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선거 도와주기로 했지 않았소. 공동으로 책도 내기로 했지 않소. 약속을 지키시오. 끝까지 포기하면 안 돼. 이수윤씨 반드시 일어나시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고 이수윤 한겨레 기자의 손을 꼭 잡고 되뇌었지만 그는 답이 없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5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인은 부산대 경제학과를 나와 1984년부터 부산일보 기자로 활동하다, 1988년 한겨레신문이 창간할 때 합류했다.
당시 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문 후보는 한겨레 초대 부산지사장을 맡았다. 창간 초기라 백지상태였던 부산지역의 취재망을 넓히는 게 문 후보의 역할이었다.
문 후보는 자신의 사비를 터는 등 물심양면으로 한겨레의 외연확대를 도왔다. 고인은 문 후보의 시국사건 취재를 맡아 많은 기사를 썼다. 세월이 흐른 뒤, 두 사람은 취재수첩을 정리해 공동으로 책을 내기로 약속했다. 문 후보 스스로도 정리하지 못한 내용들이 즐비해 본인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서로 각기 다른 길을 가다 이들은 부산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2009년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뒤 언론과 접촉을 중단했던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부산에서 단독으로 인터뷰한 것이다. 단박에 만들어지지 않은, 20년의 인연이 만들어 낸 특종이었다.
세월이 흘렀다. 2012년 10월 1일 오후 3시경, 문 후보는 병상에 누워있는 이수윤 기자를 찾았다. 문 후보는 이 기자와 눈을 맞추며 초대 한겨레 부산지사장 시절로 돌아가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때 내가 참 돈 많이 날렸지?” 고인은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앞뒤로 끄덕였다.
30여 분간 이야기를 나눈 문 후보는 병실을 나오자마자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았다. 고인은 문 후보가 방문한 5일 뒤인 지난 6일, 소중한 동료들을 뒤로하고 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