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몰락은 파이시티 로비 대가로 8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30일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되며 대미를 장식했다. 1일 동아, 조선, 중앙은 일제히 이 소식을 1면과 관련기사로 다루며 정권실세의 마지막 모습을 전했다. 종합편성채널 인허가와 관련 최 전 위원장과 조·중·동이 정권 초기부터 올 초까지 줄곧 밀월관계를 유지했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 보도는 격세지감이다.
최 전 위원장에 대한 세 신문의 태도 변화는 지난 1월26일 아시아경제가 최 전 위원장이 정용욱씨를 통해 국회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린 사실을 폭로하면서 촉발됐다. 다음날 최 전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전격 사퇴를 선언했고, 그 다음날부터 조선, 중앙, 동아는 차례로 사설을 통해 최 전 위원장을 질타했다.
조선은 1월28일 사설 ‘이상득 이어 최시중…물러날 때를 놓친 사람들의 끝’에서 “정권 내 인사들도 최 위원장이 방통위 1대 위원장 3년 임기를 마친 작년 3월에 물러났어야 했다는 의견”이라며 “그때를 놓치고 나니 2대 위원장 임기를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하는 운명을 맞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선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해 3월 최 전 위원장 연임 결정 때 조·중·동이 침묵으로 일관했던 것을 돌이켜보면 낯 뜨거운 것이다. 당시 한겨레와 경향 등 일간지들은 땅투기 문제와 언론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며 연임에 강하게 반대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세 신문은 종편 사업자 선정 후 최 전 위원장에게 지속적인 ‘종편 밀어주기’를 기대했다. 최 전 위원장 역시 “종편 파이를 키우는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밝히며 유대관계를 확인했다.
세 신문이 본격적으로 최 전 위원장을 타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22일 대검 중수부가 최 전위원장이 인허가와 관련 시행업자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인 것이 확인되면서다. 조선과 동아는 다음날 1면에 이 사실을 보도했고, 중앙도 24일에는 1면 기사로 다뤘다. 세 신문은 최 전 위원장의 비리가 이명박 대통령 대선자금으로 쓰였다는 점을 거론하며 청와대까지 겨냥했다.
동아는 지난달 24일 사설 ‘MB 목 밑까지 올라간 측근 비리 의혹’에서 “내 주변은 깨끗하다던 이 대통령의 말이 공허할 뿐이다”며 “대통령은 도대체 주변 관리를 어떻게 했는가”라고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중앙은 27일 사설 ‘‘실세 검은돈’ 수사, 미적거리지 마라’에서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거악과 맞선다는 중수부의 모토가 빛바랜 표어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세 신문이 돌변해 최 전 위원장을 가차 없이 버린 것은 혐의가 변론의 여지가 없다는 점과 함께 최 전 위원장 구속으로 측근 비리가 본격화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선을 긋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또한 개국 이후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종편 실적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한 일간지 기자는 “종편 선정 과정에 1~2개도 벅찰 시장에 왜 4개나 허가하느냐는 불만이 있었다”며 “이런 악감정이 조·중·동이 최시중을 비정하게 내치는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