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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같은 나라, 중국을 엿보다"

[중국 전문기자 과정 연수기]정경진 뉴스토마토 기자

정경진 뉴스토마토 기자  2012.11.14 14: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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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경진 뉴스토마토 기자  
 
일반적으로 서로 의미가 다른 단어를 한 문장에서 사용하는 것은 어색한 법이다. 그래서 길고도 짧다거나 높으면서 낮다는 표현은 수수께끼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반된 두 가지 말을 한꺼번에 사용해도 이상하게 들리거나 틀렸다고 말할 수 없는 곳이 있다. 지난 1주일간 겪은 중국이란 나라가 그랬다.

한국기자협회 중국전문기자 연수단의 일원으로 베이징수도공항에 도착한 지난 4일. 세계 인구의 5분의1을 차지하는 거대한 나라 중국의 심장부는 짙은 먹구름과 겨울비 속에 그 형체를 감추고 있었다.

베이징에 도착하기에 앞서 1주일 간 한국기자협회와 고려대 중국학연구소가 공동으로 마련한 중국 전문기자 양성교육이 진행됐다. 국내 학계와 언론계를 아우르는 전문가들의 강연을 통해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이 이뤄졌다. 연수단의 베이징 방문은 국내에서 시작된 교육 프로그램의 연장선이자 중국을 좀 더 현실감 있고 깊게 이해하기 위한 현장 체험 성격이었다.

연수 참가자들의 중국에 대한 경험과 이해도는 저마다 달랐다.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거나 어학연수를 한 기자가 있는가 하면 중국이나 중국어에 대한 배움이 거의 없는 기자도 있었다. 하지만 기자들 모두의 공통된 목적은 구름 속에 가려진 베이징처럼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고 그만큼 쉽게 정의하기도 힘든 중국이란 나라에 좀 더 다가서는 것이었다.

중국 공산당 지도자 마오쩌둥이 국공내전을 승리한 뒤 1949년 10월1일 세운 중화인민공화국은 건국 60년여 만에 미국과 함께 명실상부한 ‘세계의 2강’으로서 지위를 굳혔다. 더 이상 19세기 서구열강에 의해 유린당했던 무능한 청나라를 기억하며 중국을 무시하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런데도 중국은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인터넷 사용자 5억3800만명, 스마트폰 사용자가 2억9000만명에 달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인터넷 통제국이다. 중국에서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이용하려면 접속차단을 우회하기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Weibo)는 현지의 그 어떤 유수한 매체보다도 영향력이 큰 대표적인 소통 창구이지만 중국 공산당과 관련된 검색어는 차단돼 있다.

외국인은 개방된 중국의 어느 곳이라도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지만 때로는 과도하게 느껴지는 철저한 통제를 경험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움츠러들게 된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8일 개막한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베이징 택시의 뒷자리 창문 개폐장치를 모두 제거하도록 했다. 반체제 인사들이 반정부 유인물을 거리에 살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마찬가지 이유로 칼이나 무선조종 비행기, 심지어 애완동물로 키우는 비둘기조차 판매를 제한했다. 지하철 승객이 지닌 물병 하나까지도 살피고 나서야 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다.

자유를 주면서도 그 자유를 검열하는 나라. 개방과 개혁을 내세우면서도 무자비한 통제와 검열을 당연시하는 곳. 도심에서는 최고급 승용차들이 교통체증을 유발할 정도로 부유한 이들이 넘치지만 신호등조차 지키지 않는 무질서한 사람들.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중국인들. 현지에서 만난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식 사고방식을 배우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진곤 주중한국문화원장은 “중국의 관시(인간관계나 인맥을 의미하는 중국어)는 한국식 혈연·지연주의나 온정주의와 다르다”며 “관시는 오랫동안 상대방에게 지속적으로 투자해 내 사람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에서 합리주의와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조평규 옌다(燕達)그룹 수석부회장은 “중국의 부자는 1만원짜리 신발을 신고 돌아다니면서도 6억원짜리 외제차를 거리낌 없이 사들인다”며 “밖으로 드러난 것만으로 중국인을 예단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던 지난 11일, 베이징공항은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세찬 바람이 불었지만 구름은 많지 않았다. 이륙한 비행기 창문 밖에 펼쳐진 베이징은 중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담은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켰다. 수묵화 속의 사물이 작아질수록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은 진짜 중국이 아닐 것이라는 느낌은 갈수록 커지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