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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수사' 논란…언론사찰 이대로 묻히나

사찰 폭로 KBS 송명훈 기자 "검찰, 수사 의지 있었나" 비판

원성윤 기자  2012.06.20 14: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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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사찰 대상에 주요하게 제기된 언론사 사찰 관련 내용들은 전혀 언급되지 않아 검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을 재수사한 결과 500건의 사찰 사례를 조사했다고 13일 밝혔다. 그러나 검사 14명을 포함해 46명의 수사팀이 3개월간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지만 스스로 이번 사건의 몸통임을 자처한 이영호 전 비서관의 이른바 윗선을 밝혀내지 못했다.

당시 ‘리셋 KBS 뉴스’를 제작해 민간인 불법사찰을 보도했던 송명훈 기자는 검찰의 수사의지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1만5000장에 달하는 공판기록을 전부 읽다가 첨부된 CD를 통해 불법사찰 사실을 보도했던 송 기자는 “총리실 직원들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임박한 즈음인 토·일요일에도 나와 종이서류 4만5000장을 파쇄기에 갈아서 버리는 증거인멸을 계속해서 시도했다”며 “정황증거들이 나왔음에도 실제로 불법사찰이 3건밖에 안 된다는 검찰의 설명을 누가 믿겠느냐. 검찰의 수사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역시 지난 14일 ‘검찰 수사결과 발표, 사찰 집중된 YTN은 단 한 줄도 없다’라는 이름의 성명에서 “검찰의 불법사찰 재수사 결과는 부실, 축소라는 말도 아까울 정도로 실체 가리기에 급급한 수준”이라며 “보수 단체가 막연하게 고발한 전 정권 관련 부분은 적극 수사해 사례까지 나열한 반면 YTN 노조가 고소한 YTN 불법사찰은 공식 발표 자료에서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발표한 사찰 명단에는 당초 KBS 노조가 발표한 김인규 KBS 사장, 배석규 YTN 사장 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엄기영 전 MBC 사장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내용은 없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사찰은 소문이나 인터넷 신문기사 검색 등으로 정보를 수집한 수준이어서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의 해명이 궁색하다는 게 언론계 지적이다. YTN 노조에 따르면 송찬엽 1차장 검사는 수사 결과 공식 발표 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김충곤 점검1팀장이 ‘YTN을 사찰한 이유는 당시 노조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YTN노조는 “사실이라면 현 정권의 국가적 범죄행위를 밝히는 중대한 단서”라며 “1차장 검사가 밝힌 김충곤의 진술은 현 정권이 언론을 탄압하기 위해 총리실의 불법사찰을 수단으로 공권력을 통제, 조종했다는 국가적 범죄사실을 명백히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런데도 검찰은 이번 불법사찰 재수사에서 이런 내용들을 더 조사해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결국 국정조사나 특검을 통해 민간인 불법사찰을 밝히는 길 밖에 남지 않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