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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방상훈 사장 "특종 욕심에 오보" 질책

성폭행 피의자 사진 관련…기자들 "개인 실수 아닌 시스템 문제"

이대호 기자  2012.09.05 15: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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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일자(53판) 전남 나주 성폭행 사건 피의자 사진 오보는 조선 내부에서도 지나친 특종·속보경쟁이 빚은 결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조선 한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방상훈 사장은 4일 열린 간부회의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 “특종 욕심을 내다가 오보를 해서는 안 된다. 신문은 신뢰와 깊이 있는 분석, 의미 있는 비판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특종경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같은 공감대는 방 사장뿐 아니라 편집국 간부, 일선 기자들까지 다르지 않다. 조선 한 기자는 “위에서 피의자 사진 구해오라고 닦달을 하니 기자들이 무리하게 사진을 찾다가 사고가 난 것”이라며 “다른 언론보다 먼저 얼굴을 공개하겠다는 욕심이 오보를 불렀다”고 말했다. 조선 한 관계자도 “당시 언론사들이 사진찾기 전쟁을 벌였다. 속보경쟁의 결과가 오보여서 상당히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조선이 3일자 신문 1면과 2면에 걸쳐 밝힌 사과문에서도 당시 특종·속보에 대한 욕심이 드러난다. 이 사과문에 따르면 조선은 1일자 신문 인쇄가 한창 진행중인 8월31일 밤 11시에야 ‘피의자와 닮아 보이는 인물 사진’을 찾아 1일 새벽 1시까지 2시간 동안 수사 경찰과 주민 등을 상대로 피의자 본인 여부를 확인했다. 이때까지 인쇄한 52판까지는 문제의 오보 사진이 실리지 않았다. 결국 완벽하게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채 새벽 1시 이후 사진을 교체해 53판을 인쇄했다는 것이 조선의 설명이다. 결과는 오보였다.

피의자 본인 여부를 100% 확신하지 못한 가운데서도 기사화를 결정하고 새벽 1시가 넘은 시점에 사진을 교체한 것은 당시 조선이 얼마나 특종·속보에 매달렸는지 보여준다.

이 때문에 조선 기자들은 이번 오보를 해당 기자 개인의 실수로 보지 않고 편집국 시스템의 문제로 여기고 있다. 편집국 윗선의 지시로 기자들이 사진 확보에 나섰고 53판에서 사진을 교체한 최종 판단 또한 기자들이 아닌 윗선에서 내렸기 때문이다. 조선 한 기자는 “지시에 따라 새벽까지 뛰며 사진을 찾고 대조한 지역 주재기자와 수습기자들은 고생한 죄밖에 없다”며 “이번 기회에 편집국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이 결과적으로 이 같은 실책을 범한 배경에는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공개에 대한 확신이 깔려 있다. 조선이 피의자의 인격권을 고려하는 입장이었다면 이런 오보는 근원적으로 불가능하다.

조선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내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오보의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오보를 인정하는 만큼 피해자 명예회복에는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조선은 피해자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강력범죄 피의자 얼굴 공개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을 밝힌 것에 주목하며 원만한 해결에 기대를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