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일을 넘긴 MBC 총파업이 중대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김재철 MBC 사장의 비리 의혹이 연달아 터져 나오며 정치권이 김재철 사장을 집중 타격, 그동안 미동도 없던 방송통신위원회마저 움직이기 시작하는 등 대외적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이 와중에 경찰이 오히려 노조 핵심간부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노조 탄압용 ‘편파 수사’ 논란은 물론 격렬한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시용기자’ 채용에 권재홍 보도본부장의 ‘헐리우드 액션’ 해프닝, 사측의 왜곡 선전 논란 등으로 파업 조합원들도 더욱 격앙된 상태라 MBC 총파업은 막바지 대격돌로 치닫는 모양새다.
김재철 사장에 대한 의혹은 법인카드, 무용가 J씨 관련 의혹을 넘어서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지역MBC 사장 재직 시절 차명계좌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제기되는가 하면 2007년 대선 당시에는 현직 사장 신분이면서도 이명박 후보를 직접 수행하고, 안국포럼에서 활동하는 등 사실상 ‘특보 이상’의 활동을 했다는 신빙성있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야당의 공세도 김재철 사장으로 집중된다. 5개 언론사가 파업을 벌이고 있으나 최근 집중 타격 대상은 단연 김재철 사장이다. 지난 9일 소속 의원들의 김 사장 면담 시도를 MBC가 '난입'으로 보도하면서 일전을 치른 데 이어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은 18일 광주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언론사 파업의 해결은 김재철 퇴진에서 시작된다”고 아예 김 사장을 특정해 다시 강조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16일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불러 비공개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MBC 파업에 대한 해결 방안을 듣겠다는 것이었으나 김 이사장이 갑자기 불참을 통보하면서 간담회는 무산됐다. 방통위는 MBC 파업이 110일을 넘기는 동안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다가 이제야 움직이고 있다. 방통위는 다음주 김 이사장을 다시 부를 계획이다.
새누리당은 언론사 파업을 '불법 정치 파업'으로 규정하면서 자율해결 방침을 반복하고 있으나 파업 장기화에 대한 부담은 역력한 모습이다. '사장 선임 문제'가 파업의 근원이란 점은 인정하면서 개선의 필요성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 비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MB 사람' 김 사장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사다.
이러한 시점에서 경찰의 MBC노조 핵심 간부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이 이뤄져 파업사태는 '시계 제로'의 국면에 진입하게 됐다. 언론계의 반발도 거세다. 한국기자협회는 성명을 내 "몰염치한 김재철 사장, 무책임한 정부여당에 경찰까지 거들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온갖 비리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는 김재철 사장은 한차례 조사에 그쳤으나 노조에 대한 업무방해죄 수사는 신속히 진행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또한 이미 해고 상태에 있는 정영하 위원장, 강지웅 사무처장, 이용마 홍보국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은 '부관참시'하는 꼴이라는 성토도 나온다.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는 21일 열린다. 만약 정 위원장 등이 구속될 경우 총선의 여당 승리 후 다소 지루하게 평행선을 달리던 언론사 파업 사태가 엄중한 상황에 돌입할 전망이다. MBC는 지난 1992년 52일 총파업 당시 이완기 위원장 직무대행과 손석희 아나운서 등 7명이 공권력 투입 끝에 구속됐으나 비판적인 사회적 여론이 급상승하면서 결국 최창봉 사장 퇴진에 이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