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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 아닌 죄인 취급' 국민일보 파업 기자들

대기발령 한달 넘은 조합원 6명…"화장실도 마음대로 못가"

양성희 기자  2012.07.18 1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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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일보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14일 업무 복귀에 앞서 복도에 모여 있다. 한쪽 벽엔 ‘이제 다시 시작이다’라는 성명이 붙었다. 그러나 나흘 뒤 대기발령 통보를 받은 6명의 기자들은 아직까지 새로운 시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일보 노조 제공)  
 
국민일보 편집국과 종교국 한편에는 하루종일 회의 탁자에 모여 앉아 있는 기자들이 있다. 지난달 18일부터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6명의 기자들이다. 이들은 파업에 적극 참여한 사람들이다. 파업은 끝났지만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국민일보 노사 갈등의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다.

지금까지 ‘일 년 같은 한 달’ 동안 이들에게 주어진 근무 지침은 세 가지. ‘오전 9시30분 출근, 오후 6시30분 퇴근’, ‘외출 시 해당 부국장에게 통보’, ‘근태계는 회사 간부에게 전달’이 그 내용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6명의 하루는 길고 어렵기만 하다.

대기발령 기자들의 주변에서는 “이들은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가는 처지”라며 “사실상 수형 생활을 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사측은 이들이 징계를 받는 것이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대기발령 이유도 “배치를 수용한 부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징계자보다 더 험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게 편집국 기자들의 전언이다.
주어진 업무도 없이 노트북을 들여다보는 일 이외에는 맘 편히 할 수 없다. 그러나 주문사항은 많다고 한다.

비스듬히 앉아 책을 보면 “건방지다”는 소리가, 자리를 비우면 “근무 태도가 불량하다”는 지적이 돌아온다. ‘30분 이상 자리를 비울 때는 책임자에게 허락을 받아라’, ‘점심식사는 12시부터 1시까지 한 시간 동안에 끝내라’는 ‘지침 아닌 지침’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 힘든 것은 대기발령의 기약이 없다는 현실이다. 국민일보 단체협약에 나와 있는 대기발령 최대 기간은 3개월. 이를 넘기면 면직도 가능하다.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조는 대기발령 문제 해결을 노사 TF의 우선 안건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사측은 부정적이다.

괴로운 것은 대기발령 당사자들뿐만이 아니다. 이들을 지켜보는 편집국 동료들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한 기자는 “간부들도 마음이 무거워 대기발령자들을 못 쳐다보겠다고 터놓는다”며 “사측은 이들을 받겠다는 부서장이 없어 대기발령 상태라고 하지만 간부들은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그들에게 마음의 빚이 있어 먼저 연락하기도, 밥 한번 먹자고 제안하기도 미안하다”며 “눈 인사 정도만 건네며 지낸다”고 말했다.

편집국에 앉아있는 대기발령자들의 시선은 보통 아랫 쪽으로 45도를 향한다. 이들의 심경을 나타내주는 모습이다. 안쓰럽게 보는 선배들의 시선도, 미안해하는 후배들의 눈빛도 가슴 아파 아예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 게 낫다는 이야기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대기발령은 징계가 아닌 하나의 인사조치라는 게 사측의 논리”라며 “그런데도 이들을 갖가지 이유를 들어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