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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신문협회 제64차 연례총회에서 황금펜상을 수상한 애너벨 에르난데스 기자(멕시코·오른쪽)와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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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침묵은 부정부패를 낳고 민주주의를 죽이게 됩니다”.
지난 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 제64차 연례총회 개막식에서 ‘황금펜상’(Golden Pen of Freedom)을 받은 멕시코 기자 애너벨 에르난데스의 수상 소감이다.
‘황금펜상’은 언론자유와 저널리즘의 가치를 높인 제3세계 언론인을 보호하기 위해 세계신문협회가 1961년 제정한 상이다.
에르난데스는 “이 상은 처절할 정도로 외로웠던 나의 투쟁을 격려해주는 불빛이자, 멕시코에서 자행되고 있는 언론탄압의 실상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녀는 특히 “언론은 부패를 척결해야 할 의무가 있는 만큼 침묵해서는 안된다”면서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르난데스는 자신의 아버지가 십여년 전 마약범죄 조직에 의해 납치 살해된 뒤 탐사보도 전문기자로 활동해오면서 정부 고위층과 범죄조직 간의 결탁을 추적 폭로했고, 이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실제로 마약카르텔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멕시코에서는 언론인들이 온갖 살해 위협과 폭력에 시달리면서 지난 2006년 이래 44명의 기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에르난데스의 외침은 이날 총회에 참석했던 95개국 1000여명의 언론인들을 감동시켰고, 언론의 역할과 사명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새삼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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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우크라이나 키예프 세계신문협회 총회에서 ‘기사 검열 중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기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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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난데스의 황금펜상 수상에 앞서서는 우크라이나 기자들이 총회 개막식장을 웅성거리게 만들었다.
10여명의 현지 신문·방송 기자들은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연설을 위해 단상에 올라서자 기다렸다는 듯 ‘검열을 중단하라’는 등의 구호가 적힌 종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갑작스런 상황에 대통령 경호원들은 피켓을 든 기자들을 완력으로 제압하려 했지만 각 국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이어지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곤혹스런 표정의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언론자유와 미디어의 독립성 통제에 대한 불만에 사법당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타성적 문제가 있다”고 얼버무렸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개막식이 끝난 뒤 인근 호텔에서 열린 오찬장에서도 제이콥 매튜 세계신문협회 회장, 에릭 베라거 세계편집인포럼 회장,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 등 14명의 각 국 주요 언론계 인사들로부터 쓴소리를 들었다.
‘신문의 미래 모색’을 주제로 사흘동안 진행된 이번 세계신문협회 연례총회에서는 디지털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신문산업의 다양한 혁신방안들이 제시되고 열띤 토론도 이어졌지만 첫날 개막식장에서 느꼈던 무거운 감정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총회 기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귀동냥을 하던 도중 개막식 피켓시위를 벌였던 우크라이나 여기자와 만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언론자유가 보장되는가, 또 기자들은 제대로 사실보도를 하는가’라는 질문에 똑 부러진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두루뭉술함으로 대신하고 말았다.
12월 대선을 앞둔 리더십 교체기를 맞아 각 분야에서 혼란스러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고 진실을 보도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 충족에 부응해야 한다. 언론의 침묵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기 때문이다.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