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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필립에 '분노' 박근혜에 '실망'

두 전·현직 이사장에 막힌 부산일보 기자들의 미래

이대호 기자  2012.10.24 14: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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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언론노조와 정수장학회공대위는 22일 오전 서울 정동 정수장학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정호 부산일보 편집국장 해고를 규탄하고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사퇴를 촉구했다.(언론노조 제공)  
 
21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정수장학회 관련 기자회견에 누구보다 실망한 이들은 부산일보 기자들이다. 부산일보 편집국은 정수장학회 때문에 벌어진 지난 1년 가까운 경영진과의 갈등으로 편집국장이 해고되고 정치부장과 사회부장이 징계를 받는 등 비상상황에 몰려 있었다. 때문에 이들은 박 후보가 최소한 ‘최필립 이사장 사퇴’를 언급해 부산일보 내부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주길 바랐다.

기자회견에 앞서 최필립-이진숙 비밀회동이 공개돼 정수장학회에 대한 비난여론이 비등하고 언론조차 박 후보가 전향적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 점은 이들의 기대를 한껏 높였다. 그러나 박 후보의 ‘정면돌파식’ 입장 앞에 기대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부산일보 기자들이 원하는 것은 정수장학회가 현재와 같이 부산일보 소유권은 보유하되 경영과 편집에는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이를 위한 첫걸음이 최필립 이사장 등 현 이사진 사퇴와 중립적인 새 이사진 구성이다. 다음 단계는 사장추천위원회를 만들어 정수장학회가 일방적으로 부산일보 사장을 임명하지 못하게 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편집권 독립을 공고히 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이르면 부산일보는 공익적이고 안정적인 소유구조에 경영권과 편집권까지 확보한 명실상부한 독립언론의 길이 가능해진다.

이 같은 미래상을 설정해 놓고 있는 부산일보 기자들에게 지역의 건설업체 등에 지분을 매각해 “기업의 빽”으로 전락시키는 최필립 이사장의 계획은 용납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이호진 부산일보 노조위원장은 “우리나라 주요 일간지 중에 소유주를 비판할 수 있는 언론이 현재 부산일보 외에 또 있느냐”며 “정수장학회의 사회환원이 실현되고 부산일보가 완벽한 경영권·편집권 독립을 이루는 것은 우리 언론에도 의미 있는 실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일보 기자들이 편집국장 해고와 간부들 징계로 초토화되다시피 한 편집국을 지키며 신문을 제작하고 있는 것도 이런 전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집국에서 사장의 인사권이 무력화되는 상황은 노조의 편집국장 추천제를 통한 편집권 독립과 편집국장의 인사제청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된 부산일보 외 언론사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것이다.

10월은 부산일보 기자들에게 시련과 선택의 시간이다. 최필립 이사장의 부산일보 매각계획이 공개되면서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때마침 진행 중인 노조위원장 선거에서는 그동안의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투쟁에 대한 격론이 벌이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노조위원장 선거에는 3명의 후보가 출마했고 지난 18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어 24일 결선투표를 벌인다. 현 집행부를 계승하는 서준녕 후보와 이에 비판적인 전대식 후보 중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노조의 대응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정호 편집국장이 6개월 대기발령 끝에 해고된 것도 편집국의 구심점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기자들의 선택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국장을 이어 인사발령과 징계를 거부하고 있는 사회부장과 정치부장 두 부장에 대한 추가징계도 따를 수 있다. 당장 다음 주부터 사측은 차기 편집국장 추천을 노조에 요구하며 편집국 새판짜기를 시도한다.

최필립의 매각계획과 박근혜 후보의 기자회견, 최근 두 번의 파도가 연속으로 부산일보를 휩쓸고 지나갔지만 기자들의 희망사항인 정수장학회 사회환원은 여전히 원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