 차량에서 내린 뒤 이명구 부사장의 안내에 따라 간부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신 사장은 정문 현관으로 진입을 시도했으나 노조원 100여명의 출근 저지에 가로막혔다.
노조원들이 “신용섭은 물러가라”라고 구호를 외치는 가운데 “돌아가라”는 류성우 지부장과 “들어가서 대화하자”는 신 사장을 수행하는 이명구 부사장 간의 실랑이가 이어졌다. 류 지부장은 신 사장을 향해 “EBS가 방통위의 인사적재를 해소하는 해우소냐”며 “공영방송 종사자로서 굴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6년엔 사추위에 사원 대표가 참여했고, 2009년엔 사장 면접 과정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했는데 이번엔 철저한 밀실 인사였다”며 “정당성을 확보하고 당당하게 들어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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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조의 출근 저지에 가로막힌 신용섭 EBS 신임 사장(맨 오른쪽)이 노조의 요구를 듣고 있다. | ||
5분가량 노조와 실랑이를 벌인 신 사장은 오전 11시55분 에쿠스 차량을 타고 돌아갔다.
류성우 지부장은 “여전히 참담한 심정”이라면서도 “사장과의 대화 여부와 방식을 열린 자세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류 지부장은 “신임 사장의 사업계획, 경영 비전, 제작 자율성 확보 의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며 “지난 2009년 곽덕훈 사장이 EBS 공개홀에서 전 직원을 상대로 비전 설명회를 열었는데, 그와 같은 방식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EBS노조는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가면서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사장 자질 검증 방식과 대화 여부를 함께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신 사장이 함량 미달의 인사로 판단되거나 제작 자율성 보장에 대한 의지를 밝히지 않을 경우 다음달 7일 제작부서 위주 부분 파업으로 시작해 14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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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BS노조가 30일 오전 10시 서울 도곡동 본사 1층 로비에서 ‘임단협 승리 쟁취 및 낙하산 사장 저지’ 총파업 출정식을 가졌다. | ||
류성우 지부장은 이날 투쟁사를 통해 “방통위 밀실에서 비밀리에 선정된 신용섭 씨의 자질을 검증하지 않고서는 그를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제작 자율성을 담보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고 재정적으로 열악한 EBS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 전체 조합원이 납득할 수 있는 분명한 소신을 제시하기 전에는 EBS에 한 발짝도 들여놓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 지부장은 다만 이번 사장 저지 투쟁이 신용섭 사장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 투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 시점에서 현행법에 의해 선임된 사장을 무조건 인정하지 않고 전면 거부하는 투쟁을 전개하는 것은 당장 출구를 찾기 힘들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의 상당한 희생이 불가피하다”며 “금번 사장 저지 투쟁은 조건부로 전개하되 신씨가 공영방송 EBS를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는지를 철저히 검증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류 지부장은 이어 “현행법에는 공영방송 EBS를 정부 행정기구인 방통위에 완전히 종속시키는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다”며 “이러한 치욕적 상황을 타파하고 ‘방통위로부터 EBS의 완전한 독립’을 위해 총파업 이후에도 국회를 통한 공사법 개정 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