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은 8명의 기자 출신 초선 의원을 배출했다. 앞으로 의정활동에서 언론계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들이다. 언론 현안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요즘이라 더욱 그렇다. 지역구에서 사투 끝에 승리를 일궈낸 여야의 대표적인 기자 출신 당선자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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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길정우 당선자(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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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을 읽을 줄 알아야 제대로 된 정치”
새누리당 길정우 당선자(전 중앙일보) 길정우 새누리당 19대 국회의원 당선자는 오른손이 편치 못했다. 셀 수 없는 악수에 선거운동 기간 후반에는 압박붕대에 의지해 버텼다. 총선이 끝난 뒤에도 그의 손은 쉴 틈이 없다. 17일 오전 인터뷰 직전까지 출근길의 지역주민들을 만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길 당선자의 지역구 서울 양천갑은 원희룡 의원이 3선을 기록한 여당의 텃밭이지만 녹록지 않았다. 1.2% 차이로 승부를 낸 피 말리는 격전이었다. 2년여 동안 지역을 다진 상대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약점이었다.
“처음엔 유권자들이 두렵고 생소했어요. D-5쯤 되니 편해지더군요. 유권자들의 마음이 전해져왔습니다.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선거 기간 내내 길 당선자를 “우리가 공들여 영입한 인재”라고 자랑했다. 그는 예일대 정치학 박사를 거쳐 사회 첫발을 주미한국대사관 의회담당관으로 내딛었다. 이어 중앙일보 기자로서 외교안보전문가로 활약하다가 중앙M&B의 CEO를 지낸 이력을 갖고 있다.
박 위원장과의 인연은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 캠프에서 여성복지정책단장으로 일한 아내 안명옥 전 의원이 맺어줬다. 이를 계기로 외교안보 분야 정책 자문을 해오다가 출마 제의를 받기에 이르렀다. 평소 “공직생활을 통해 봉사하면서 인생을 마무리하자”고 생각해온 그에게 전환점이 됐다.
그러나 앞으로 의정활동은 외교통상통일위원회보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펼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길 당선자는 “산업으로서의 미디어를 잘 육성한다면 적어도 동아시아 시장은 재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진국 의회를 가까이서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새누리당이 정책정당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는 포부다.
언론계 현안인 파업 사태에 대해서는 “정부가 전면 개입하기보다는 제3자도 참여하는 객관적인 점검기구를 통해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언론계의 숙원인 ‘언론인 공제회’ 설립을 위해서는 언론사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문사 발행인, 방송사 경영진부터 나서 공제회의 물적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정부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제안했다.
길 당선자는 여당이 압승한 총선 결과에 대해서도 낙관을 경계했다. 그는 “민심은 도도히 변화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불신만 키웠다. 집권당인 새누리당도 반성해야 한다”며 “민심을 긴장하며 읽고 조기 대처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정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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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통합당 신경민 당선자(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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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승리에 우쭐하는 사장 물러나야”
민주통합당 신경민 당선자(전 MBC)민주통합당 신경민 당선자는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유권자들에게 허리를 굽혀 90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 캠프에서는 앵커 출신이라 거만하다고 오해를 산다며 종용했지만 듣지 않았다.
“이재오씨가 90도 각도로 인사하지만 국민들이 믿습니까? 몇도 굽히는가보다 진심으로 예의를 갖추고 자신을 낮추는 게 더 중요합니다.”
결과가 말해줬다. 박해를 받으면서도 MBC 뉴스데스크 앵커로서 ‘할 말을 했던’ 그의 꿋꿋함은 3선의 여당 사무총장을 격침시켰다. 신 당선자의 표현대로 정치 초등학생과 대학생의 대결에다가 ‘우리나라 어느 선거구나 35%는 무조건 새누리당을 찍는’ 불리한 환경에서 빚어낸 작품이다.
그러나 야당의 총선 성적표는 참담했다. 위태위태하던 야권연대는 새누리당에 과반 의석을 내줬다. 그래도 민주통합당은 진정한 반성의 기미가 없다. 그는 “국민들에게 무엇을 하겠다고 하기보다 불쌍한 야당을 찍어달라는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다”며 “이제는 현역 의원으로서 소속 당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선됐으면서도 기뻐하기만 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언론사 파업 때문이다. 그의 지역구 영등포을만 해도 파업 중인 KBS, MBC, 국민일보가 있다. 지역구에서 한판승부를 결심하게 된 것도 무엇보다 언론계 후배들의 바람이 컸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 당선자는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기초이고 언론자유가 있어야 재벌개혁, 검찰개혁, 남북관계 개선도 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야당에 기대를 걸어보라고 했다.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의 140석은 18대의 87석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말이다. 아무리 새누리당이 과반 정당이라 해도 무시할 배짱은 없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언론사찰과 공영적 언론사의 정상화 문제를 우선 정리하고 다음 개혁 어젠다로 넘어가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신 당선자는 언론사 파업에 침묵하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는 “언론 현안에 입을 닫고 있는 것은 인식의 천박함 때문”이라며 “그 정도 인식으로 나라를 다스리겠다면 자격 부족이며 그런 정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또한 불행의 시작”이라고 질타했다. 파업 언론사 사장들에 대해서도 “여당이 총선에서 이겼다고 힘을 받았다고 보는 듯한데 그런 어리석은 사장들이 물러나야 파업이 끝난다”고 꼬집었다.
그에게 파업 중인 언론사 후배들에게 보내는 ‘클로징 코멘트’를 부탁했다.
“여러분들이 하고 있는 일은 힘들지만 옳은 일은 항상 힘듭니다. 옳은 길을 가면 누가 보상해주진 않습니다. 그래도 그 길을 가는 것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