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낚시가 좋았다. 아버지와 함께 호수에 물고기를 잡으러 나가는 날이면 신이 났다. 고사리 같은 손을 꼼지락거리며 미끼를 끼웠다. 아버지는 그런 소년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동갑내기 사촌이랑 민물새우를 잡은 날, 아버지는 두 아이들에게 새우를 튀겨 한입씩 먹여줬다. 청년이 된 소년은 그때가 물안개처럼 피어오른다.
뉴시스 충북지사 엄기찬 기자는 주말이면 아버지를 떠올리며 낚싯대와 캠핑 도구를 챙겨 밖으로 나간다. “몸이 좋아지면 생전에 자주 갔던 제천 청풍호에서 낚시를 꼭 하고 싶구나.” 올해 초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전에 한 말이 가슴에 남아 있다.
엄 기자가 낚시에 빠지게 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쉬는 날이면 강으로, 숲으로 자연을 찾아 떠나는 습성이 몸에 배었다. “딱히 낚시터를 정해두고 다니진 않아요. 차를 타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낚싯대를 드리우는 편입니다.”
엄 기자는 가짜 미끼를 이용하는 루어 낚시로 민물고기인 베스, 쏘가리, 꺽지를 주로 낚는다. 루어를 처음 배운 2009년 충북 음성군 백야저수지에서 60cm의 베스를 잡은 손맛을 생생히 기억한다.
“굳이 무언가를 잡으려는 게 아니어서 놓아줬어요. 잡는 게 목적이 아니라 자연 속에 함께 있다는 것이 즐겁잖아요. 자연은 모든 것을 잊게 하는 집중력을 줍니다. 밤낚시를 할 때 고요함과 적막함 속에 오롯이 홀로 있는 저를 발견할 때가 참 매력적인 거 같아요.”
바늘 가는 데 실 가듯 낚시와 한 몸인 캠핑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차에 장비를 싣고 자연 속에 텐트를 치고 지내는 오토캠핑이나 50리터짜리 배낭만 훌쩍 들고 떠나는 백캠핑을 즐긴다. 홀로 오지에 들어가기도 한다. 트레킹을 하다 보면 주중에 쌓인 취재 스트레스는 훌쩍 날아가 버린다. 캠핑을 사랑한 나머지 가끔 방에다 텐트를 쳐놓고 자기도 한다. 캠핑 장비인 코펠에다 음식을 해먹을 정도로 캠핑 마니아다.
5년차 사회부 막내인 엄 기자는 경찰서, 소방서, 법원, 검찰, 시민사회단체를 출입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엄 기자는 한 의경의 교통사고 사건을 취재해 특종을 했다.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선임의 가혹행위에 따른 자살기도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8차례에 걸쳐 전·의경부대의 악습과 경찰의 은폐사실 등을 추적 보도했다. 이 보도로 충북경찰이 도내 모든 전·의경부대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는 등 파급력이 컸다.
그래서일까. 그는 사건기자로서 ‘위기관리’에 관심을 두고 있다. 대학시절 ‘위기관리’를 전공한 은사의 영향을 받은 그는 사건사고의 단순 팩트 나열 기사를 넘어 원인을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를 쓰고 싶다고 한다. ‘위기’나 ‘재난’ 관련 전문기자가 되겠다는 게 그의 최종 목표다.
“사건기자가 힘들지만 매력도 큽니다. 부족한 잠과 점점 고갈되고 있는 체력이 5년 전만 못한 게 고충이지만요. 기자로서의 그 끈기는 선배들께 꼭 본받아야 할 제 숙제입니다.”
낚시에서 예측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다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늘 하루 일어날 일을 모르는 사건기자의 숙명과 엄 기자의 낚시는 그렇게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