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이 25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종편 선정과 관련된 심사자료 일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지만 언론계에선 방통위가 이 결정을 쉽게 따르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종편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불거졌던 각종 특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4개 종편을 물론 참여 주주와 방통위, 정권에 미칠 파장 때문이다.
한 일간지 기자는 “현 정권 미디어정책의 핵심이 종편 허가인데 그 특혜 물증을 지금 공개하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다”며 “MB정부에 화살이 돌아가는 일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당사자들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종편에서 탈락한 한국경제의 한 관계자는 “특수관계자 우회출자 등 적법성 여부를 따져봐야 하는 정보가 담겨 있어 정권이 바뀌기 전에는 공개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TV조선 한 관계자는 “공개된 자료가 종편에 참가한 주주들에 대한 불매운동과 협박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공개에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모 법무법인에 법률자문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진 방통위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공개 대상을 보면 이런 반응이 이해가 된다. 종편 사업자 선정 직후인 지난해 1월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방통위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당시 요구한 자료는 종편 및 보도채널 승인을 의결한 방통위 회의록, 심사위원회 회의록 및 심사자료, 심사위원회 구성 및 운영 등에 사용한 예산 집행내역, 승인 대상 법인의 특수관계자 참여 현황, 승인 대상 법인의 중복참여 주주 현황, 주요 주주의 출자 등에 관한 이사회 결의서 내역 등 7개 항목이다.
방통위는 이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했고, 언론연대는 지난해 7월 방통위의 정보공개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서 언론연대가 승소한 것이기 때문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7개 항목 전체가 공개 대상이다.
이 자료는 종편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거의 모든 자료를 망라한다. 이 자료를 통해 대기업 계열사의 우회 출자, 특수관계인과 중복주주 현황 등을 살펴보고 적법성 여부를 따질 수 있다. 또 조·중·동 종편에 유리하도록 비계량적 지표 배점을 높인 것이 아니냐는 등 이미 제기된 각종 의혹도 검증할 수 있다.
언론연대 김동찬 기획국장은 “심사 당시 특정 언론사를 정치적으로 선정하고 심사는 짜맞추기 식으로 했다는 의혹이 있어 정보공개청구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의 선택은 세 가지 정도다. 첫째는 공개 거부 입장을 고수하며 항소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사회적 저항에 직면해야 한다. 둘째는 깨끗이 공개하는 것이지만 종편 4사와 주주들의 반대는 물론 위험부담이 크다. 세 번째는 공개는 하되 물타기식 부실공개를 하는 것이다. 이미 공개된 자료에 일부 회의자료를 첨부한 것으로 알려진 종편 선정 백서 수준으로 공개할 수 있다. 언론연대가 우려하는 것도 이것이다.
김 국장은 “이미 정보공개청구와 행정심판에서 시간을 끌만큼 끌었기 때문에 이제는 즉각 모든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며 “방통위가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누누이 밝힌 만큼 항소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