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에 이어 KBS노동조합(1노조)이 지난 4일부터 파업에 돌입하며 KBS의 양대 노조가 동시에 총파업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그러나 두 노조의 파업에 대한 KBS 측의 대응이 상반된 양상을 보여 ‘이중 잣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KBS 1노조는 지난 4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KBS는 이에 앞서 총파업 찬반투표가 시작된 지난달 12일 경영진 명의로 성명을 내고 “이번 파업 찬반투표는 정치적인 요구 사항을 관철하려는 불법 파업이므로 회사 차원에서 법과 사규에 따라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파업 12일째를 맞은 15일 현재까지도 KBS의 대응은 어쩐지 잠잠하다. 새노조 파업을 전후로 연일 성명을 내어 파업 철회와 업무 복귀를 호소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KBS는 새노조와 기자협회가 지난 2월 각각 총파업과 제작거부를 결의한 직후부터 약 두 달간 20차례 이상 성명과 호소문 등을 통해 업무 복귀를 명령했다. KBS는 새노조 파업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업무방해로 인한 형사상 책임, 징계를 통한 불이익 처분이 가능”하다고 경고해 왔다. 실제로 KBS는 지난 4일 김현석 위원장을 비롯한 새노조 집행부 5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는 등 본격적인 강경 대응에 나섰다. KBS에 따르면 새노조와 1노조의 파업 모두 “불법 정치파업”이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전혀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KBS 측은 “두 노조의 파업의 방향이나 강도,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1노조의 경우 조합원 대부분이 일을 병행하며 근무가 비는 시간에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같은 파업이라도 업무에 차질이 없고 ‘리셋 뉴스’와 같이 회사를 공격하거나 음해하는 활동도 없으니 본부노조(새노조)와 대응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1노조는 열흘 넘게 총파업 중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조용한 분위기다. 1노조 측은 파업 참여 인원을 약 1000명, 매일 집회에 참석하는 인원을 본사와 지역 포함 500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실제 전면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은 극소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무늬만 파업’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배재성 실장은 “(1노조 역시) 근로조건 개선과 관계가 없으니 불법파업에 해당하나 파업 과정에는 불법성이 없다”고 말했다.
두 노조의 파업을 바라보는 KBS의 시선 역시 크게 엇갈린다. 새노조는 ‘김인규 사장 퇴진을 통한 공정방송 복원’을, 1노조는 ‘KBS 이사회 및 사장 선임제도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을 파업의 목표로 하고 있다. 배재성 실장은 “본부노조는 사내 문제로 시작해 사장 퇴진으로 비화되는 등 투쟁의 지표가 왔다 갔다 하다 보니 국민 반향을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꼬집으며 “1노조는 파업이 극심하지 않으면서도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사안을 들고 나왔기 때문에 실제적으론 1노조의 파업 방향이 국민 입장에서 설득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다 보니 KBS가 1노조의 파업을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뒷말도 나온다. KBS는 지난달 19일 메인뉴스인 ‘뉴스9’를 통해 “공영방송이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려면 무엇보다 사장의 선임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면서 이례적으로 1노조의 파업 결의 소식까지 보도했다.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목표 아래 사측과 1노조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짜고 치는 파업’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배재성 실장은 “1노조의 주장과 회사 입장이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지난해 수신료 정국에서 수신료 산정 기구 및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여야 의원들의 법안 발의가 있었고 그 부분에 대해 회사도 공감을 표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