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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 해고·사장 교체…결사적 단식까지

국민일보 파업 173일의 발자취

양성희 기자  2012.06.13 1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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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넘겼고, 세 번의 계절이 지났다.
국민일보 노조원들이 반년에 달하는 파업대장정을 마쳤다.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해 12월 23일부터 파업을 푼 올해 6월12일까지 173일간이다.

국민일보 노조는 사측이 조용기 회장과 조민제 사장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조상운 노조 위원장을 해고한 데 이어 7차례에 걸친 임단협 협상이 결렬되자 파업을 선언했다.

노조의 요구는 △개인비리 혐의에 연루된 조민제 사장 퇴진 △편집국 기자 75.2% 불신임을 받은 김윤호 편집국장 불인정 △노조위원장 부당해고 반대 △사측의 노조 무력화 시도 분쇄 △기본연봉 1%(자연승급 2.5% 제외) 인상 불가 △단체협약 개정 불가 반대 등이었다.

어머니와 형, 동생에 이르는 조용기 목사 가족의 경영권 다툼이 국민일보의 독립성 문제로 발전하면서 노조는 사실상 국내 최대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조 목사 일가라는 거대한 종교권력에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대부분 장기화를 예측하지 못했던 파업은 조민제 사장이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노조에 대해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15명 고소 등 강경책으로 맞서면서 해결의 실마리는 희미해졌다. 조 사장은 “내가 나가든, 조상운이 나가든 해야 한다”며 위원장 해고에 배수진을 쳤다. 대화 제의에 일절 응하지 않았고 노사대화는 완전히 단절됐다.

공방을 이어가던 노사에 새로운 계기가 찾아왔다. 노조가 지난 3월 조민제 사장의 미국 국적 문제를 제기하면서 파업 사태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는 듯했다.

1996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시민권을 취득한 조민제 사장은 신문법에 따라 신문사의 대표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노조는 사장 퇴진을 거듭 촉구하며 철야농성에 돌입했고 서울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유권해석을 받아 국민일보에 신문법 위반 사항에 대해 조속한 시정조처를 권고했다.

애초 합법성을 주장하던 국민일보 측은 서울시의 권고까지 나오자 한발 물러서 체제를 정비했다. 재단 이사회를 열어 조민제 사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고 김성기 신임 사장을 임명했다. 조 회장이 일단 최일선에서 물러나고 기자 출신 첫 사장이 된 김성기 사장이 등장하면서 돌파구 마련에 대한 기대도 나왔다. 그러나 노사 교착상태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사측은 ‘선 복귀, 후 대화’와 노조위원장 복직 불가 방침에서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았다.

결국 조상운 위원장을 비롯한 부위원장단은 4월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조합원들이 무노동 무임금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등 기약이 없이 극단으로 치닫는 노사 대결 구도에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후 손병호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가 들어서자 노사는 125일 만에 첫 대화를 시작했다.

16차례에 걸친 협상 끝에 파업 152일째 만에 노사는 △노조원 3명에 대한 민사소송 취하 △지면평가위 운영 △임금 4.5% 인상 등을 뼈대로 한 가합의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노조 총회에 안건 상정이 무산되면서 긴장감은 고조됐다. 쟁대위원에 대한 징계 여지를 남겨둔 것과 조합원 20명에 대한 형사고소 조치를 유지한 데 따른 비판이 일었다. 이에 손 위원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 5명은 재협상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단식 5일째를 맞아 사측의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주말 내 회의를 거듭하며 급박하게 돌아가던 사측은 노조의 반대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다. 12일 열린 조합원 총회는 파업에 종지부를 찍었다. 국민일보 사상 최장기 파업이 끝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