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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장 '이길영 진통' 왜 일어났나

학력 의혹에 '땡전뉴스' 책임 논란…한나라 선대위원장 경력까지

장우성 기자  2012.09.05 10: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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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가 4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로비에서 연‘이길영 이사 철회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KBS 새노조)  
 
KBS가 이사장 선출을 놓고 이렇게 갈등에 휩싸인 적은 드물다. 이길영 KBS 이사장에게 거론된 결격사유 의혹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제기된 주요 의혹은 △학력 위조 △5,6공 당시 ‘부역’ 논란 △과거 부정행위 △특정 정당 후보 선거활동 경험 등이다.


학력 위조 논란은 우선 이 이사장이 대구상고를 졸업한 것으로 밝혀왔으나 실제로는 서울의 D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것이다. 대학 학력도 국민대 졸업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국민대가 1965년 인수했던 중앙농민학교가 전신인 국민산업학교에 다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 이사장은 대구상고 졸업 이력은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2005년 대구상고 동창회가 명예졸업장을 줘서 생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학 학력 부분은 1965년 KBS 기자로 일하면서 중앙농민학교에 입학했으며, 이 학교가 국민대에 인수된 뒤 국민산업학교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또 자신은 국민산업학교 졸업 사실을 허위로 꾸며 기재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과거 이력서엔 ‘국민대 졸업’
본인의 해명 이후 학력 위조 논란은 더 불붙었다. 대구상고 명예졸업장 추천서와 졸업장에는 이 이사장이 이 학교에 입학했다가 자퇴했다고 기록돼있다. 이 이사장은 동창회 측의 실무적 오류라고 반박했지만 그 경위를 구체적으로 해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그는 또 동창회 명부에 32회 졸업생으로 등재된 것에 대해 본인이 수차례 삭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총동창회 부회장을 지내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한 것을 볼 때 설득력이 없다는 주장에 부딪히고 있다.


대학 학력도 마찬가지다. 민주통합당 배재정 의원은 이 이사장이 다닌 중앙대 대학원 학적부에 ‘국민대 농업경영학과 졸업’이라고 명기돼있다고 공개했다. 이에 앞서 최민희 의원은 이 이사장이 자신이 재직했던 대구경북한방진흥원에 제출한 이력서에 ‘국민대학교 농경제학과 졸업’이라고 기재한 사실을 공개했다. 문화부 인사자료에는 ‘국민대학교 농업경영과’를 1971년 졸업한 것으로 나와있다. 또한 국민산업학교 학력은 국민대 학력과 무관하며 국민산업학교는 ‘각종학교’로서 정규대학 학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추가로 제기됐다.

5공시절 사찰 협조 논란에 연루
이 이사장은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6년 보도국장을,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91년에 보도본부장을 지냈다. 1987년과 1992년 대선보도를 지휘했던 그가 ‘편파 방송’을 주도했다는 게 ‘5,6공 부역행위’ 논란의 요지다.


대표적인 것이 1989년 5공비리 언론청문회 과정에서 발견된 ‘언론인 개별접촉보고서’다. 당시 문공부 홍보정책실이 언론사 간부들을 접촉해 보도협조 사항을 전달하고 사내 정보를 취득했던 내용이 담긴 이 보고서에는 당시 보도국장이던 이 이사장도 등장한다.


이 이사장이 보도본부장에 재임 중이던 1991년 7월24일자 기자협회보도 당시 KBS 보도의 편파성을 다룬 사례다. ‘방송상황 5공 회귀 뚜렷’이라는 본보 기사는 KBS노조 공정방송추진위의 분석 결과를 전하고 있다. 공방추가 5월23일 한달 동안 KBS 9시뉴스를 분석했더니 대통령 관련 보도는 무려 47건으로 하루평균 1.5건 꼴이며 이중 11건이 첫 번째 기사로 처리됐다는 것이다. 이에 본보는 “5공 때 방송사 경영진과 보도국 고위간부들의 권력눈치보기식 ‘땡전뉴스’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보도했다.


그 외에도 보도국장.본부장 때 편파보도를 주도했고 정권에게 불리한 특종 기사를 막았다는 의혹 등에 대해 이 이사장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보도를 지시한 적 없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국회에서 답변했다.

한나라당 도지사 선대위원장 출신
과거 부정행위는 대구경북한방산업진흥원장을 지냈던 2007년 친구 아들을 부정 채용해 감봉 3개월 징계를 받은 사건을 말한다. 이 전력이 문제가 돼 2009년 KBS 감사 임명 당시 감사실 직원들이 집단으로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감사가 된 뒤에는 감사실 직원 절반을 교체해 ‘숙청’이라는 시비를 불렀다. 금품수수 등의 혐의로 파면 조치된 모 직원을 감봉으로 파격 감경한 것도 계속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감사 임기 도중에 이번 이사에 응모한 것도 구설수에 올랐다.


2006년 지방선거 때는 한나라당 김관용 경북도지사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과 당선 후 인수위원장을 맡기도 해 정치적 중립성에서도 부적격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KBS 새노조는 친박계인 김 지사를 고리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도 연결돼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사내에서는 72세의 고령인 이 이사장이 8년간 민영방송 사장을 지낸 뒤 KBS 감사까지 됐고, 2009년 KBS 사장에도 응모했던 이력에 더해 이사장까지 오른 것은 “노욕”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같은 논란을 무릅쓰고 이길영 이사장 임명이 강행된 것은 대선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오는 11월 김인규 사장의 임기가 끝나는 KBS는 차기 사장 선임을 앞두고 있다. 차기 체제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대선 보도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평이다. 만약 야당 후보가 당선돼 정권 교체가 되더라도 2015년까지 임기 3년인 이사장의 존재는 녹녹치 않다. 대통령에게 KBS 사장을 임명과 해임을 제청할 수 있는 이사회의 수장이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