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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철 한겨레 정치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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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토론회가 요즘 유행하는 말로 ‘없어도 너~무’ 없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당내 후보 경선 때 몇차례 했을 뿐 정작 본선 경쟁이 시작된 이후로는 대선후보 토론회가 종적을 감췄다. 과거 대선 때마다 봇물 터지듯 열렸던 공중파 방송의 심야토론뿐 아니라 한국기자협회 등 각종 언론단체나 시민단체의 초청 토론회도 아직 없다.
1997년 15대 대선 때 후보 토론회가 도입되고 난 뒤에 올해처럼 후보들의 토론 모습을 구경하기가 힘든 적은 없었다. 2002년 16대 대선의 경우 대선후보 토론회는 모두 83차례 열렸다. 17대 대선이 치러진 2007년에도 모두 44차례(선관위 주최 토론 3회 별도) 열렸으며, 이맘때쯤 각 후보들은 한국교총 초청 토론과 관훈토론 등에 벌써 참석했다. 이번에는 각 정당 내부 경선 때 열린 4차례가 전부다. 아직 40여일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17대 때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토론 대신에 후보들은 재래시장을 방문하랴, 이익단체들을 쫓아다니랴 나름대로 바쁘다. 후보들이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듣는 것도 의미가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런 행사는 아무래도 사진찍기용이거나 일방적 홍보에 그치기가 일쑤이다. 행차 이전에 선거 캠프에서 미리 만날 사람과 할 얘기까지 대부분 다 정해놓으니 후보로서는 아주 편하다.
하지만 유권자로서는 불편하다. 기껏해야 후보가 시장에서 어묵을 사먹거나 경로당에서 공손히 무릎 꿇은 모습 등 일방적인 홍보 이미지만 얻을 뿐 후보자에 관한 고급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누가 5년간 나라를 맡을 적임자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상호 비교하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 후보를 한명씩 차례로 불러 그의 정책과 철학 등을 따져 보거나(좌담), 두 명 이상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묻고 답하는(토론) 과정이 필수적이다. 공직선거법에서 대통령 선거의 경우 대담이나 좌담, 토론을 선거일 1년 전부터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그만큼 대선후보에 대한 검증을 철저하고 깊이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재 후보 토론이 성사되지 않고 있는 주요 이유는 유력 후보 세 명의 소극적인 태도 탓이다. 한국기자협회나 관훈클럽 등 관록있는 언론단체에서 추진 중인 초청 대담이 표류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야권 후보 단일화가 된 이후에 하자며 미루고 있고,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도 나중에 보자며 미온적이다. 여당 후보가 토론을 가능한 피하는 모습은 과거에 흔했지만 야당 후보, 그것도 지지율이 상대에게 뒤지는 후발주자가 토론 참석을 미적거리는 것은 특이한 현상이다.
각자 나름의 속셈이나 계산이 있겠지만 토론 회피는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유권자는 후보들의 진면목을 있는 그대로 보고 판단할 권리가 있다. 후보들은 그런 기회에 당연히 참석해야할 의무가 있다.
중앙선관위가 주관하는 TV 토론회가 12월에 3차례 예정돼 있지만, 이는 그야말로 최소한의 법적 의무사항일 뿐이다. 더구나 이번 법적 토론회도 2007년 대선 때(후보 6명 참가)처럼 참가자가 많아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선관위 주최 토론회는 의석 5석 이상 정당의 후보, 총선 유효 득표율 3% 이상 정당 후보, 여론조사 지지율 5% 이상 후보가 한꺼번에 참석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말만 토론회이지 후보에 대한 비교 검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각 후보는 언론이나 시민단체 초청 토론회 등의 참석을 더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또 야권 후보단일화를 핑계 삼아서도 안 된다. 토론회에서 자신을 드러낼 자신이 없는 후보는 지금이라도 그만두는 게 차라리 낫다.
유권자들은 홍보 영상이나 사진이 아니라 후보들이 국정 현안이나 정책 등을 놓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간에 벌어진 TV 토론회가 같은 시간에 벌어진 미식 축구 등 스포츠 빅게임 중계보다 더 인기있었다. 우리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우리의 경우 유력주자 3명 가운데 문재인(민주통합당), 안철수(무소속) 등 2명의 후보가 정치신인이어서 토론에 쏠린 관심이 더 높다. 국민 요구를 따르는 후보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