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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김성준 앵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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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8뉴스’를 진행하는 김성준 앵커는 파업 중인 SJM사의 용역업체 폭력사태에 대해 이렇게 일갈했다. “신나는 올림픽 축제 중이지만 드릴 말씀은 드려야겠습니다. 아직도 폭력으로 근로자들을 두드려 패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니요. 철저하게 수사해야 합니다.”
측근 비리로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한 날은 이랬다. “서글프기도 하고 화가 치밀기도 합니다. 1980년 이후 집권한 모든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하는 기록은 이번에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SBS 뉴스가 건조하게 이 대통령의 사과를 전달한 것과는 다소 다른 논평이었다.
이 같은 김 앵커의 발언은 일명 ‘소신발언’으로 온라인에서 회자됐다. 그러나 김 앵커는 “소신이라든지 용감하다는 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SBS 보도국이 그런 클로징코멘트를 뉴스 안에 포함시킬 만큼 열린 시각으로 뉴스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지극히 상식적인 시선에서 벗어난 일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앵커의 중요한 덕목으로 다양한 취재경험과 더불어 자제력을 꼽았다. “회사에서는 값비싼 양복도 주고 꼼꼼하게 분장도 해줍니다. 좋은 개인 방도 내주고요. 깜깜한 스튜디오 중심에 환한 조명이 들어오고 멋있는 타이틀 음악이 흐르죠.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세상이 8시부터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에 도취됩니다. ‘자유언론 중심에 서서 나쁜 놈들을 물리치리라’는 속삭임에 취하기 좋죠.”
이 때문에 그는 매순간 스스로를 다잡는다고 말했다. 다른 앵커가 클로징코멘트로 ‘개념앵커’ 소리를 들으면 ‘더 좋은 코멘트를 써야겠다’는 욕심도 들지만 앵커가 사명감에 흥분하게 되면 그 순간에 공정성과 냉정한 판단력을 잃어버린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가 클로징코멘트를 정하는 기준은 세 가지. ‘기사의 의도가 잘 드러날 것’, ‘시청자들이 사안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 ‘뉴스의 의미를 담아 짚어낼 것’.
최근 그가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연임을 비판한 클로징코멘트도 그런 맥락이다. “국내와 국제 인권단체들이 일제히 위원장 연임에 반대하고 심지어는 인권위 직원들이 위원장 물러나라고 돈 모아서 광고까지 냈습니다. 국민들이 자기 인권을 현병철 위원장에게 의지하고 싶을지 의문입니다.”
뉴스 직전 김 앵커는 직접 인권위 곳곳에 전화를 걸어 취재했다. “직원들이 광고를 냈다는데 아무래도 노조가 중심이 된 것 아닌가요?” “아니오. 저희가 십시일반 걷어서 낸 거예요.” 1분30초의 짧은 리포트 안에 건조하게 사실만 담긴 기사가 논평으로 거듭났다.
반응도 좋았다. 한 막내급 기자는 보도국 복도를 걷던 그에게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제 선배의 클로징코멘트를 보고 저한테도 여기저기서 문자와 전화가 왔어요. 동료기자들도 부럽다고 하고요. 저도 기분이 좋아서 오늘 취재 열심히 했습니다.”
김 앵커는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수습을 마친 기자들이 현장에서 ‘SBS 나가라’는 소리를 듣고 좌절했던 후배들이었다”며 “이제 어디를 가도 여든, 야든, 사측이든, 노조든 SBS를 반기며 ‘SBS가 와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잇따른 호평과 시청률 상승에도 그는 겸손해 했다. “20년 동안 활주로에 서서 먼지만 뒤집어쓰던 비행기가 굴러가며 겨우 앞바퀴의 고개가 든 정도입니다. 20년간 SBS 기자를 하면서 좋은 기회를 맞이한 동시에 SBS 뉴스가 가장 위험한 국면에 들어섰어요. 바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두렵기도 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