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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사찰', 전교조·영화감독도 포함

구체적 증언 잇따라…경찰 수사 지연 "증거인멸 우려"

원성윤 기자  2012.09.24 1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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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노조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안 프로그램을 통한 사찰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를 공개했다.  
 
“인사평가 R. 사무실에선 매일 고성이 오간다. 우리는 지옥으로 돌아왔다. 매일 미치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경위서를 쓰지 않은 것에 대한 경위서를 쓰라는 웃긴 문자가 매일 온다. 집에 가면 눈물이 펑펑 난다.” (MBC 직원이 보낸 메일 중)

“오늘 해고자3 최승호, 이근행, 강지웅 얼굴 담긴 피켓 책상에 다 올려왔는데 운영부에서 와서 다 찍어가고 있어. 마지막 집회 때 항상 밝으시던 선배가 그 큰 눈으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하시는데 시교국 후배들 다 터졌어.” (메신저를 통해 김재철 사장 체제를 비판한 대화)


MBC가 직원을 상대로 불법 사찰의 구체적 내용이 공개됐다. 노조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망에 접속하는 순간 몰래 자동 설치되는 트로이컷 프로그램의 속성 때문에 MBC 직원은 물론이고, 작가, 협력직원, 심지어 MBC 직원의 가족까지 온라인 활동을 감시당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MBC 사측에 의해 비밀리에 설치돼 9월 6일 기습철거 된 보안 프로그램인 ‘트로이컷(TrojanCut)’을 해 MBC 사내망에 연결되는 대부분의 PC가 감청-사찰당했다.


MBC 노조가 공개한 사찰 관련 자료에 따르면 공인인증서와 개인정보안전결재 방식인 ISP 안전결재 파일, 보험금청구서 및 개인정보동의 등이 MBC 회사 서버로 넘어간 로그 기록이 공개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피해증인들의 발언도 나왔다. 손충모 전교조 대변인은 “MBC 라디오 출연료 명목으로 불러준 주소, 주민번호, 계좌번호 등의 신상 정보가 MBC 서버에 저장돼 있다”며 “정부 비판적인 사람들의 정보를 무작위로 수집했다가 활용하는 것 같은 국가기관의 행위에 대해 MBC 사장을 포함해 형사 고발된 사람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 ‘두개의 문’의 김일란 감독(뉴스타파 진행자)은 개인 메일 첨부 내용도 MBC 회사 서버로 전송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 감독은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국가인권위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 촉구 위한 원고를 써서 보냈는데 이게 MBC 서버에 들어갔다는 소식 듣고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뉴스타파’를 통해 MBC 사찰에 대해 다룬 바 있다. 그는 “사람과 장소에 관계없이 MBC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들어갈지 모른다고 생각한 순간 무섭고 움츠러들었다”며 “이후부터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문서 작업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조는 ‘뉴스타파’ 제작진인 이근행 전 MBC 노조위원장이 회사 포털에 접속, 프로그램이 설치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경찰에 형사고발한 이 사건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 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 노조는 6일 회사 보안프로그램 설치한 경영진 6명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소한 바 있다. 현재 이 사건은 영등포경찰서로 이첩됐다.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은 “경찰은 노조가 고소한 지 20여일이 지나도록 서버 압수수색 움직임이 없다”며 “증거인멸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