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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회장 역차별-마녀사냥 걱정하는 언론

[스페셜리스트│법조] 심석태 SBS 기자·법학박사

심석태 SBS 기자  2012.08.22 14: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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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석태 SBS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됐다. 김 회장이 엄벌을 받았고 재벌 회장에 대한 봐주기 관행이 깨졌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그런데 일반 국민의 눈으로 봐도 김 회장은 엄벌을 받은 걸까?


김 회장에게 유죄로 인정된 범죄 사실은 ▲위장계열사를 부당 지원하게 해서 그룹 계열사들에 2천883억 원의 손실을 입히고 ▲누나에게 보유 주식을 헐값에 넘기도록 해 계열사에 141억 원의 손해를 입히고 ▲차명계좌로 주식거래를 하면서 15억 원의 세금을 포탈했다는 것이다. 조세 포탈만 해도 3년 간 15억 원이니 적어도 어느 한 해에는 포탈 세액이 ‘연간 5억 원 기준’을 넘어서 3년 이상 징역에 포탈 세액의 5배까지 벌금형이 붙는다. 여기에 3천억 원이 넘는 배임까지 유죄인데 징역 4년이 엄벌인가?


‘이례적으로’ 법정 구속을 하면서도 “형량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에 상응하여 유죄에 대한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여, 주된 공소사실의 절반 정도를 무죄 선고”했다는 보도자료까지 낸 재판부에도 할 말이 많지만 이 정도를 우리 사회 일부가 충격적인 엄벌로 받아들이게 된 데에는 언론 탓이 크다.


이번에 유죄로 인정된 것만 하더라도 김 회장의 범죄는 대단히 복잡하고 여러 계열사에 걸쳐 있다. 당연히 수많은 인물과 계좌가 동원됐다. 여기에 압수수색을 물리력으로 저지하는 등 조직적으로 수사를 방해했으니 수사가 장기화될 수밖에 없었다. 구속영장은 줄줄이 기각됐고 법무부와 검찰 내부의 수사 방해설까지 나돌았다. 그야말로 사면초가 상태에서 수사를 벌인 셈이다.


그런데 언론은 이 수사를 어떻게 보도했나? 수사가 장기화되자 이를 ‘표적수사’로 몰아붙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수사를 지휘하던 남기춘 당시 지검장이 사표를 던지자 '남기춘 퇴진으로 되돌아본 검찰 표적수사', '남기춘과 노환균, 그리고 먼지털기식 검찰수사' 등 남 지검장을 ‘저인망식 압수수색과 무차별적인 소환’ 등 낡은 수사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구태 검사로 낙인찍었다. 소환 대상자가 300명이 넘었다고 ‘불러서 괴롭히기 수사’라며 트집을 잡으면서도 한화의 압수수색 저지 등 조직적인 수사 방해 시도를 비판하는 기사는 찾기 어려웠다. 결국 언론도 수사 방해의 한 주체였던 셈이다. 수사가 장기화되고 소환자가 많다는 현상만 볼 게 아니라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탓이다.


이번 판결이 난 뒤도 마찬가지다. 한편으로는 재벌에 비판적인 사회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재벌의 경영상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한쪽으로는 법원이 “총수들을 되레 역차별하는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 “대그룹 총수라고 중(重)처벌하라는 법은 없다”, “정치적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내리는 판결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재벌 총수에 대한 ‘역차별’을 걱정한다. 현재 법으로도 이번처럼 엄벌이 가능한데 굳이 법을 고칠 필요가 있느냐며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움직임을 겨냥하는 기민함을 보여준 언론도 있다. 재벌 총수에 대한 역차별과 마녀사냥을 걱정해주는 언론들이 건재한 한, 이런 불법 경영과 그에 대한 솜방망이 판결 시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재벌 수사가 정치 권력 수사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위로 갈수록 더 보수적인 우리 사법부를 생각하면 이 사건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또 선고가 임박한 SK 등 다른 재벌 관련 사건은 어찌될지 참으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