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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에 쫓기고 권력에 치이고…편집국장 '수난시대'

이충재 한국일보 국장·이정호 부산일보 국장

이대호·원성윤 기자  2012.05.02 11: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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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충재 한국일보 국장  
 
“광고매출 부진” 전격 경질…이충재 한국일보 국장

“광고 매출 부진으로 편집국장을 경질한다면 기자들은 광고에 도움 되는 비즈니스 기사나 쓰라는 이야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

한국일보 이충재 편집국장이 지난달 30일 전격 경질됐다. 국장에 취임한지 10개월 만의 조치였다. 이유는 광고매출 부진. 노조를 비롯해 편집국 기자들은 장재구 회장과 이상석 사장 퇴진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이상석 사장은 이날 ‘CEO의 글’을 통해 “언론사에 대한 주요 광고주들의 기여는 광고와 협찬으로 이뤄진다”며 “특히 광고매출의 점진적인 감소와 협찬 증대 추세 속에서 편집국장의 역할론에 대한 논의가 가열돼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 광고·협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억원이 줄어드는 경영수지상 하락세를 기록했다는 게 교체의 주된 배경이었다. 그러나 이 국장 취임이후 지면혁신 등을 통해 신문의 비판성 회복을 체험한 기자들은 사측의 조처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 국장은 지난해 6월 편집국 기자 95%의 압도적 지지로 임명동의를 받았고, 이후 노보에서도 “한국일보의 존재감과 힘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이 국장에 대해 신뢰를 보내왔다.

기자협의체인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는 이날 성명에서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한 기자들을 우롱한 것은 물론 구성원들의 자존심에 치유하기 힘든 심대한 상처를 입혔다”며 “편집권을 심각하게 유린하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경영진은 내달 창간 58주년, 지령 2만호 기념을 앞두고 이 같은 반발에 부딪히자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편집국 부장단들 역시 이날 오후 5시께 이 사장을 만나 유감을 표명했다. 이 사장은 이 자리에서 “이 국장이 만들었던 신문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이번 인사는 경질이 아니라 고육지책”이라며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건은 1~2일 민실위 주도로 실시하는 편집국 기자(노조 소속)들의 투표다. ‘사장 퇴진 시까지 임명동의절차 유보’와 ‘즉각적인 인사 철회 요구’ 두 가지 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 13명의 민실위원 가운데 10명은 인사 철회에 손을 들었다. 젊은 기자들을 중심으로 기수별 성명도 발표되고 있어 내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원성윤 기자 socool@journalist.or.kr





   
 
  ▲ 이정호 부산일보 국장
(사진=미디어오늘 이치열 기자)
 
 
“출근했더니 밤새 책상 사라져”…이정호 부산일보 국장

“아침에 출근했더니 책상과 의자가 깨끗이 사라졌다.”
이정호 부산일보 편집국장은 최근 수난의 연속이다. 노동절인 1일 새벽 사측은 이 국장 자리를 몰래 치워버렸다. 더 이상 일하지 말라는 뜻이다. 업무용 노트북과 전화기는 벌써 회수해 갔다. 지난달 18일 사측이 이 국장에게 두 번째 대기발령 징계를 내린 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사측은 이 국장을 내쫓기 위해 법원의 판단까지 무시했다. 법원은 이번 징계에도 노조 대표가 참가해야 한다고 했지만 사측은 국·실장만으로 해고나 다름없는 징계를 강행했다.

사측이 이 같은 무리수를 두는 것은 이 국장이 눈엣가시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부산일보에는 정수장학회의 문제점을 다루는 기사가 여러 차례 1면 등에 비중 있게 실렸다. 정수장학회 사회환원을 다룬 기획기사는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1월)까지 수상했다. 부산일보 지분 100%를 가진 정수장학회가 이를 용납할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호진 부산일보 노조위원장은 “정수장학회 입장에서 재단을 보호하고 옹호해야 할 신문이 비판에 앞장섰으니 환장할 노릇일 것”이라며 “이정호 편집국장을 몰아내는 것이 1월에 새로 임명된 새 사장의 임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국장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사측의 부당한 요구에 맞서는 그의 의지가 강했다. 사측이 기사 삭제를 요구하자 무시했고, 신문발행을 중단하자 노조와 함께 제작을 강행했다. 정수장학회의 반론보도문은 거부했고, 징계에는 소송으로 맞섰다.

부산이 연말 대선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상황도 이 국장이 수난을 당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전 이사장인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정수장학회가 이 국장에게 선거보도를 맡기겠느냐는 것이다. 이는 이 국장의 두 번째 징계사유가 야당 편향성 기사였다는 것에서 잘 드러난다.

이런 사정에서 급기야 사측이 택한 게 물리적으로 이 국장이 업무를 못 보도록 하는 것이다. 사측은 조만간 이 국장에 대해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호 기자 dhlee@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