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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검찰·언론의 이중잣대

김재철-의혹 속출에도 '모르쇠'
정연주-없는 죄도 만들어 해임

장우성 기자  2012.05.30 15: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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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전 KBS 사장과 김재철 MBC 사장. 공영방송의 수장이라는 점 외에는 별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비교 대상이 되고 있다.

청와대·정부여당·검찰·언론의 이중잣대 때문이다. 정연주 전 사장은 검찰, 감사원, 교육부, 방통위 등 국가기관과 언론, 보수시민단체가 총동원돼 ‘먼지털이’ 식으로 꼬투리를 잡아 해임됐다. 이와 대조적으로 김재철 사장은 각종 개인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회사 내 갈등이 최극단에 달하고 있으나 정연주 사장 해임에 나섰던 모든 기관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 정연주 전 KBS사장  
 
여당·언론, 분위기 띄우고 신속 수사

정 전 사장과 김 사장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더 뚜렷해진다.
정 전 사장은 여당, 언론, 정부기관 등이 전방위적 공세로 해임 분위기를 띄운 뒤 고소 고발이 이뤄지자 사정·수사기관이 신속하게 움직여 해임에 이르렀다. 그러나 당시에도 해임 사유를 두고 논란이 많았으며 결국 모두 대법원 무죄 확정됐다.

KBS 이사회는 2008년 8월 방만 경영, 공정보도 훼손, 인사 실패 등을 이유로 한 정 전 사장에 대한 감사원의 해임제청 요구를 받아들였다. 평가가 다를 수 있는 ‘방만 경영’이 임기가 2년 남은 공영방송 사장을 해임해야 할 사유인지 논란이 일었다. 인사실패로 거론된 팀제 개혁도 KBS 내에서도 찬반이 팽팽한 사안이었다. 공정보도 훼손은 2004년 ‘탄핵방송’이 큰 이유였으나 4년이 지나 꺼낸 것은 정권교체에 따른 보복이라는 반론이 일었다.

이후 무죄 판결된 배임 부분은 “국세청과의 법인세 소송에서 승소가 예상되는데 중도 포기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논리였다. 당시 정 사장은 KBS가 의뢰한 법무법인의 “승소가 어렵다”는 판단을 받아들여 소송을 중단한 것이라 이 같은 논리는 ‘억지 춘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설령 사실이었더라도 개인 이익을 위해서라기보다 ‘정책의 실패’였던 셈이다. 그 밖에 개인 비리 의혹들은 국가기관이 총동원됐으나 사실로 확인된 것이 없어 해임의 근거도 되지 못했다. 게다가 경찰은 2008년 8월8일 KBS에 공권력을 투입해 해임 안건을 상정한 이사회를 보호했고 해임된 다음날 곧바로 정 전 사장을 긴급체포했다.

정 전 사장은 올해 대법원에서 해임 취소 판결을 받아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이 국회에서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다. 해임 여론을 지폈던 업무상 배임 건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됐다. 이사회에서 해임제청을 통과시키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이명박 정부와 코드가 다른 신태섭 KBS 이사를 해임한 것도 취소 판결을 받았다. 애초에 해임 자체가 억지였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 김재철 MBC 사장  
 
횡령·배임 등 노조가 밝힌 것만해도

이에 비해 김재철 사장은 각종 의혹과 회사 운영의 난맥상이 드러나고 있으며 정 전 사장의 경우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는 평이다.

2년간 법인카드 7억원을 쓴 사용 기록이 공개됐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규모인 데다가 내역도 의혹이 일기에 충분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특정 무용가의 친오빠를 특채하고 총 20억원 규모의 행사를 맡기는가 하면 두 사람이 같이 신도시 아파트를 구매해 부동산 투기에 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까지 일고 있다.

대부분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닌 사적 이해관계와 관련된 의혹이며 횡령, 업무상 배임, 특경가법 위반 혐의까지 거론된다. 더구나 수사권이 없는 노조가 밝혀낸 것만 해도 이 정도인데 팔짱을 끼고 있는 정부·수사기관이 나서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소리도 나온다.

PD수첩 제작진 대거 전보에 시사고발프로그램 ‘후 플러스’ 폐지, 시사보도국, 시사교양국 폐지 및 노조가 사례로 든 것만도 30건에 달하는 친정부적 공정보도 훼손 논란, 친여적 인사의 중용과 비판적 언론인에 대한 좌천 등 인사 시비도 임기 내내 이어졌다.

‘낙하산 사장’ 논란에도 자유롭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이 MBC 기자 중에 가장 친한 사람”이란 평은 예전부터 있었다.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조차 “김 사장은 (MB)캠프 인사보다 더 캠프적인 사람” “(김 사장 선임에) 임명권자(이명박 대통령)의 뜻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2007년 대통령 선거 때 지역MBC 현직 사장 신분으로 이명박 당시 후보의 사조직인 안국포럼에 빈번히 출입했다는 구체적 증언도 전해진다.

정연주 전 사장은 KBS 사장이 되기 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만난 것은 당선 후 한겨레신문사를 공식 방문했을 때 한 차례뿐일 정도로 실제 교류관계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도 ‘낙하산’ 시비를 피할 수 없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또한 노조의 120일이 넘는 파업, 기자 155명의 집단 사직 결의, 4명의 해고자, 103명의 징계자 양산, 간부들의 보직사퇴, 단체협약 일방 해지 등 노사 관계는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정 사장도 KBS 1노조와 계속 대립적인 관계였으나 최근의 MBC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80도 달라진 새누리당·검찰
그러나 ‘정 사장 해임 주역’들의 태도는 180도 다르다.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3월 심재철 수석부대표가 “사퇴 0순위는 정연주 KBS 사장”이라고 선언한 것을 시작으로 총공세에 나섰으나 김재철 사장 문제는 언급조차 회피하는 실정이다.

국가기관의 행보도 큰 차이가 난다. 검찰은 2008년 5월 전 KBS 직원이 정 사장을 업무상 배임으로 고소하자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감사원 역시 보수단체들이 특별감사 청원을 한 6일 뒤 감사에 착수했다. 김재철 사장은 한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을 뿐 아무런 조사를 받지 않고 있다. 최시중 전 위원장이 나서 김금수 전 이사장에 정 사장 해임을 압박했던 방통위는 ‘자율 해결’을 주장하다가 야당 추천 방통위원들의 촉구로 마지못해 방문진 이사장 간담회를 추진하고 있다.

보수언론도 한몫했다. 한 예로 동아일보 2008년 8월6일자 사설 ‘KBS 정연주 폐해 청산하고 대수술 나서라’는 이렇게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코드 사장으로 임명돼 편파방송을 일삼고 좌편향적인 특집으로 거듭 물의를 빚은 정 사장이 방송의 공정과 독립성을 거론하는 것은 난센스다. KBS 노동조합까지도 ‘편파방송 무능경영의 빌미를 제공해 KBS를 위태롭게 해놓고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들먹이며 자리 욕심만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 사장은 대부분의 구성원으로부터도 신임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KBS 정 사장’을 ‘MBC 김 사장’ 등 몇 단어만 바꾸면 유사한 상황인데도 대부분 보수언론은 MBC 파업 건에 대한 보도는 소수의 단순 사실 보도에 그치고 있다.

정연주 전 사장은 28일자 한겨레에 실은 칼럼에서 “4년 전에는 그렇게 온 권력기관이 총출동한 가운데 한나라당과 조·중·동, KBS 노조가 강고한 강철대오를 형성하여 벌떼처럼 내게 덤벼들었는데 지금 그때 그 세력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잠잠하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