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칭 ‘국회선진화법’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앞으로 법안 처리에는 재적의원 5분의 3의 동의가 필요하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도 사실상 폐지됐고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방해)를 도입했다. ‘식물국회’를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으나 쟁점 현안에서 다수당의 횡포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평가받고 있다.
여기서 국회가 동시 파업의 홍역을 앓고 있는 공영적 언론사 이사회의 선진화 역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당 성향 이사들의 일방통행이 낙하산 사장 선출, 나아가 언론사 장기파업의 원인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영 언론사 이사회 개혁의 쟁점은 이사회 구성과 특별 다수제 채택이다.
이사회 구성에서 여권 성향의 이사들이 일방적 다수를 차지하는 구조에서는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언론 장악’ 논란이 재현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방송법은 KBS 이사회 구성을 규정한 제46조에서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밝혀놓았으나 현재 이사 성향상 여야 7대 4의 구조다.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역시 방문진법 제6조에 “방송에 관한 전문성 및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한다”고 돼 있으나 현재 여야 5대 4의 구조를 이룬다.
7명의 이사로 구성된 뉴스통신진흥회는 다소 나은 형태다.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회에서 의장 1명, 여야 각각 1명 등 3명, 대통령이 2명, 한국신문협회와 한국방송협회가 각각 1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여야 의석수, 신문협회장, 방송협회장이 누구냐에 따라 진폭이 크다. 실제 1기 진흥회는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성향이 많은 4대 3을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3기 이사회는 여야 6대 1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에 KBS 1노조는 이사를 12명으로 늘리고 6명을 여야 동수로, 6명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배구조개선 투쟁에 나선 MBC노조는 여, 야, 비정치권 3대 3대 3으로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결 방식은 KBS이사회, 방문진 모두 재적이사 과반수를 채택하고 있다. 이를 3분의 2로 상향 조정하는 ‘특별다수제’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반수 의결의 폐해는 KBS에서 대표적으로 드러났다. 2008년 8월 임시 이사회에서 11명 이사 중 1명 불참, 4명이 퇴장한 상태에서 6명의 찬성으로 정연주 사장 해임결의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정 사장 해임은 대법원에서 취소 확정돼 이사회는 역사적 오점을 남겼다.
특별다수제가 채택될 경우 여권 성향의 이사들만으로는 주요 안건을 통과시킬 수 없게 된다. 법안 처리 기준을 5분의 3으로 높인 국회 선진화법과 비슷한 효과를 낳는 셈이다.
현재 국회에는 허원제 새누리당 의원과 정장선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방문진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의결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결국 정부의 의지가 관건이라는 의견이다. 전문성과 대표성, 중립성을 살려 공영 언론사 이사를 추천하도록 돼 있는 기존 법 정신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미 이사 구성을 다변화하고 일부 특별다수제를 채택하는 등 비교적 법적 조건을 촘촘히 짠 뉴스통신진흥회가 지배하는 연합뉴스가 사장 선임으로 갈등을 빚는 것도 한 예다. 또한 보도전문채널이라는 공공성을 지닌 YTN도 사각지대로 남는다.
이에 군사정권 잔재가 남아 있던 노태우 정부 시절조차 방송위원장에 재야 운동권의 원로이던 강원룡 목사를 선임한 사실도 거론된다.
한 미디어전문 기자는 “여야 추천 방식에 함몰되면 정치적 외풍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며 “정부가 공영방송, 방송통신기구 수장을 임명하더라도 임명 후에는 철저히 독립성을 지키는 선진국의 문화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