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영등포 경찰서 출입기자단의 결의사항을 어겼다는 이유로 영등포서는 물론 서울시내 모든 경찰서와 서울시경, 경찰청을 포함한 전 경찰라인에 연말까지 출입정지를 당했다. 서울시경 기자단이 지난달 서울시경과 일선 경찰서, 2진 기자실 출입정지를 결정한 데 이어 경찰청 기자단도 최근 출입정지를 의결했다.
시경기자단의 일원으로 경찰팀을 가동하는 언론사가 특정 경찰서가 아니라 전 경찰라인에 출입정지를 당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조선일보는 “출입정지는 조선일보에 대한 집단적인 해코지”라며 “비약에다 연좌제까지 적용한 징계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발단은 3월 29일 발생한 서울남부지검 최재호 부장검사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이었다. 사건발생 후 남부지검을 담당하는 영등포서 기자단은 최 부장검사 해임과 지검장 사과 등을 검찰에 요구하는 한편 남부지검 취재·보도 제한을 결의했다. 검찰에 대한 압박의 뜻으로 남부지검에 대한 보도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 결의에는 조선일보 출입기자도 참여했다.
문제는 조선일보가 한 달 후인 4월 28일 이 결의를 깨고 남부지검발 기사를 작성하면서 발생했다. 남부지검이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백원우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는 짧은 기사였다. 이 기사가 나가자 영등포서 기자단은 “조선일보가 기자단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며 영등포서 기자실 출입정지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징계는 영등포서에만 한정됐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징계에 반발해 5월 15일 다시 ‘경찰공제회 간부, 증권사서 1억 리베이트’라는 기사로 남부지검 수사결과를 보도하자 기자단은 즉각 추가징계를 결정했다. 연말까지 영등포라인 기자실 출입정지와 함께 서울시내 전 경찰라인에 대한 출입정지를 시경기자단에 요청하는 것이었다.
결국 시경기자단은 조선일보의 합의 파기를 ‘기자단의 명예를 실추할 만한 중대한 사유’로 판단하고 전 경찰라인 출입정지를 결정했다. 시경기자단 소속 한 언론사 시경캡은 “조선일보가 기자단 결의를 파기했기 때문에 기자단 규정에 따라 출입정지를 내린 것”이라며 “징계가 과하다고 공식적인 이의를 제기하면 연말 전이라도 재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성추행에 대한 검찰의 사과와 남부지검 제재에는 동의하지만 ‘취재거부’라는 방식에는 이의를 제기했다. 조선일보 사회부 한 기자는 “취재거부는 취재원이 하는 것이지 기자가 하는 게 아니다”며 “취재거부가 기자의 권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남부지검에 책임을 묻겠다면 기사를 써도 더 써야지 거부하는 것은 언론사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남부지검 옹호기사도 아닌데 출입정지는 과도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