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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정수장학회 '낙종' 아쉽네"

번번이 사건 놓쳐…박정희 정권에 '경향' 강탈 역사도

원성윤 기자  2012.10.24 14: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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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 낙종은 당연히 아쉽다. 결국 이렇게 대선 이슈가 될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예상 했는데 말이다. 그것도 우리가 강제매각됐던 곳이 바로 정수장학회 아닌가.” (편집국 사회부 기자)

경향신문의 정수장학회 낙종을 놓고 내부에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크다. 경쟁매체인 한겨레신문이 지난 12일 ‘정수장학회-MBC’비밀회동을 보도하면서 정국을 주도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향신문사 빌딩 11층에 정수장학회가 자리 잡고 있어 아쉬움은 더하다.

내부적으로도 경고의 목소리는 일찌감치 나왔다. 지난달 26일 발행된 경향 노보에 따르면 정수장학회 전신인 부일장학회 고 김지태 회장의 유족들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기자회견(9월10일)을 했지만 보수매체를 포함해 십 수 명의 기자 가운데 이를 취재한 경향 기자는 없었다.

노보는 “오후 6시 초판 마감 무렵 확인한 결과 그때까지도 유족들의 기자회견 사실을 아는 사람은 국장을 비롯해 편집국에 단 한명도 없었다”며 “조합이 이미 3일전 경영진과 편집국에 예상보다 빨리 정수장학회 문제에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고 귀띔을 하는 등 움직였지만 오전 부장회의에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앞서도 정수장학회 문제를 타 신문에 번번이 놓쳐왔다. 한겨레는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 단독 인터뷰를 했다. 한국일보는 서울시 교육위원회의 정수재단 감사에 대한 의미·배경·파장을 짚으며 1, 3면에 걸쳐 보도했다. 반면 경향은 단신으로 처리했다.

경향과 정수장학회가 단순히 한 건물에 동거하는 사이도 아니다. 경향신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중앙정보부를 내세워 이준구 당시 경향신문 사장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덧씌워 경향신문사를 강제로 팔도록 했다. 1966년 기아산업, 1969년 신진자동차에 소유권이 넘어갔다 1974년 MBC에 통합되면서 5·16장학회(현 정수장학회) 소유가 되기도 했다.

1981년 언론기본법에 따라 경향신문과 MBC가 분리됐지만 정수장학회는 지금까지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 부지를 소유하고 있다.

노조는 “사설과 기사에서는 유신독재의 장물인 정수장학회의 사회환원을 촉구하면서 현실에서는 정수재단에 토지임대료조로 사무실을 무상으로 쓰게 하고 매달 1000만원이 넘는 임대료를 지불해 왔다”며 “이는 독자에 대한 이율배반이자 기만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낙종’을 내부인력 문제로 보기도 한다. 최근 잇달아 4명이 출산휴가를 냈고, 어학연수로 1명이 빠지는 등 내부 공백이 발생했다. 또 정치부, 사회부에 기자들이 전진배치 되고 기획에 동원되는 기자들이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미디어, 노동, 환경 분야에 소홀했다는 게 내부 기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올해 언론사 파업사태 보도에 소홀했고, 정수장학회의 부산일보-MBC 지분매각 등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 점도 지적된다. 한때 미디어 단독 지면과 3명의 기자를 보유하며 지난 2008년에는 ‘청와대, KBS 사장 인선 비밀 대책회의’ 보도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때와 비교되기도 한다. 현재 미디어 담당 기자는 1명으로 교육부문과 겸하고 있다.

이대근 편집국장은 “정수장학회 문제는 내부적으로 준비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잘 쓰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정수장학회와 관련해 경향이 소극적이라는 등의 오해에 대해서는 바로 잡는 보도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