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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길들여지길 거부한 파업…자기검열 침묵 깨고 할 말 했다"

[특별 좌담] 파업 언론사 기자단체 대표

장우성 기자  2012.08.15 13:3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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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언론역사상 최장기 파업 이후 각 파업언론사 기자단체 대표자들이 처음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 왼쪽부터 김상훈(연합뉴스), 박성호(MBC), 한상옥(YTN), 김지방(국민일보) 기자.  
 
인사위 대량 회부에‘언로 막힌 언론’ 개탄
일하고 싶은 기자, 파업 상처 덧내는 사측
김재철 건재하면 불공정 대선 보도 우려
해직자 양보해도 사측은 “무릎 꿇어라”

2012년 언론계 최대 사건은 이론의 여지없이 5개 언론사의 동시 파업이 될 것이다. YTN은 아직 파업이 유효한 상태고 다른 언론사들도 파업은 끝났지만 크고 작은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본보는 이를 계기로 5대 파업 언론사의 기자단체 대표자들과 파업의 의미와 전망을 모색하는 특별좌담회를 마련했다. 이 좌담회는 10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한국기자협회 회장실에서 열렸다. KBS기자협회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좌담회에 불참했다.


◇참석자(가나다 순)
김상훈 한국기자협회 연합뉴스 지회장
김지방 한국기자협회 국민일보 지회장
박성호 MBC기자회장
한상옥 한국기자협회 YTN지회장
진행=기자협회보 장우성 기자


-이번에 파업을 벌이거나 벌이고 있는 언론사들은 모두 최장기 파업 기록을 갱신했다. 이같이 여러 언론사가 장기간 파업에 돌입한 것은 한국 언론역사상 드문 일이었다. 각 언론사 기자단체의 대표자로서 이번 파업에 대한 소회는 어떤가.


   
 
  ▲ 김지방 국민일보 지회장  
 
김지방(지)=국민일보의 173일간 파업이 끝났다. 파업이 끝났다는 느낌을 갖고 싶은데 잘 안된다. 다른 데도 그렇지만 국민일보는 사측이 징계를 하겠다고 한다. 적어놓은 사유를 보면 우리 조합원들이 파업 때 했던 일을 아주 잘 정리해놓았다.(웃음) 파업의 기억이 상기되면서 파업이 진정 마무리된 게 아니라는 걸 일깨워줬다. 국민일보는 2002년에도 47일간 파업을 했는데 이번 파업이 훨씬 길었고 마무리된 모양새도 달라 후유증이 훨씬 큰 것 같다.

김상훈(상)=연합뉴스는 23년 만에 총파업을 벌였다. 하지만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이나 간부 대부분 모두에게 사실상 첫 파업이었던 셈이다. 첫 파업이어서 노조도 신중하게 신경 쓴 면이 많았다. 처음 목표로 내건 공정보도, 사장 퇴진이 확실하게 가시화되지 않은 데 대한 자괴감도 있다. 한편 예전엔 기자들의 자기 검열이 심했는데 이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

한상옥(한)=YTN은 ‘게릴라 파업’이었다. 파업과 복귀를 반복하는 형태로 아직까지 진행형이다. 10차 파업까지 하고 3주 정도 쉬고 있는데 구성원들 사이에선 ‘왜 파업 안하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실 답답하다. 임단협, 해직자 문제 등 빨리 끝내고 정리하고 갔으면 하는 게 모두의 바람이다. 중요한 건 사측의 태도다. 그런데 노조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자는 제안을 무시하다시피 한다. 이상한 조건을 들이밀고 있다. 더욱 답답할 따름이다.

박성호(박)=171일의 최장기 파업을 기록한 걸 어찌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렇게 장기간 파업을 해야 했다는 현실이 참담하다. 자랑스럽다고 하기엔 어폐가 있다. 다만 MBC 파업은 기자들이 첫 횃불을 들었다. 싸움에 대한 열정이 높았고, 공정보도에 대한 고민과 토론이 어느 때보다 많았다. 저 개인적으로는 두 차례 해고라는 기록을 갖게 됐지만 수난이라기보다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파업 이후 현재 각 사별로 가장 큰 쟁점은 무엇인가. 후유증은 어느 정도인지.
지=우선 해고자 복직 문제다. 조상운 위원장이 해고 상태다. 조합원 징계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과제다. 이런 현안보다 더 중요한 건 저널리즘을 제대로 회복하는 문제다. 파업이 끝나면 노조 지도부나 기자협회가 남은 쟁점을 처리하고 나머지 기자들은 일상 속에서 제대로 보도를 하는 게 중요하다. 기자들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런데 계속 회사에서 징계·대기발령을 내리고 파업의 기억을 상기시켜주니까 참 힘이 든다. 노조의 힘을 빼자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가 좋지 않다. 구성원들이 노력하는 만큼 회사도 노력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 김상훈 연합뉴스 지회장  
 
상=파업을 마치면서 노사 합의에 따라 특위가 꾸려져서 여러 현안을 논의하고 있고 좋은 결과가 나타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인사, 징계 등 파행이라면 파행이랄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 구성원들 대부분이 답답해하고 있다. 쟁위대책위원 이외에도 파업 중 사태 해결을 사측에 촉구했거나 사장 연임 찬반투표의 참관인을 한 국장급 선배들까지 인사위에 회부한 상태다. 그런 것들이 파업 기간 중의 좋지 않은 기억을 끄집어내서 상황을 빨리 수습하고 노사합의 내용을 이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23년 만에 느끼는 감정이라 아무래도 후유증도 더욱 클 수 있다.

한=YTN은 파업이 계속 유효한 상황이고 임단협과 함께 해직자 복직 문제, 공정방송에 대한 합의 등이 걸려 있다. 임단협 협상은 중단 상태인데 노조가 재개를 요구했다. 해직사태 해소를 위한 특위를 노조가 제안했다. 일단 사측은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를 댔지만 17일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또 올림픽이 끝나면 인사가 단행될 전망인데 파업 조합원들에 대한 보복인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박=회사는 파업 기자들에게 빨리 올라와서 좋은 뉴스를 만들어보자고 종용하더니 복귀 선언을 한 그날 대규모 인사를 냈다. 보복인사였다. 기자들을 신사옥건설단, 사회공헌팀, 경인지사 광고영업 담당 등에 인사발령을 냈다. 기자만 따지면 해고 3명, 정직 14명, 대기발령 14명에 타부문 인사조치 22명이다. 즉 53명이 보도일선에서 배제된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조직 가동이 안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징계 협박도 끝이 없다. 기자들이 매주 월요일 아침 침묵시위 중인데 이를 CCTV로 채증해서 참여 기자 52명에게 징계하겠다는 경고를 해왔다. 이미 신뢰도를 잃은 권재홍 앵커가 교체돼야 한다고 자유발언대에 글을 올린 기자들에게도 경위서를 요구하고 징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번 파업의 공통분모는 공정보도 사수였다. 파업 기간에는 사측 중심의 보도로 공정보도가 더 악화되기도 했다. 현재 공정보도 문제는 개선되고 있나.
지=신문 편집의 의제 설정에서 현장 기자들 목소리가 더 줄어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우리 주말판의 경우 파업 이전에는 한진중공업 사태나 김용철 변호사 폭로 등 본지에서 제대로 못 다룬 이슈를 심층적으로 다루는 기능을 했다. 주말판 아이템 정하는 것 자체가 상부 통제가 더 심해진 인상이 있다. 이에 대응하는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해결하느냐가 생동감있는 신문, 제대로 된 저널리즘 구현의 관건이다. 파업 기간 중 사주 일가에 편향된 보도가 나온다는 논란이 있었는데 현재는 관련 재판이 미뤄져 쟁점화되고 있지는 않다. 재판이 열릴 때가 되면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상=파업 이후에는 한 번 정도 노조 반발을 산 보도가 있었다. 공정보도 문제는 시스템 문제도 있지만 기자들 스스로 자기검열하는 분위기를 많이 우려했다. 특위에서 그를 깰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회사가 그 부분을 보장해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파업을 거치며 기자 스스로 다짐했던 것도 있고, 데스크들도 노골적으로 간섭하는 문제는 생기지 않고 있다. 일부 후배들이나 저도 출입처에서 “연합이 달라진 것 같다”는 인사말은 종종 듣는다.



   
 
  ▲ 한상옥 YTN지회장  
 
한=최근 노골적인 불공정 보도 사례는 눈에 띄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배석규 사장 이후 보도국장 추천제가 무력화되고 공정방송협의회도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사 협상에서도 국장 추천제 복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보도의 무기력화 문제도 있다. 해직사태가 장기화되다 보니 기자들이 자포자기에 빠졌다고 할까. 공격적으로 취재를 못하는 부분이 있는 듯하다. 10월이면 해직사태 만 4년이다. 구성원들의 피로도가 강하다. 복직문제가 풀리지 않는 데 대한 실망감도 크다.

박=당장 벌어지고 있는 일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근 시사매거진2580의 안철수 원장 관련 아이템이 거부당했다. 유력 대선주자를 검증하는 보도를 하자는 건데 담당 간부는 ‘파업 기자들은 종북좌파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해괴망측한 논리를 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비리 사과 건은 상대 방송사가 주요 뉴스로 처리했는데 MBC는 무더위 소식이 톱을 차지하고 사과 기사는 8번째 슬쩍 처리하는 상태로 봐서 공정보도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기자들은 복귀해서 보도투쟁을 하자는 각성과 결의가 잘돼 있었는데 53명을 통째로 보도국에서 빼버려 원천적으로 차단됐다. 이 빈자리를 시용기자들이 채우고 있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푸는 게 당장 시급하다. 부당 전보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일단 법적으로 바로잡을 부분부터 개선하고 싸워나가야 할 문제라고 본다.

사실 요즘 MBC 보도는 공정성을 논하기도 모자란 참혹한 수준이다. 공정보도는 엄청난 상위의 가치가 돼버렸다. 파업기간 대체인력으로 고용된 기자들이 기자로서 지켜야 할 ABC도 지키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현장에 가지 않았는데 갔다고 데스크에게 보고하고 자료화면을 썼다가 실제 문제가 된 경우가 있는가 하면 각종 조작방송 시비가 이는 자잘한 실수들이 많이 나온다. 말하기도 창피스럽다. 복귀한 데스크들도 골치를 썩고 있다. 한 마디로 저질보도가 이뤄지고 있다.

-MBC의 김재철 사장 퇴진 문제, YTN 해직사태, 국민일보의 편집권 독립 및 해직자 복직 문제, 연합의 공정보도 문제 등 각 언론사별로 고유한 핵심적 문제가 있다. 내부에서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지=편집권 독립은 기자들이 완벽히 이룰 수 없으나 언제나 추구해야 할 목표다. 지금 상황은 좋지 않지만 기자들이 얼마나 자신감을 얻을 건지가 중요하다. 기자들은 그런 자세가 있는데 회사가 편집권 독립 의지를 어느 정도 수용할 것인지 아직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 조상운 위원장 복직은 재판을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합리적인 판단이 나오리라 기대하고 있다. 그 이전에 해직자를 지원하고 연대하는 문제는 지속적인 과제다.



   
 
  ▲ 박성호 MBC기자회장  
 
한=해직자 문제를 우리 힘으로 풀자고 그렇게 이야기했는데도 회사 측 반응은 ‘갈 때까지 가자’는 거다. 해직자들이 복직하면 회사가 잘못된다고 윗분들은 생각하는 것 같다. 자신들이 위해를 입을 거라고 보는 것 같다. 그게 아닌데 왜 그렇게들 생각하는지 답답하다. 기구를 만들어 조건없이 대화를 하자는 건데 아예 전 단계부터 ‘무릎 꿇어라, 그럼 검토하겠다’는 건 뭔가. 사측이 회사를 위해서 해직자 문제는 해결해야 된다고 말하는데 정말 진심이라면 일단 만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닌가. 해직자 입장에서는 특위가 열린다고 해도 어떻게 결과가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 이건 사태 조기 해소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사측이 이를 잘 읽고 문제를 해소했으면 좋겠다.

상=15명 인사위 회부 건을 보고 구성원들은 답답해한다. 언로가 막힌 언론사라는 자괴감 때문이다. 파업 해결하라고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징계하겠다는 걸 보면 언로가 완전히 막혀버린 언론사라는 개탄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 점으로 미뤄 공정보도 등이 앞으로 잘되길 바라지만 사실 구성원들의 기대 수준은 점점 떨어지는 듯하다.

박=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 파업을 잠정 중단한 것도 사실 익히 알려진 대로 여야 교섭단체 간 합의가 있었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새로 구성되면 합리적 판단으로 사태를 해결키로 했다. 국회 합의 정신을 새 방문진이 헌신짝처럼 외면하긴 어렵지 않겠는가. 새로 선임된 여권 이사 중 한 사람이 ‘전임 이사진이 취한 조치가 적절했는지 따져보겠다’고 한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런 국회 합의와 아울러 방송통신위가 이 사태를 해결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국회와 방통위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어긋나면 노조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고민할 것이다. 공식적으로도 파업 잠정 중단 상태라 투표 없이 재돌입할 수 있다.

-파업은 일단 노조가 주도한다. 여기서 기자협회 조직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던져줬다.
상=기자회가 먼저 제작거부에 나선 언론사도 있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심지어 사장까지 기자협회에 가입돼 있다. 파업이 사실상 처음이기도 하지만 기자 조직 내에서 공정보도 등의 고민을 담보하는 게 없었다. 파업 와중에 지회장을 맡으며 그런 고민이 컸다. 그래도 회사의 중추 기능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집단인데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는 건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사장부터 간부, 비조합원, 파업 조합원으로 나뉘어 있는 상황에서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소통구조가 전혀 없었다. 이런 구조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저만 해도 파업 중에 그간 후배들과 소통이 없었다는 걸 많이 느꼈다. 후배들이 회사 시스템에 대해 피부로 느낀 불만을 토로했다. 이 후배들의 바람을 국민일보가 떠안지 못하면 우리에게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 느꼈다. 이번 파업은 파업을 하지 않았으면 드러나지 못했을 후배들의 열망과 문제의식을 드러낸 셈이다. 기자협회장 위치에서 그런 후배들의 생각, 선배와 파업지도부와 시각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한=소통 역할을 기자협회가 하는 게 적절하다는 생각은 든다. 다만 어떤 식으로 할지는 답을 찾기 어렵다. 아무튼 소통 노력은 기자협회의 역할이다.

박=MBC는 우리 기자회의 역할과 위상을 기자들이 제대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제가 작년 3월8일 임기를 시작하면서 할 일 세 가지를 천명했다. △위아래 소통강화 △뉴스정의 바로세우기 △미래비전 제시였다. 그 두 번째 항목인 뉴스의 정의 문제는 기존에는 노조의 보도민실위에서 주로 하는 기능이었다. 하지만 기자들은 그게 노조도 할 일이지만 보도 감시를 가장 잘할 수 있는 기자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간부들은 기자회는 친목단체인데 어떻게 국장 퇴진을 요구하느냐는 그릇된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기자회를 친목단체라고 누구도 규정한 바 없다. 이제야 할 일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타사의 파업을 보면서 인상 깊었던 것들이 있을 것 같다.
한=MBC가 가장 와닿았다. 간부들이 보직을 던지고 징계를 받을 걸 알면서도 후배들을 보호하겠다고 나섰다. 우리 선배들도 마음은 있는데 행동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선배들이 많다는 게 MBC의 힘인 것 같다.
국민일보는 다른 언론사와 상황이 달랐다. 대부분 정치권력과도 걸려 있는 문제인데 국민일보는 사주에 대한 문제다. 엄청난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그렇게 싸웠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지=가장 인상깊은 건 YTN이었다. 4년 전부터 시작된 투쟁에서 해직자가 양산됐는데도 지지치 않고 싸우고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 여러 가지로 시달리는 우리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박=연합뉴스를 가장 먼저 꼽고 싶다. MBC가 이전엔 52일 최장기 파업 역사를 자랑했는데 사실상 첫 파업인데도 103일을 전개하고 전 조합원이 참여하고 해외특파원들까지 동참했다는 것도 특히 인상적이었다. KBS는 함께 보조를 맞춰 든든한 친구들이 됐고 YTN 국민일보 모두 오랫동안 고통받으며 싸워왔는데 우리가 더욱 힘이 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는 미안함도 갖고 있다.

-파업 이후 정리가 한창인 상황에서 대선 공정보도 문제가 부각될 수 있다. 공정보도 시스템과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으면 대선 보도도 벽에 부닥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MBC의 관건은 하나다. 김재철 사장이 그때까지 자리에 있느냐, 없느냐다. 그가 지키고 있다면 공정한 대선보도는 기대하기 어렵다. 공정은커녕 기초적인 면에서 큰 사고를 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궁극적으로 87년 대선 이후 가장 큰 불공정 시비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한=노골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사안마다 교묘한 논란이 예상된다. 올림픽이 끝나면 곧바로 대선 정국인데 주의가 필요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내용상의 불공정성을 따져봐야 한다. 짧은 리포트라도 질의 문제인데 취재 기자들이 더 신경써야 할 테고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상=연합에서는 대선후보 경선 보도 과정에서 이미 한 번 잡음이 있었다. 노사 간에 논의를 해서 바로잡아나갈 수 있는 채널 및 기구들이 필요하다. 파업 이후 경영과 편집을 분리하기 위해 총국장제를 도입했는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장치가 대선 이전에 확보돼야 할 것이다.

-2012년 언론사 파업의 의미를 정리한다면.
박=파업을 한 기자들은 물론 이를 바라본 시청자들에게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기자들의 경우, 가시적 성과만 따지면 현 단계에서는 파업이 성공이 아니라 실패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에 더 큰 의미를 둘 수 있겠다. MBC뿐만 아니라 대부분 언론이 이번 정권 들어 경험하고 있는 것이지만 억압구조가 더 심화되면서 거기에 체념하는 기자들의 자기검열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면서 더 엄혹한 시절을 보낸 선배들은 우리가 순치된 언론인의 길로 가는 게 아닌가 걱정하던 상황이었다. 이 구조를 깨고 이 상황을 모두 뼈저리게 인식하게 됐다는 게 의미가 크다.

시청자들은 이번 파업을 통해 언론독립 문제, 공정보도 문제가 결코 유신 시절이나 5공 치하에서만 나올 구호가 아니라는 걸 발견하셨을 것이다. 미디어법 강행에서도 나타나듯 산업으로서 언론이 부각되면서 신자유주의적 잣대가 언론계에 침투했다. 수많은 채널과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시청자들은 이중에서 골라보면 되겠다고 규정할 찰나에 우리가 가꾸고 지키지 않으면 공영언론이 고사될 수 있다는 걸 아시게 됐다. 해직기자도 결코 군사정권 시절의 일이 아니라 바로 오늘의 문제라는 걸 목격했다.

한=YTN의 투쟁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공정방송이라는 상식을 이야기했다. 6명의 해직상태가 4년이 가까워오도록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파업 동안 구성원들은 4년 전이나, 지금이나 상식에 대한 믿음, 공정보도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해직자들은 하루빨리 돌아와야 한다는 걸 다시한번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상=파업 중 사측이 꾸준히 이야기하던 게 있다. 이러면 우리가 시장에서 입지를 잃는다는 압박이다. 하지만 파업은 젊은 기자들이 취재 현장에서 연합뉴스가 거부당하는 대접을 받기 시작하면서 싹텄다. 국가기간통신사로서 공정보도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걸 구성원 대부분이 인식한 계기가 됐다. 아무리 사측이 산업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시장의 위기를 거론하지만 할말은 하고 살아야 한다. 이번에 15명이 인사위에 회부되자 사내 게시판에 개인 성명이 끝없이 올라오는 것을 보며 느꼈다. 파업은 기자들이 오랜 침묵을 깨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