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한겨레신문은 지난해 9월15일자 신문의 기사와 사설을 통해 김종훈 전 본부장의 쌀 개방 약속과 관련한 보도를 했다. |
|
| |
법원이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새누리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쌀 시장 개방 추가협상을 약속했다’는 한겨레신문 기사로 인해 명예가 훼손당했다며 한겨레와 기자 3명을 상대로 낸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노만경)는 지난 17일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정치인에 대한 제보나 폭로를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도하지 못하게 되면 취재보도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받고, 국민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제한할 수 있다”며 “보도로 인해 원고의 사회적 평가가 다소 저하될 여지가 있지만 보도 내용이 악의적이거나 경솔한 공격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한겨레는 지난해 9월 15일자 위키리크스를 인용해 김종훈 전 본부장이 2007년 8월 한-미 자유무역협정 서명 직후 얼 포머로이 하원의원을 만나 대화내용을 담은 위키리크스 문서를 인용해 ‘김 전 본부장이 쌀 개방 추가 협상을 약속했다’는 의혹을 담은 기사와 사설을 보도했다.
재판부는 ‘위키리크스’에 인용된 김 전 본부장의 발언에 대해 “완곡한 어법을 사용하는 것이 외교계의 관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정부로서는 김 전 본부장의 발언을 ‘쌀 시장 개방에 관한 추가협상의 시사점’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고 위키리크스 문건 역시 이를 우회적으로 시사하고 있음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2008년 김 본부장의 예견과 비슷하게 한-미 쇠고기 협정이 체결됐고 2010년 12월 자동차 부분이 쟁점이 된 한-미 FTA가 타결됐으므로 미국 쪽이 제시한 3가지 문제 가운데 쌀 문제도 미국의 요구에 따라 처리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혹이 생길 수 있었다”며 “김 본부장 등이 국회에서의 신속한 한-미 FTA 비준안 통과를 위해 쌀시장 개방 문제는 쌀 쿼터제가 종료된 이후에 재논의하기로 합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은 정정보도 부분에 대해서는 김 전 본부장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한겨레가 근거자료로 제출한 위키리크스의 문건을 살펴보면 ‘약속’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이 없기 때문에 이 사건 보도가 허위”라고 판결했다. 이에 앞서 외교통상부가 한겨레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도 한겨레는 패소했다. 한겨레가 항소해 현재 이 소송은 서울고등법원에 계류 중이다.
한겨레 측은 정정보도에 대해서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쌀 문제를 재논의하자는 것이 추가 시장개방을 위한 협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가 해석한 것으로 했기 때문에 정정보도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당시 포머로이 의원은 김 본부장에게 “한·미 FTA에서 쌀이 제외돼 캘리포니아 곡물업자들이 반발하고 있다”며 쌀 문제 해결을 촉구하자 김 본부장이 “현재로는 쌀 문제를 다룰 수 없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의 쌀 관세화 유예가 2014년에 끝나면 한국 정부가 재논의(Revisit)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겨레 정은주 기자는 “약속이라는 표현은 언론의 평가 영역인데 이를 언론에서 쓸 수 없고 발언만 옮긴다고 하면 언론의 역할은 굉장히 제한적이게 된다”며 “정정보도 부문은 법원에서 끝까지 다툼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전 본부장 측은 항소 여부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