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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고 까칠한 유럽의 시민토론회

김태형 기자의 유럽 돌아보기 <1>

김태형 KBS 기자  2012.11.21 15: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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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형 KBS 기자  
 
김태형 KBS 기자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유럽저널리즘센터의 언론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해 두 달 일정으로 벨기에 등 유럽 현지에 체류 중이다. 본보는 김 기자의 유럽 방문기를 3회에 걸쳐 싣는다.


“수백만 유로에 이르는 맥주 회사 주식을 갖고 있는 유럽연합 의원이 맥주 업계의 규제를 푸는 입법 활동에 참여합니다. 이게 올바른 일입니까?”

“의원들이 이곳저곳 출장 갈 때 비행기 자주 타죠. 이른바 초청 형식으로 가면 퍼스트 클래스를 타고 갈 때도 있는데 이런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까?”

“고마움의 표시로 전하는 선물, 물론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돈 100 유로 때문에 부정부패가 시작될 수 있는 겁니다. 제 말이 틀렸나요?”

시민단체 사람이 목청을 높인다. 지난 16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 시민단체인 ‘지구의 친구들 유럽지부’(Friends of the Earth Europe) 등이 마련한 시민토론회장은 시작부터 갖가지 질문이 쏟아졌고 이 자리에 참석한 유럽의회 부의장 두 명은 해명과 설명을 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브뤼셀 도심에 있는 인터내셔널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의 제목은 ‘유럽 시민들이 브뤼셀에 원하는 것:참여와 윤리, 투명성’. 제목에서 드러나듯 토론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유럽의회가 너무 관료화 돼 시민이 참여할 길도 부족하고 윤리 의식도 높지 않을 뿐더러 투명성까지 떨어진다는 지적을 쉼 없이 제기했다.

특히 지구의 친구들은 지난해 3월 일부 유럽의회 의원들이 법률 개정안을 제출해주겠다면서 현금을 받다가 적발됐고, 이 사건을 계기로 의원 윤리헌장이 제정됐는데도 답답한 현실은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지구의 친구들은 유럽의회의 수많은 문서를 조사한 결과 한 의원은 의원이 되기 전 직업을 도무지 알기 어려운 ‘우주의 마스터’ (Master of the Universe)라고 기록해 놓은 경우도 있었다면서 의원들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윤리헌장도 의미가 없다고 성토했다.

브뤼셀의 인터내셔널 프레스센터에서는 이 같은 토론회가 수시로 열린다. 토론회가 한 번 열리면 기자와 교수, 연구원, 기업인, 시민단체 회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석한다. 기자들은 자신이 패널이 아니더라도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자유롭게 발언하는데 기자들 또한 거침없고 까칠하다.

27개 나라, 754명의 의원들로 구성된 유럽의회, 규모가 큰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그래서 늘 비판의 화살이 꽂힌다. 하지만 한국국회가 유럽의회보다 청렴하고 투명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늦지 않았다. 유럽의회도 문제가 터질 때마다 수리를 하고 보수를 하면서 더 나은 제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시민들이 벌여놓은 판에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와야 한다. 그래서 거침없고 까칠한 질문에 성실하게 답을 해야 한다. 시설만 놓고 보면 한국의 프레스센터가 브뤼셀의 인터내셔널 프레스센터보다 결코 못하지 않다.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도 시민토론회가 수시로 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