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협동조합기본법이 오는 12월부터 발효된다. 이에 따라 5명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1주 1표’가 아닌 ‘1인 1표’의 민주적 의사결정, 이윤확대가 목적이 아닌 ‘비영리적 공동체’로 표현되는 협동조합은 시장의 한계를 뛰어넘는 ‘제3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 ‘협동조합 언론사’의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서서히 커지고 있다. 특히 대기업 광고에 저널리즘이 잠식되고 있는 언론계의 현실에서 협동조합 언론사가 대안이라는 의견도 조심스레 제시되고 있다. 협동조합 언론사의 사례는 국내외에서 적지않게 발견된다.
선진국의 협동조합형 언론사의 대표격으로 AP통신이 꼽힌다. AP통신은 미국내 1400여개의 신문, 잡지, 방송사가 회원으로 참여해 공동의 뉴스 수집 및 전송을 위해 각각의 규모에 따라 경비를 분담하고 있다.
AP통신은 1848년 6개의 뉴욕신문사들이 협동조합 형태로 설립했다. 애초 ‘항구뉴스협회’로 시작했다가 1900년 뉴욕주의 ‘회원제 법인법’에 따라 비영리 협동조합이 됐으며 AP로 개칭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AP의 이사회는 회원사들이 선출한다. 이 이사회에서 과반수 투표로 2년 임기 이사 4명을 선출하며 회장이 경영권을 부여받는다.
일본의 교도통신도 협동조합 회사다. 1945년 문을 닫은 도에이통신이 전신으로 신문사들이 출자해 비영리 협동조합 형태로 살려냈다.
전문가들은 통신사의 경우 가장 협동조합화가 용이한 매체형태라고 평가한다. 다수의 언론사들이 비용과 인력이 많이 소요되는 공동취재, 해외취재를 공동 출자한 협동조합 설립으로 해결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경제적인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한겨레가 협동조합에 가장 근접한 언론사로 평가된다. 한겨레는 1988년 7만명의 주주로 이뤄진 국민주 신문으로 출범했으나 당시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과 법·제도가 전무한 시절이어서 주식회사의 형태를 채택했다. 그러나 설립 정신이 상업적 이윤보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종속되지않는 독립정론지를 추구했기 때문에 협동조합의 이념에 가장 합치된다.
현재도 협동조합의 기본원칙인 ‘1인 1표’ 형식으로 회사가 운영되나 권리가 500여명의 직원들에게 사실상 위임돼 있다는 한계가 있다. ‘독립정론’이라는 설립 정신을 힘겹게 지켜가고 있으나 상업적 주식회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모순도 존재한다.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계획 폭로로 소유구조 개편 논란에 휩싸인 MBC도 협동조합 형태를 통한 ‘사회적 기업화’로 정권 때마다 제기되는 ‘사영화 논란’에서 벗어나 공영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언론학계 일각에서는 MBC 본사 및 지역MBC 직원들로 구성된 노동자 협동조합의 설립과 이 법인을 통한 MBC 인수·합병을 통해 MBC의 사회적 기업화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차적으로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MBC 사원 협동조합을 설립하면서 방송작가, 연예인 등 MBC 관련 종사자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조합원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 협동조합의 출자금을 기본으로 협동조합의 금융기관 차입금 등을 마련해 여러 경로를 거쳐 MBC을 인수하거나 합병하는 것도 검토될 수 있다는 방안이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막대한 자금규모다. 결국 협동조합이 금융기관과 정부 기금으로부터의 차입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한다. 상위 협동조합을 참여시키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유구조는 공영적이고 재원은 민영적인 현 체제의 장점 이외 대안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다수인 현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협동조합 언론사의 강점은 저널리즘 수호에 있다는 데에는 의견이 다르지 않다. 어떠한 형태의 언론사든 주식회사 형태를 띠는 한 수익성을 무시할 수 없고 거대 광고주의 압력에 저널리즘이 약화되는 악순환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비해 협동조합 언론사는 출자자들이 주인이 돼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경영 위기시 재원 확충 방안 등을 자발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주식회사의 복잡한 증자 절차보다 협동조합의 출자금 확보가 더 용이하다는 점도 부각된다. 협동조합 신문사가 설립되면 출자자들이 광범위하게 유료 독자로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7만명 주주를 보유한 한겨레가 실질적 협동조합으로 탈바꿈할 경우 유료독자도 훨씬 배가될 수 있으리란 전망도 있다.
한국 언론의 고민 중 하나인 ‘콘텐츠 제값 받기’에도 협동조합형 모델이 참고가 될 여지도 있다. 일본 언론이 포털에 종속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신문사들이 공동 출자한 협동조합형 언론사인 교도통신의 존재 탓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일본은 통신사가 전체 미디어계의 이익을 위해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지 않기 때문에 뉴스 콘텐츠의 가치가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외의 협동조합 사례를 취재해온 김현대 한겨레 기자는 “출자 조합원들의 공통된 가치를 명시한 바탕에서 언론사가 운영된다면 언론 본연의 역할인 저널리즘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언론사가 주식회사 형태가 유일한 방안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