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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평론 프로그램 '편파성' 위험수위

채널A·MBN '주의' 조치…선거방송심의위 "정치적 중립 위반"

이대호 기자  2012.08.01 15: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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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을 앞두고 방송사들의 평론가 초청 정치대담 프로그램에 대한 편파성 우려가 높다. 지난달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주의’ 조치를 받은 MBN뉴스와이드 방송 장면.  
 
“문재인 후보, 오늘 보니까 눈에 자신감이 없어요. 비서의 눈이야….” “그런데 박근혜 위원장 눈은 살아있어요.” “저는 김두관 지사에게 한 5000원쯤 걸 수 있습니다.”

후보의 눈빛으로 이번 대선의 당선가능성을 점치거나 특정 후보에게 베팅까지 하는 이 발언들은 어느 족집게 역술가나 관상가의 예측이 아니다. 다름 아닌 종합편성채널 채널A와 MBN의 시사·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한 정치평론가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물론 이 발언들은 프로그램이 생방송인 관계로 시청자들에게 여과 없이 그대로 전달됐다.

대선을 앞두고 방송사, 특히 종편 정치평론 프로그램의 불공정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평론가의 정치적 중립을 망각한 발언과 이를 제지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부추기는 진행자의 태도가 결합해 빚어지는 결과물이다.

18대 대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김영철)는 지난달 24일 개최한 제4차 회의에서 채널A의 대표 시사프로그램 ‘박종진의 쾌도난마’와 MBN의 주말 종합 뉴스프로그램 ‘MBN뉴스와이드’에 법정제재에 해당하는 ‘주의’ 조치를 내렸다. 두 프로그램이 특정 후보에게만 우호적인 발언을 하는 등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고 편파적인 내용을 방송해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 4조(정치적 중립)를 위반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4월 18대 대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구성된 후 첫 심의 사례다.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6월27일 방송분)는 대선 후보들을 논평하는 과정에서 여당 후보는 부각시키고 야당 후보들은 폄훼했다는 시청자의 민원 제기로 심의대상이 됐다. 문제가 된 부분은 진행자 박종진 앵커와 출연자 이봉규 평론가가 정치 이슈에 대해 대담하는 장면이다. 이봉규 평론가는 ‘시대흐름’과 다소 낯선 ‘깡’ 두 가지로 대선을 전망한다.

“시대흐름 패턴상 지금 여성지도자가 부각되고 우리나라도 여성지도자가 나올 타이밍이다.” “깡을 보려면 눈을 보면 알아요. 문재인 후보, 오늘 보니까 눈에 자신감이 없어요. 비서의 눈이야.” “오너의 눈이 아니라 눈치 살피는 그 비서의 톤으로 관훈토론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박근혜 위원장 눈은 살아있어요. 오히려 너무 살아있는 눈을 의식해서 살짝 낮춥니다…. 이번에는 박 위원장의 가능성이 가장 높아요.”

여기에 대해 채널A 측은 의견진술서를 통해 “제작진이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명하며 “차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겠다”고 진술했다. 더불어 이봉규 평론가에게 경고조치를 취하고 6월27일 이후 출연을 금지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봉규 평론가는 7월28일에도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안철수 분석’을 주제로 박 앵커와 20분 가까이 대담을 했다.

MBN의 ‘MBN뉴스와이드’(6월17일 방송분)는 진행자와 출연자 정영진 위키프레스 편집장이 여야 대선후보 동정, 새누리당 경선룰 조정, 향후 대선 전망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편파성이 드러난 예다. 오명석 앵커가 “대통령 누가 될 것 같아요”라고 묻자 정영진 편집장의 대답이 이어진다.

“저는 여기서 내기를 많이 거는데 말이죠. 김두관 지사에게 한 5000원쯤 걸 수 있습니다. 문재인 고문은 너무 노출이 되었어요. 사실 총선에 안 나왔어야 된다고 보거든요.” “박근혜 위원장은 한계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생각보다 많은 어르신들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여자대통령이라는 것은 용납하지 못하는….” “안철수 원장은 지금까지 정치경험이 전무하고 막상 검증의 시간이 왔을 때 혹독하게 견뎌내야 될 텐데 그것에 대해 저는 확신이 없고요.”

MBN 측은 의견진술서에서 “앵커가 예정에 없는 질문을 했고, 패널로 출연한 정영진 편집장이 답변 과정에서 예측치 못한 답변을 함에 따라 시청자의 오해를 불러올 여지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진행자를 자체 징계하고 정영진 편집장은 출연금지 처리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여야의 경선 과정을 거쳐 대선 경쟁이 본격화되면 이런 편파성 시비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시청자의 높은 수요와 상대적으로 낮은 제작비를 고려할 때 방송사들이 정치 평론 또는 대담 프로그램을 늘리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종편은 이미 뉴스와 대담, 토론 프로그램이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 시사평론가는 “검증된 평론가들이 한정된 가운데 방송사 간, 프로그램 간에 경쟁이 치열해지면 후발 채널과 프로그램들은 선정성과 편파성의 유혹에 빠지기 쉬울 것”이라며 “방송사들이 평론가들의 자질을 검증하고 스스로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