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사측이 이정호 편집국장을 상대로 제기한 ‘직무수행 및 출입금지가처분’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부산지방법원 제14민사부는 11일 이 사건 결정에서 이 국장에 대한 사측의 ‘대기발령’ 징계의 효력을 인정하며 이 국장의 편집국장 직무를 정지시키고 부산시 동구 수정동 부산일보 본사 출입도 못하게 했다. 이를 어길 경우 이 국장은 1회당 100만원씩을 사측에 지급해야 한다.
쟁점이 된 징계처분의 효력에 대해 재판부는 이 국장이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이 미치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측이 단체협약이 아니라 포상징계규정을 적용해 징계했다고 해서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부산일보 노조와 이 국장은 그동안 노사의 암묵적 합의 또는 노동관행에 의해 간부 사원에게도 장기간 단협의 징계규정을 적용해왔기 때문에 포상징계규정을 적용한 이번 징계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포상징계규정에 따라 회사측 징계위원 9인으로 적법하게 구성된 징계위원회에서 출석한 징계위원 9인의 전원 찬성으로 결의되었고, 그 밖에 어떤 절차상 하자도 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징계처분의 효력은 피신청인에게 통지된 즉시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12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아쉬움을 표했다. 이 국장은 “구체적인 징계 이유와 절차적인 문제는 본안소송에서 다루는 만큼 이번 가처분에서는 ‘징계를 했으니까 일단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는 것이 재판부의 입장인 것 같다”며 “징계 과정의 절차적인 문제를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것에 의구심도 가고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안소송에 대비해 재판부의 결정은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국장은 “내일부터 회사 출입과 편집국장 업무는 일시적으로 중단하려 한다. 그러나 이는 징계 문제나 편집권 수호 투쟁의 끝이 아니라 한 과정일 뿐”이라고 밝혔다.
부산일보 노조는 이번 결정으로 부산일보의 편집권 독립이 도전받게 됐다고 우려했다. 노조는 12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번 결정은 지난 2월 포상징계위 위원 구성이 단협 징계위와 같이 변경된 것으로 봐야 한다던 이전 재판부 결정과 상반된다”고 지적하며 “재판부의 일관성 없는 결정으로 혼란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다수 조합원에 의해 추대된 편집국장이라도 경영진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포상징계위를 열어 중징계하고 직무에서 배제시킬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노조가 새로운 다짐으로 투쟁에 나서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측이 후임 편집국장 추천을 요청하더라도 본안소송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응하지 않으며 편집국장 대행 임명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일보 편집국장은 단협상 노조의 추천(3인)으로 사장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노조 추천이 없으면 후임 편집국장 임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측은 편집국장 대행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