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이후 보수언론은 종북 관련 보도를 거의 매일 1면 등에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당초 비례대표 후보 선출의 부정선거 의혹에서 촉발된 당내 민주주의 문제가 초점이었지만 보수언론이 손을 대자 어느새 종북 문제로 급격히 비화됐다. 야권에서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집권당과 보수언론이 신매카시즘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보수언론은 공인인 정치인의 사상, 즉 종북성향을 검증하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라고 주장한다. 종북이 문제인가, 종북몰이가 문제인가. 매카시즘이 문제인가, 매카시즘 뒤에 숨기가 문제인가. 내외통신 선후배로 기자생활을 시작해 현재 연합뉴스와 중앙일보에서 북한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두 기자의 입장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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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용훈 연합뉴스 북한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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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딱지 붙이기, 언론이 선 넘었다”
근거 없는 이념 공격…당사자들 소송 등 대응 필요<장용훈 연합뉴스 북한부 차장>-일부 언론보도가 매카시즘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어떻게 보나.“몇몇 인사들에 대해 사건의 본질은 외면하고 북한과 연계시켜 보는 것은 색깔론 또는 매카시즘적인 측면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석기, 김재연 의원이 종북 주사파라면 사퇴 요구 전에 현행법으로 처벌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애초 본질은 종북이 아니라 통합진보당 내 민주주의의 문제였다. 기자라면 누구를 낙인찍는 것은 별명조차 굉장히 조심한다. 그런데 ‘주사파 의원’, ‘종북 의원’, ‘간첩출신 의원’ 딱지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을 보며 대단히 놀랐다.”
-통합진보당이 북의 세습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 해소될 문제가 아닌가.“북한의 세습만 문제가 아니라 어떤 공적인 권력도 세습이 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보수언론이 북의 3대 세습만큼 삼성의 3대 세습을 비판했나. 사학재단과 대형교회의 세습도 마찬가지다. 북의 문제에 대해 가능한 입장을 밝히는 게 맞지만 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다. 새누리당에 이건희 회장 일가의 재벌세습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 대충 에둘러 갈 것이다. 동일한 잣대가 필요하다. 이석기, 김재연 의원을 ‘종북 의원’이라고 하는 보수언론은 박근혜 의원이 새누리당 후보가 되면 ‘독재자의 딸, 대통령 후보 되다’ 이렇게 제목을 뽑을 수 있어야 한다. 보수언론의 낙인찍기가 선을 넘었다.”
-보수언론이 이야기하는 종북의 기준은 무엇이라고 보나.“북에 가서 김정일을 만나고 온 박근혜 의원은 친북이냐, 연북이냐, 종북이냐. 또 지령을 받은 것이냐, 회담을 하고 온 것이냐. 종북이라고들 하는데 그 기준이 뭔지는 모르겠다. 종북 프레임은 굉장히 선정적이고 실체가 있기보다는 상대를 공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을 어떤 생각을 가졌을 것이라고 규정하고 낙인찍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머릿속을 언론이 들여다볼 수 있나. 하태경 의원은 대표적 주사파였다가 전향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이 전향한 척하는 것인지 어떻게 아나. 사람 머릿속을 단죄하려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단죄의 방식도 문제다. 마치 북한에서 정치범을 공개석상에 올려 자아비판하고 돌팔매질하는 것과 같다.”
-왜 이런 보도가 몇 주째 1면을 장식할까. 진보세력이 자초한 측면이 있지 않나.“따지고 보면 색깔론이나 종북 논쟁은 케케묵은 것이다. 이게 다시 등장한 것을 보면 우리 사회가 80년대 수준에서 언론을 수용하는 것 같다. 기자가 기사를 쓰고 편집자가 제목을 다는 손가락이 떨리게 만들어야 한다. 종북으로 지목된 당사자들이 소송을 걸고 손해배상을 청구해 ‘간첩 의원’ 보도가 맞는지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아무것도 안하고 넘어가는 것은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언론 수용자들의 태도변화가 당장 필요하다.”
-대선까지 종북 프레임을 가져갈 것이란 예상이 많은데.“보수언론이 이 카드를 너무 빨리 썼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반복해서 들으면 별로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어버이연합 수준이 아니라 정상적인 사고를 한다. ‘종북 빨갱이’ 보도에 피로감이 쌓인다. 한 달은 이러고 가지만 장기적으로는 어렵다. 새누리당이 권력을 잡으려고 한다면 끝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 박근혜 의원이 후보가 되면 통일외교안보에 대한 입장을 요구받을 텐데 종북 프레임을 갖곤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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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종 중앙일보 정치부문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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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세력은 엄연한 실체, 스스로 자초한 일”
종북팩트 발굴 빈약…이념보도 가이드라인 제정해야<이영종 중앙일보 정치부문 차장>-보수언론의 ‘종북’ 보도가 매카시즘이란 지적이 있다. 어떻게 보나.“종북이다, 매카시즘이다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능력은 누구에게도 있지 않다. 종교기관이나 사법기관이 평가해도 수긍할 사람이 없다. 하나의 판단 기준은 그런 기사와 논평이 얼마나 팩트에 기초하고 있느냐다. 이 여부는 기자와 편집책임자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그동안 북한과 관련한 민감한 이슈들이 팩트가 아니라 정략적인 필요에 의해 주장됐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실체가 없이 허망한 경우가 많았다. 이번 건도 중간평가가 필요한 시점이긴 하다.”
-말한 대로 이번 논란과 언론보도를 중간평가하면.“중앙일보의 첫 보도는 팩트에 입각한 것이었다. 그때 종북으로 비판받은 사람들이 입장을 밝히고 대의를 위해 처신했다면 문제가 이렇게까지 불거지진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보수언론이 매카시즘으로 비판받는 부분은 팩트라고 주장하는 것이 과거의 사실이거나 사안의 본질과 관련 없는 것까지 다 끄집어내 과장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전향한 장기수를 비전향으로 쓴 것과 같은 사소한 것 말고는 없는 것을 붙이진 않았다.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 취재해서 현재 어떤 사람이 종북이다, 어떤 사람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팩트를 발굴했어야 했다.”
-그래도 마녀사냥식 보도는 문제가 아닌가.“일반인이 아니라 공직자에게는 추궁할 수 있다. 다만 종북이 이념과 사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주사파, 간첩, 종북이라고 명시해 표현한 것은 문제가 있다. 지속적으로 이런 보도를 되풀이한 점은 낙인찍기가 맞다. 그러나 자기 입장을 밝히지 않고 논란을 키워 스스로 보수언론 ‘종북’ 보도의 디딤돌이 된 인사들의 책임도 만만치 않다.”
-보수언론이 말하는 종북세력의 실체는 무엇인가.“종북세력은 분명히 존재하고 우리 사회 곳곳에 포진해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고 강하다. 북한 노동당이 대남 통일전선을 통해 남한 내에 혁명역량을 구축해 놓은 것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인사들이 종북인가와는 별개다. 종북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생각보다 많지만 남북간의 국력차이를 볼 때 체제를 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 통전부에서도 이런 한계상황을 볼 것이다.”
-최근 종북 보도에서 아쉬운 점은.“기사가 남북문제와 통일문제, 그리고 과거의 공안사건 등 시대적 배경에 대한 연구와 취재 없이 현재 일어나는 표면적인 사건만 쫓는다. 그러니 과열·과장되고 논란이 나온다. 북한문제와 통일문제에 대해 전문인력과 취재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한국기자협회에서 북한보도 또는 이념보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나 취재강령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보수진보가 다 공감하면서도 아주 현실적으로 만드는 게 좋다.”
-종북 보도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기획됐다는 분석도 있는데.“그렇게 오해는 할 수 있지만 우리 언론시스템이 그 정도는 아니다. 진영논리에 따른 보수와 진보 이분법에서 이런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보수언론이든, 진보언론이든 하루하루 진실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