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사측이 지난 18일 이정호 편집국장에게 또 다시 ‘대기발령’ 징계를 내림으로써 편집국장을 교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대기발령은 부산일보에서 해고와 다름없는 수위의 징계로 이 국장에게는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번째다.
부산일보 내부에서는 이명관 사장이 사태 해결 의지를 정수장학회에 보여주는 수단으로 이번 징계를 강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호진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장은 “법원이 사측의 주장이 모순되고 ‘신의칙’에 반한다고 밝혔는데도 징계를 한 것은 사장이 윗선에 이런 몸짓이라도 보여줘야 하는 사정이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부산일보 사장 임명권은 주식을 100% 소유한 정수장학회가 갖고 있다.
이런 정황은 첫 징계 후 진행된 근로자지위보전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이 지난 2월 이 국장의 손을 들어줬음에도 사측이 징계를 강행한 데서 확인할 수 있다. 더구나 2차 징계 이틀 전에는 사측의 이의신청에 대해 법원이 편집국장 징계 무효를 재확인한 터여서 사측의 편집국장 교체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읽을 수 있다.
이처럼 사측이 법원의 결정을 거슬러 징계를 강행하자 전국언론노조는 사측의 배후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지목하고 나섰다. 언론노조는 23일 성명서에서 “이번 징계는 부산일보 사측이 아니라 정수장학회의 결정이요, 박근혜의 결정”이라며 “자신의 입맛에 안 맞는 편집국장을 징계함으로써 대선가도를 위해 언론을 장악하려 함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부산이 12월 대선의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박근혜 위원장의 영향력 하에 있는 정수장학회가 부산지역 최대 매체인 부산일보 편집국을 장악하려 할 것이란 판단이 깔려 있다. 이것은 사측이 이 국장 징계사유로 야당 편향적인 보도와 이로 인한 절독 증가를 적시한 것에서 잘 드러난다.
사측의 편집국장 교체 의지는 높지만 현실적으로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법원이 이미 이 국장에 대한 징계를 무효라고 판단했고 경영진을 빼고는 사내 여론도 사측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혹 이 국장을 바꾼다 하더라도 편집국장은 기자들의 추천을 거쳐 선임하도록 돼 있어 사장이나 정수장학회 마음대로 임명할 수도 없다.
사측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이 국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편집국장 대행을 내세우는 것이지만 이럴 경우 물리적 충돌이 따를 수밖에 없어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이명관 사장은 최근 이호진 노조 지부장과의 면담에서 이 같은 뜻을 비치기도 했다.
18일 결정된 징계는 이 국장이 재심을 신청하지 않음에 따라 24일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이날 이 국장은 정상 출근해 업무를 봤고 사측은 전날까지 출근을 막겠다고 했지만 정작 당일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앞으로 사측이 이 국장에 대해 직무정지가처분을 제기하면 이 국장도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다.
한편 업무질서 문란 등으로 해고된 이호진 노조 지부장은 노사합의로 해고 5개월 만인 지난 18일 복직했다. 이 지부장은 지난해 11월29일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고 법원에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최근 조정 과정에서 노사에 복직을 제안했고 18일 노사가 이를 받아들여 복직이 성사됐다. 노사가 쌍방에 제기한 고소·고발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