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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 결단만 남았다"

부산일보 노조 '상경투쟁'…이정호 국장도 프레스센터 앞 농성

이대호 기자  2012.09.12 15: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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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호 부산일보 편집국장(사진 오른쪽)과 이호진 노조위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정수장학회부터의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대선을 꼭 100일 앞둔 10일, 이정호 부산일보 편집국장이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일간지 편집국장이 직접 거리에 서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지만 이 국장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서울 한복판에 자리를 깔고라도 요구할 게 있어서다.

바로 부산일보의 ‘편집권 독립’이다. 독립대상은 부산일보 주식 100%를 소유한 정수장학회다. 현재 정수장학회를 언급하면 시선이 쏠리는 곳은 뻔하다. 이 국장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겨냥하고 거리로 나선 것이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국장은 사측의 직무정지 및 출입금지 가처분으로 회사에서 쫓겨난 후 지난 7월13일부터 본사 정문 앞에 ‘열린편집국’을 차렸다. 이것을 서울 한복판으로 옮긴 것이다.

10일은 부산일보 창간 66주년이기도 했다. 이날 부산일보 노조는 기념식을 뒤로 하고 새벽 기차로 상경해 프레스센터 앞에 섰다.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정수장학회 이사진 전면 퇴진 △부산일보 민주적 사장선임제 수용 △이명관 부산일보 사장 지명자 퇴진을 요구했다. 정수장학회 사무실이 있는 경향신문 앞에서는 이날부터 매일 정수장학회 사회환원을 요구하는 1인시위가 열린다. 노조의 상경투쟁 역시 박근혜 후보를 향하고 있다.

부산에서 신문을 만들기도 바쁜 이들이 프레스센터와 경향신문 앞에 진을 친 것은 투쟁 이전에 박근혜 후보에 대한 ‘답답함’ 때문이다.

지난해 11월17일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요구를 내건 후 노조는 기자회견, 성명서, 토론회, 1인시위, 서명, 기획기사 등 할 만한 것은 다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위원장은 물론 편집국장과 사회부장, 정치부장 등이 징계를 받았지만 정수장학회 문제를 이슈화 하는 성과를 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언론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좋은 징조가 감지됐다.

하지만 해법을 쥔 한 사람, 박근혜 후보만은 10개월이 다 되도록 입장 변화가 없다. “정수장학회란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대선으로 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였음에도 벌써 대선이 100일 코앞으로 다가왔다. “출마선언 전에”, “후보 확정 전에” 등 시기도 분분했지만 모두 빗나갔다. 더구나 최근 유신과 인혁당 관련 발언에서는 과거에 대한 고집까지 감지된다. 정수장학회만 예외라고 자신할 수 없게 돼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정공법으로 택한 것이 상경투쟁이다. 박근혜 후보의 입만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부딪혀 논쟁에 불을 지르겠다는 것이다. 이호진 노조위원장은 “결단의 주체인 박근혜 후보에게 그동안 자발적인 해결을 기대했지만 더 이상 기다릴 수만 없다”며 “여론으로 박근혜 후보의 결단을 압박하기 위해 상경했다”고 말했다. 이정호 편집국장도 “부산일보는 노골적으로 박근혜 후보에게 우호적 기사를 싣기 위해 기자들을 협박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1988년 파업으로 쟁취한 편집권독립이 무력화되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