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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환영 KBS 사장 '기습' 취임

공식임기 시작 전 앞당겨…양대 노조 반발 따돌려

김고은 기자  2012.11.23 17: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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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환영 KBS 신임 사장이 공식 임기가 시작되기도 전인 23일 기습 취임식을 가졌다. 길 사장은 이날 오후 3시 여의도 본관 TV공개홀에서 취임식을 열고 제20대 KBS 사장으로서 3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도둑 취임식”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초 KBS는 26일 취임식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일정을 사흘 앞당겨 이날 오후 취임식을 강행했다. 김인규 사장이 퇴임식을 마친 지 4시간 만이었다. KBS 홍보실은 취임식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대선을 앞두고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공영방송에 업무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취임식을) 앞당겨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양 노조의 ‘출근저지’를 의식한 것이라는 의혹이 나온다. 결국 노조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공식 임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취임식을 강행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한 것이다.



   
 
  ▲ KBS 양대 노조 조합원들이 길환영 사장 취임식장에 진입하기 위해 안전관리요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취임식 소식이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알려진 것은 이날 오전 11시59분. 26일 취임식을 예상하고 출근저지투쟁을 계획했던 KBS 양대 노조로선 허를 찔린 셈이었다. 기습적인 취임식을 저지하기 위해 양 노조는 전 조합원 비상소집 명령을 내렸지만 취임식이 열리는 여의도 본관 2층에 모여든 조합원들은 50~60여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오후 2시 민주광장에 모여 “출근길이 무섭더냐 ,기습 취임 웬말이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가진 뒤 오후 2시 55분부터 본관 진입을 시도했다. 이미 본관과 신관을 연결하는 통로와 엘리베이터 입구 등 취임식이 열리는 TV공개홀 주변의 모든 진입로가 철문으로 봉쇄된 상황이었다.

본관 출입문을 통과하려는 양 노조의 60여 조합원들을 40여명의 KBS 안전관리요원들이 막아섰다. 조합원들은 “길환영 나와라. 도둑 취임 하고 싶나?” “우리는 사원인데 왜 막냐”라고 강하게 항의하며 청경들을 밀어붙였으나 역부족이었다.

한 조합원은 “취임식에 참석하라고 방송해놓고 왜 못 들어가게 하냐”고 따졌고, 또 다른 조합원은 “사장이 들어올 때마다 이런 꼴을 안 보이는 적이 없구나”라며 혀를 찼다.

오후 2시55분쯤. 길환영 사장이 임원들과 비서진의 경호를 받으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취임식장으로 향했다. 몸싸움을 벌이던 조합원들은 일제히 야유를 보내며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오후 2시58분, 취임식이 사내망을 통해 TV로 중계됐다. 그제야 양 노조는 안전관리요원들과의 대치를 풀고 정리 집회를 가졌다. 20여 분간의 충돌 끝에 한 조합원의 외투가 20센티미터 이상 뜯어지고 안전관리요원의 외투에 달린 모자가 떨어져 나가기도 했으나 큰 피해는 없었다.


   
 
  ▲ 길환영 KBS 신임 사장이 23일 노조의 반발 속에 기습적으로 취임식을 열었다. (사진=KBS)  
 
한편 이날 취임식은 같은 날 오전 김인규 사장 퇴임식에 이어 황수경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됐다. 길환영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내부의 대통합과 노사 상생의 관계”를 강조했다. 길 사장은 “이번 사장후보 선임과정에서 노조와 다소의 불협화음도 있었지만 노사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상대의 의견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노사문화 정착이 정말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노사관계의 새 출발과 대화합을 위해 필요하다면 과거 10여 년간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던 특별대사면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방송의 공정성과 제작자율성 보장을 위해 노조 등이 요구하고 있는 국장책임제와 관련해서는 “전체 구성원이 의견을 모은다면 제작과 보도의 자율성과 공정성을 위해서 회사의 인사권과 경영권이 훼손되지 않고 양측이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함께 찾을 용의가 있다”면서 “시기와 방법 등 구체적인 논의는 TF팀을 구성해서 담당토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