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집행부에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된 가운데 MBC 파업이 중대한 분수령을 넘게 됐다. MBC노조는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파업의 정당성이 입증됐다”며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더욱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이미 무용가 J씨에 대한 특혜 지원과 배임 의혹으로 김재철 사장의 도덕성이 치명타를 입은 상황에서 노조 집행부 구속 시도가 불발로 끝나고 설상가상으로 J씨와 관련한 충격적인 의혹들이 추가로 터져 나오면서 이제 김 사장의 퇴진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21일 정영하 위원장 등 MBC노조 집행부 5명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당초 경찰의 ‘불구속 기소’ 의견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했던 검찰이 판정패를 당한 것이다. 결국 자충수가 된 검·경의 영장 청구와 법원의 기각 결정으로 MBC 파업은 정당성을 얻고 역공의 전기를 마련한 셈이 됐다. MBC노조는 “편파·왜곡·불공정 방송에 맞서 시작된 우리의 투쟁은 정당했으며, 온갖 부도덕과 비리를 저질러 온 김재철에 대한 우리의 퇴진 요구는 당연한 것임을 이제 법으로도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도 21일 성명을 통해 “법원의 이번 결정은 언론인들의 파업 투쟁이 우리 사회의 정의를 위해 절실한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평가했다.
김재철 사장 퇴진 투쟁은 탄력을 받았다. MBC노조는 당장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김재철 사장과 무용가 J씨가 투기 광풍이 불었던 충청북도 오송 신도시에 수억 원대 아파트 3채를 공동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김 사장과 J씨가 부적절한 유착 관계를 넘어서 “경제적, 법률적으로 ‘한 몸’이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김재철 사장이 무용가 J씨에게 몰아준 20억원이 넘는 거액은 단순한 후원과 특혜가 아니라 사실상 자신의 이익까지 염두에 둔 축재와 횡령이었던 것”이라며 “한국방송 사상 최악의 게이트”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업무상 배임에 횡령 의혹까지 더해 이번 주 중 김재철 사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으로 추가 고발할 예정이다. 사장 퇴진 투쟁이 법적 처벌 촉구로 변해가는 양상이다.
김재철 사장의 ‘정치권 줄대기’ 행적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노조는 김 사장이 울산MBC 사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선 경선 주자 시절부터 캠프 사무실을 수시로 출입했다고 주장했다. 주목할 것은 김 사장이 출입했다고 알려진 ‘안국포럼’이 친이계 인사들의 핵심 근거지이자 베이스캠프로 당시 이 대통령의 경쟁자였던 박근혜 후보를 겨냥한 핵심 경선 전략을 수립, 집행한 곳이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집행부가 친박 진영으로 꾸려진 상황에서 8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교체되면 김재철 사장이 남은 임기를 채우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잇단 의혹 제기로 사면초가에 내몰린 김재철 사장이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번번이 무리수로 귀결되고 있다. 기자들의 집단 반발을 산 ‘시용(試用)기자’ 채용은 당초 30명 목표에 20여 명만이 지원해 미달 사태가 벌어졌고, ‘채널A’의 박모 기자를 경제부장으로 영입하려던 시도 또한 수포로 돌아가며 빈축만 샀다. MBC는 또 권재홍 앵커가 노조원들의 물리력 행사로 부상을 입었다며 17일 ‘뉴스데스크’ 첫 소식으로 보도하는가 하면 김재철 사장과 J씨의 아파트 매매 의혹에 대해서도 노조의 주장을 반박하며 반격에 나섰으나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오히려 역공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MBC노조는 ‘뉴스데스크’ 보도와 관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와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