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신입사원 공개채용이 한창이다. KBS, 조선일보, TV조선, 한겨레, 한국일보 등은 이미 선발을 마쳤다. 하지만 동아일보, 채널A, 서울신문, 문화일보, 매일경제, MBN, 서울경제 등 채용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채용 예정인 언론사가 대부분이다. 언론인지망생들은 ‘시즌’을 맞아 매주 시험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본보는 언론인지망생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기자지망생, 신문보다 방송 선호설문조사에 참여한 100명의 언론인지망생 중 41명의 응답자가 가장 가고 싶은 방송사로 MBC를 꼽았다. 파업으로 인한 사내 갈등과 이후 신뢰도 추락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언론인지망생들은 여전히 ‘매체 영향력’, ‘처우’, ‘닮고 싶은 선배’ 등을 이유로 MBC에 입사하고 싶다고 답했다. 2, 3위엔 KBS와 SBS가 꼽혔다. 각각 30명, 20명의 응답자가 나왔다.
언론인지망생 중 기자직 지망에 한정했을 때 67명의 응답자 중 66%는 신문보다 방송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4명이 방송을, 23명이 신문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가장 입사하고 싶은 신문·통신사로는 14명이 중앙일보를 꼽았다. 연합뉴스와 한겨레가 각각 11명으로 뒤를 이었다.
답한 언론사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매체 영향력’을 가장 많이 들었다. 37명의 응답자가 매체 영향력 때문이라고 했고, 35명이 ‘논조나 지향점이 일치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연봉이나 복지 등 처우가 만족스럽다는 이유를 꼽은 지망생들은 17명이었다.
가장 존경하는 언론인으로는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14표로 1위를 차지했다. 김태호 MBC PD와 고(故) 리영희 선생, 정연주 전 KBS 사장, 변상욱 CBS 대기자 등이 뒤를 이었다. PD지망생들의 경우 지망분야도 다양한 만큼 김영희 MBC PD(예능), 최승호 MBC PD(시사교양), 이윤정 MBC PD(드라마) 등 각 분야에서 고르게 응답이 나왔다.
준비생 고령화 현상 “1년 이상 준비”언론인지망생 100명 중 63명은 이미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7명은 졸업예정자 신분이었다. 연령대를 파악한 결과 취업준비생의 고연령화가 언론인지망생에게도 해당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6세 이상이 65명으로 응답자의 반 이상을 차지했다. 100명 중 4명은 30세 이상이었고 21명은 28~29세, 40명은 26~27세로 집계됐다. 대부분의 스터디, 언론고시반, 필기시험 응시자 등에서 여초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을 감안했을 때 연령대가 낮지 않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언론사 시험 준비를 계획한 기간에 대한 질문에 83%의 응답자가 1년 이상이라고 답했다. 10명의 응답자는 합격할 때까지 준비하겠다고 했다.
졸업생의 신분으로 2년째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한 기자지망생은 “백수로 지내며 부모님께 죄송하고 친구들 모임에도 나가기 꺼려지지만 기자를 꿈꿨으니 한번은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버티는 자가 이긴다”는 의지를 보였다.
언론인지망생들은 입사준비 방법으로 스터디를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다. 63%의 지망생들이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다고 답했고, 2~3개의 스터디를 병행한다고 귀띔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또한 100명 중 18명은 현재 한겨레문화센터 등 사설기관의 언론인 입사준비 강의를 수강하고 있었다.
채용방식 개선 요구 목소리 높아 이들은 현 언론사 공채 방식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현재 이뤄지는 전체적인 채용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보는 응답자는 55%, 불합리적이라고 답한 이들은 45%로 팽팽했다. 하지만 세부적인 전형방식의 합리성에 대한 물음엔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서류와 필기, 실무, 면접 등 전형방식 모두를 지적했다.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전형을 묻는 질문에 서류 36%, 필기 15%, 실무 9%, 면접 12% 등으로 응답이 고르게 나왔다.
서류전형은 기준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토익점수 제한 규정 등 스펙 위주의 평가를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한 PD지망생은 “서류합격 기준을 알 길이 없고 납득이 어려워 ‘서류는 복불복’이라는 말이 언론인지망생들 사이에선 정설로 통한다”고 말했다. 한 기자지망생은 “일률적으로 토익, 학점, 한국어점수 등으로 평가하는 것은 다양한 출신과 배경, 능력을 가진 언론인의 등장을 막는다”고 지적했다. 몇몇 신문사들은 ‘토익 점수 820 이상’ 등을 지원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본적 기재, 가족의 최종학력과 현 직장·직책 표기 등 불필요한 개인사항을 서류에 왜 입력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지적도 나왔다.
언론인지망생들은 필기 통과의 장벽이 높은 만큼 스터디, 개인 공부 등 대부분의 준비를 필기시험에 맞춰 하고 있다. 지망생들은 채점기준과 점수 공개에 대한 요구에 목말라 있었다. “왜 떨어졌는지, 합격 글의 수준은 어떠한지, 나의 객관적 위치는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어서”라고 했다. 어떤 이들은 상식, 논술, 작문으로 구성되는 필기시험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기자지망생은 “채점할 필기시험 답안지가 많다 보니 채점관들은 글이 얼마나 튀는지에 관심을 두는 것 같다”며 “이러한 글 스타일과 암기를 강요하는 상식 등이 기자로서의 자질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여자가 왜 PD를 하려 하나” 질문도언론인지망생들은 면접 시 부당한 경험을 당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이 답을 내놓았다. “아버지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고 어느 대학 출신인가”, “여자인데 왜 PD를 하려고 하느냐. 작가나 하지”, “전라도 출신이라 한국사회에서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PD)채용 후 광고영업직으로 전환해도 되겠느냐”, “남자친구는 있느냐” 등의 면접관의 말에 상처받은 지망생들이 많았다. 면접 시 반말로 응대하고 면접자리에서 담배를 피운 면접관도 있다고 했다. 노골적으로 외모, 학력, 집안배경을 문제 삼아 고개를 내저은 면접관도 있었다. 여러 명이 함께 보는 면접에서 배경이 출중한 지원자에게만 질문이 몰려 병풍처럼 서있다 나온 경험도 있다고 털어놨다.
언론인지망생들은 또 실무평가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인턴과정을 두는 언론사가 많아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기자지망생은 “각 언론사마다 소수의 인원만 뽑아 여러 군데를 지원할 수밖에 없는데 기나긴 전형이 진행될수록 시험이 겹쳐 난감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지망생은 “실무단계에서 6주 인턴기간을 두는 것은 가혹하다. 다른 언론사 시험은 포기하라는 건데, 이래놓고 떨어지면 책임질 거냐”고 하소연했다.
지망생들은 불명확한 전형 일정과 불합격자에겐 통보가 가지 않는 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인 지망생들이라면 필수적으로 가입하는 다음 카페 ‘아랑’엔 공채 때마다 “OO신문사 합격자 연락 돌았나요?”와 같은 글이 하루에도 몇 건씩 올라오는 실정이다. 한 기자지망생은 “막연한 기다림은 정말 사람을 미치게 한다”면서 화장실에도 전화기를 챙겨가는 고충을 토로했다.
양성희 기자 yang@journalist.or.kr
강진아 기자 saintsei@journalist.or.kr
이번 설문조사는이번 조사는 경희대·서강대·이화여대·한국외국어대 언론고시반 학생,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재학생, 신촌 일대 스터디 모임, 대학생 인턴기자 출신 등 언론인 지망생 100명을 상대로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면접 조사·이메일 등의 방법으로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