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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속 선거정국 "판을 읽어주세요"

대선 D-100일 정치평론가 전성시대

양성희 기자  2012.09.12 17: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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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특수를 맞아 언론사마다 ‘정치평론가 모시기’가 한창이다. 사진은 지난 3일 MBN ‘뉴스M’에 출연한 김태일 영남대 교수와 앵커가 대담하고 있는 모습. (MBN 제공)  
 
19대 대통령 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았다. 언론은 대선정국을 ‘안갯속’이라고 표현한다. 대선후보가 확정된 곳이 새누리당 밖에 없고 최대변수가 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마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한 종합일간지의 표현대로 “일정 빼고 모두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선보도에 필요한 건 ‘판을 읽어내는 눈’이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선 특히 정치평론가들이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매체 넘나들며 겹치기 출연
바야흐로 정치평론가의 시대다.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이들은 오전엔 A 방송, 오후엔 B 방송 ‘겹치기 출연’도 마다않고 대선 특수를 누리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 고성국, 유창선, 박상병 박사, 김민전 경희대 교수, 목진휴 국민대 교수,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등이 정치평론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이들은 신문과 방송을 넘나들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대선을 정확히 100일 앞둔 9월10일, 정치평론가로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고성국 박사는 끼니를 챙길 시간도 없이 연예인 스케줄을 소화했다. 오전 7시엔 B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고성국의 아침저널’을 진행했다. 2시간을 대선 특집 대담으로 꾸려 사회를 봤다. 이어 10시 YTN ‘뉴스현장’에 패널로 출연했다. 다음 스케줄이 있는 MBN으로 이동하던 중 YTN으로부터 급하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 MBN ‘뉴스1’ 출연 직후 또 다시 YTN ‘뉴스Q’에 나왔다. 저녁엔 TBS에서 김민전 교수와 대선을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 틈틈이 KBS ‘뉴스9’와 SBS ‘8뉴스’ 인터뷰에 응했고 이날 20명의 기자들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같은 날 바쁜 스케줄을 소화했다. 이른 아침 ‘MBN 뉴스투데이’에 출연, 그 후 명지대에서 강의를 하고 곧바로 KBS로 이동해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오후엔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했다. 일정 사이사이 기자들과 7번의 통화를 했다.

10일 전국단위 아침 일간지만 살펴봐도 고성국 박사는 서울신문 등 4개 신문에, 신율 교수는 조선일보 등 8개 신문에서 정치전문가로서 의견을 피력했다. 한 종편사의 5개 뉴스 프로그램을 살펴본 결과, 한 프로그램 당 2~3명의 정치평론가가 출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몸값도 덩달아 상승
언론은 안갯속 판세를 읽어줄 정치평론가에 목마르지만 검증된 인물은 제한적이다. 몇몇 평론가들의 이름이 여러 매체에 중복해서 등장하는 이유다. 그렇다보니 유명 평론가들의 몸값이 뛰기도 했다. 한 종편사는 올해 초 정치의 해를 맞아 정치평론가들의 출연료를 미리 인상했다. 섭외가 급할 경우 갑자기 출연료를 높이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대선 특수를 맞아 출연 요청이 쇄도한다”며 “일정이 빡빡해서 망설이면 그 틈에 출연료를 더 높게 부르면서까지 섭외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겹치기 출연’도 마다치 않는 유명 평론가들의 특징은 매체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어떤 매체에도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촬영 시간이 중복될 경우 먼저 잡힌 스케줄을 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특정 집단으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한다. 한 정치평론가는 종편에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욕과 협박을 받는다고 털어놨다.

언론에 친숙한 몇몇 평론가들을 기자들이 꾸준히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중에게 익히 알려져 전문가로서의 신뢰를 주고, 질문에 적절한 답을 해주며 전화나 섭외요청에 친절하게 응하기 때문이다. 한 정치부 기자는 “언론 노출 경험이 많은 평론가들은 짧은 질문에도 기사의 의도를 파악해 이에 맞는 답을 해준다”며 “마감을 앞두고 정신없이 기사 작성을 하다 보니 평소에 찾던 전문가에게 자연스럽게 전화를 걸게 된다”고 말했다.

평론가들이 언론의 생리에 밝다는 점도 인기의 비결이다. 기자들과의 관계도 매끄럽게 유지한다는 것이다.

언론이 자주 찾는 평론가 중 한 사람인 신율 명지대 교수는 기자들과의 스킨십이 잦고 바쁜 상황에서도 전화 인터뷰에 성실히 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휴대폰에 뜬 부재중 전화기록에도 반드시 ‘콜백’을 해준다. 신 교수는 “어떤 매체든 기자들이 사명을 갖고 힘들게 취재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도 대학생 때 기자를 꿈꿨고 졸업 후 모 신문사 시험에 응시하기도 했다”며 기자사회에 대한 호의를 내비쳤다.

공정성 시비 부를 수도
정치평론가들이 선거 보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평론가들의 주관적인 입장이 시청자나 독자에게 여과없이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이 가까워져 올수록 공정성 시비를 부를 가능성이 크다. 외부 평론가에 의존하기 보다는 내부에서 ‘스타급 전문기자’를 양성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방송사 보도국장은 “평론가들의 출연이 많아진 만큼 심의에 걸릴 위험도 커졌다”며 “한 평론가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 같은 뉘앙스를 줄 경우 진행자가 급히 수습하며 진땀 빼는 일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