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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률 한국기자협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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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記者)는 자기 자신(己)을 말하는(言) 사람입니다. 언론(言論)의 소명도 제대로 말하는 데 있습니다. 기자(記者)와 언론(言論)에 ‘입 구(口)’자가 새겨진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말해야 할까요? 기자로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말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기자의 양심입니다.
성경에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만일 우리 언론이 불의와 타협하고 진실을 왜곡하며 비겁함으로 침묵한다면 ‘돌들의 분노’에 맞닥뜨리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미 ‘돌들의 분노’가 시작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언론이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흔들리는 우리의 자화상인 것입니다.
한국기자협회 창립 48주년을 맞아 다시 한 번 ‘반성과 실천’을 생각합니다. 권력을 감시한다면서 정작 유착하지는 않았는지, 편안함만을 좇으며 사회적 약자들의 애환에 무관심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선배 기자들이 쌓아온 언론인으로서의 자존심과 명예를 훼손시키지는 않았는지.
시계 바늘을 되돌려 봅니다. 1964년 8월 17일 선배 기자들이 한국기자협회를 창립하면서 내걸었던 기치는 언론자유 수호였습니다. 선배들은 정권의 비민주적인 언론악법에 끝까지 맞서기 위해 분연히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질곡의 역사와 암울한 세월의 더미 속에서도 숱한 시련을 꿋꿋이 이겨냈습니다.
이제는 저희 후배들의 차례입니다. 상처난 저널리즘을 복원하고 언론개혁과 자정운동에 진력해야 합니다. 국민의 알 권리 충족에 부응하고 언론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데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중앙과 지방, 보수와 진보의 간극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신문과 방송, 통신과 인터넷으로 각자 서 있는 곳은 다르지만 바라보는 곳은 같아야 하는 ‘함께하는 우리’여야 합니다.
올 한 해 정치,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언론사 동시 파업은 우리 기자들이 저널리스트로서 과연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의 과제를 남겼습니다. 안타깝게도 KBS, MBC,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 부산일보는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두 팔은 서로를 밀쳐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끌어안기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해당 언론사마다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모든 것을 훌훌 털어 내고 ‘뺄셈의 아픔’이 아닌 ‘덧셈의 사랑’으로 거듭나길 소망합니다.
특히 노사 양측으로 갈라진 불신과 반목은 부장, 국장 등 데스크급 선배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그 틈을 메워야 합니다. 데스크의 침묵과 무관심이 후배들을 더욱 슬프게 만든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언론계 내부의 파열음을 해소하고 12월 대통령 선거, 남북한 문제 등 국내외 주요 현안들과 관련해 언론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국민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우리의 모습을 확인합시다.
현재 언론계 내부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언론인공제회 설립 추진 또한 국민적 이해와 공감대 형성이 선결 요건입니다.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지만 언론은 바로 국민들이 감시하기 때문입니다.
국민 앞에 떳떳하고, 불의에 침묵하지 않는 전국 8000여 한국기자협회 회원들 모두를 위하여!!!
한국기자협회 회장 박종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