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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압승'에 KBS 사장 '파업 전면전'

김인규 사장 "억지파업 중단하라" 종용
노조 게시물 강제 철거에 물리적 충돌

김고은 기자  2012.04.13 17: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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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이 여당의 승리로 끝나자마자 김인규 사장이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파업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인규 사장은 선거가 끝난 다음날인 전 사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새노조의 파업이 ‘억지파업’이라며 속히 업무에 복귀할 것을 종용하는 한편, 본관 앞에 설치된 노조의 천막을 경찰까지 동원해 강제로 철거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김인규 사장은 파업 38일째를 맞은 12일 전 사원에게 보낸 사내메일을 통해 새노조 파업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공영방송은 결코 멈춰서는 안됩니다’란 제목의 편지는 “본부노조(새노조)의 파업으로 어느 때보다 인력이 부족한 상태인데도 공정한 선거방송을 차질 없이 치러낼 수 있었다”며 구성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김 사장은 이어 “이번 본부노조의 파업은 명분이 어떻든지 간에 참으로 온당치 못한 일”이라며 “절차적으로도 정당하지 못할 뿐 아니라 파업 목적 또한 불법적”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총선을 앞두고 특정 정당에 노골적으로 편향된 모습을 보임으로써 공영방송인의 자세를 스스로 저버린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유감스러운 행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백번 양보해서 본부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적어도 총선 전에 파업을 끝내거나 총선기간 만큼은 파업을 접고 방송을 했어야 한다”면서 “공영방송인으로서 국민의 대표를 뽑는 총선에서 취재와 제작을 거부한 본부노조의 행동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조의 이번 파업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억지파업이라는 점을 직시하고 하루속히 업무에 복귀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또 이 글에서 KBS 사장으로 취임한 뒤 지난 2년5개월 간 “KBS가 정치권력이나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진정한 공영방송이 될 수 있도록 그 기틀을 마련”하는데 매진해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취임 당시 자신했던 수신료 인상이 관철되지 않은데 대해선 “정치권은 자신들의 당리당략에 치우쳐 수신료 현실화를 외면했다”며 책임을 돌렸다.



   
 
  ▲ 지난 10일 여의도 KBS 본관 앞에 설치돼 있던 새노조의 농성 천막과 현수막 등을 KBS 청경들이 강제 철거, 조합원들이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새노조 측은 KBS 한 청경(손가락 표시)이 김현석 위원장의 목덜미를 내리치는 등 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제공)  
 
김 사장의 편지에 노조는 기가 차다는 반응이다. 파업 중인 충주KBS의 한 기자는 답장 형식의 글을 통해 “(사장님은) 선거 결과가 만족스러운 모양”이라며 “편지 쓰시면서 입가에 아련히 맺혀있는 미소가, 그리고 행간에 스며있는 자신감이 자꾸 떠오르고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김 사장의 편지에 대해 “KBS본부 너네 졌으니까 이제 숙이고 들어와”라는 포고라고 지적했다. 이어 “KBS본부의 파업은 총선과 관계없다”며 “이번 파업은 시작도 사장님이고 끝도 사장님”이라고 밝혔다. 또 “점잖게 이런 편지 보내면서 뒤에서는 조합원의 대표이자 사원 대표인 노동조합 위원장을 두들겨 패고, 말로는 노사화합이니 일치단결이니 하면서 뒤에서는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무더기 징계를 날리고 있다”며 이중적 태도를 비판했다.

실제로 선거를 전후로 파업에 대한 KBS측의 대응 수위는 날로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오전 노조가 KBS 본관 앞에 설치한 천막을 경찰들이 강제 철거해 천막을 다시 세우려는 조합원들과 KBS 청경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여의도 KBS 본관 앞에 설치된 파업 지지 현수막 등을 사측이 강제 철거,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김현석 위원장이 KBS 청경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또한 KBS측은 민간인 불법사찰과 김인규 사장의 군사정권 찬양 등을 고발한 ‘리셋 KBS 뉴스9’ 제작진에 대해 징계를 검토 중인데 이어 저작권법 위반으로 김현석 위원장 등을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노조는 “사측이 전면전을 선포했다.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었다”며 강하게 이를 성토했다. 이들은 “위원장과 조합 간부에 대한 폭력은 형법상 폭행죄로 고소할 것”이라며 “부사장의 현수막 절도 행위에 대해서도 법적인 조치를 이미 취했다”고 밝혔다. 이어 “법적인 조치를 떠나 이번 폭행 사태에 대해 김인규는 석고대죄하기 바란다”면서 “당신은 우리에게 전면전을 선포했다. 피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