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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산중' 지분 매각…'일석이조' 노리고 추진

'정수장학회 태풍' 맞은 MBC·부산일보의 오늘과 내일은?

이대호·원성윤 기자  2012.10.17 14: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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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5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앞에서 독재유산 정수장학회 해체와 독립정론 부산일보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정수장학회에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강진아 기자)  
 
정수장학회의 MBC와 부산일보 지분 매각은 현실적으로 걸림돌이 많다.
MBC 주식 매각은 정수장학회 단독으로는 불가능하다. 방문진 관계자는 “현재 40만주가 발행된 MBC 주식으로는 주식시장에 상장이 어렵다. 상장예정주식총수가 100만주 이상이어야 한다”며 “이는 방문진이 MBC 정관을 개정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공익법인인 정수장학회의 재산처분은 서울시교육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방문진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특히 1988년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방송문화진흥회의 MBC 민영화 추진은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대화록에도 주식매각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는 부분이 나온다. “정부와 상의는 했냐”는 최 이사장의 말에 이진숙 본부장은 “그 정부라는 건 결국 청와대와 방통위인데 아직까지 상의는 안 했다”며 “아마도 이사장님께서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에 대해 밝히시면 거기에 대해 아무도 문제를 삼지는 않을 것”이라는 노골적 대목도 등장한다.

정수장학회가 부산일보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현재로선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 설립자 고 김지태씨 유족의 부산일보 주식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 돕고, 자리도 지키고
이같은 현실적 난관을 무릅쓰고 지분 매각이 추진된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정수장학회 주식 처분 계획 발표를 서둔 것은 정수장학회와 특수관계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돕기 위한 의도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MBC의 경우 ‘해임안’이 상정돼 거취문제가 불확실해진 김재철 사장이 박 후보 측에 ‘선물’을 안겨주면서 ‘역전극’을 펼칠 수도 있었다.

이 용마 MBC 노동조합 홍보국장은 “정수장학회가 오는 19일 기자회견에서 이 방안을 발표하면 MBC는 이를 받아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민영화 추진 TF를 띄우는 것이 애초 시나리오였다”며 “이번 대화록 공개를 통해 민영화 추진을 MBC가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드러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고 지적했다.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에게도 부산일보 지분 매각 계획은 한방에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회심의 카드였다.

최 근까지 그와 정수장학회는 이사장 사퇴와 사회환원 요구 앞에서 사면초가였다. 여권 내부에서도 박근혜 후보 대선가도의 걸림돌로 여길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굽히지 않는 그를 두고 “노욕을 부린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는 반전의 기회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분 매각으로 최 이사장은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요구를 단번에 충족시킬 수 있게 된다. 시민사회도 매각대금을 반값등록금과 복지사업에 쓰는 것을 사회환원이 아니라고 주장하긴 힘들다.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사퇴압력도 사라질 것이다.

만약 이 계획이 비밀에 부쳐진 채 19일 정수장학회 언론사 지분 매각 기자회견이 성사됐다면 안갯속인 대선 구도에서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민 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대화록이 공개돼버려 망정이지 최필립 이사장이 계획대로 MBC와 부산일보 지분을 매각하고 그 대금을 반값등록금과 복지사업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한다면 상상 이상의 파장을 몰고 왔을 것”이라며 “이럴 경우 꼼짝없이 당할 뻔 했다”고 말했다.

이호진 부산일보 노조위원장은 “부산일보 지분 매각은 사회환원이라고 생색을 내면서 박근혜 대선의 장애물을 치우고, 자신의 자리도 지키는 최 이사장에게 최선의 카드”라며 “매각을 노조 협박용이 아니라 이처럼 작전하듯 치밀하게 준비해 발표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부산일보 매각 치밀한 준비
그러나 앞으로의 과정은 MBC와 부산일보가 약간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부산일보의 경우 최필립-이진숙 회동과 무관하게 추진됐다는 점이다. 법원의 가처분 신청이 내려져 있더라도 부산일보 매입의사가 있는 기업과 MOU를 체결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 화록에 나타난 최 이사장의 발언과 정황을 종합하면 실제로 이미 MOU를 맺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 이사장은 부산의 한 기업인에게 인수를 제안하며 고 김지태씨 유족과 벌이고 있는 소송에 대해 “조만간 항소심 판결이 나온다. 판결에서 장학회가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최 이사장은 부산일보 지분 매각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노조와의 갈등이 본격화된 지난해 11월부터 이미 노조 협박성으로 매각을 거론했다. 올 1월에는 국·실장회의에서 대화록과 유사한 매각 이야기가 나왔고, 최근까지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부산경남지역 기업인들에게 매입의사를 타진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한겨레 보도로 이 문제가 정치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최 이사장은 부산일보 매각을 추진한 사실 자체를 부인했고, 기업인들도 입을 다물어 MOU를 체결한 기업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태 확산 앞에서 꼬리를 자른 것이다. 반면 그동안 매각을 반신반의하던 부산일보 구성원들은 현실화된 매각 계획 앞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재철 해임 어떻게 되나
MBC 는 ‘김재철 사장 해임’이 다시 확실한 화두로 떠오른 모양새다. 실제 MBC는 파업 잠정 중단 이후에도 내부 갈등이 고조돼 사내 피로감이 강해지고 외적으로도 대선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김재철 사장이 시야에서 흐려지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비밀 회동’ 건으로 김 사장은 궁지에 몰린 셈이 됐다.

그러나 실제 김 사장이 물러나게 될 지는 미지수다. 김 사장에게 비판의 화살을 돌리고 있는 방문진 여권 이사들이 결정적 순간에 어떤 입장을 보일 지는 예측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이번에 새로 여권 추천으로 임명된 김용철, 김충일, 박천일 이사의 선택이 관건이다.

한편 이상돈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 지적처럼 이 파문이 ‘제2의 과거사 논쟁’으로 확산된다면 박근혜 후보 측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한 결단에 따라 대선 구도 또한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대호 기자 dhlee@journalist.or.kr
          원성윤 기자 socoo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