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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성아, 이제 천상세계를 기록하거라"

중앙일보 故김태성 기자 추도사

신인섭 중앙일보 영상데스크  2012.04.11 13:5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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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故) 김태성 기자  
 
중앙일보 사진부 김태성 기자가 지난 3일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그의 나이 38세. 고인은 2001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사진기자로 현장을 누볐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같은 회사 선배인 신인섭 영상데스크의 추도사를 싣는다.


태성아! 이건 아니다. 왜 이런 모습으로 회사에 나타난 거냐? 이건 꿈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싶지만 엄연한 현실이구나.

병원 응급실에 싸늘하게 누운 네 모습을 봤을 때 내 머릿 속이 헝클어진 건지 아무런 말도, 눈물도 나오지 않더구나.

그런데 병원 영안실에서 네 영정사진을 보고, 두 번째 절을 하는 순간 어디에 눌려 있었던 눈물인지 울컥하고 쏟아져 나왔단다. 한 번 터진 눈물은 주체할 수가 없더구나. 결국 유족들에게 제대로 인사도 못한 채 물러났단다.

태성아!
너와 내가 처음 만난 게 벌써 11년 전이더구나. 네가 입사 실기시험을 치르던 때가 기억이 난다. 다들 실기시험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는 방법을 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넌 다른 사람과 달리 너무도 조용했기에 더 기억이 나는구나.

작년 일본대지진 취재를 누가 가겠느냐고 물었을 때 너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나와 눈을 맞췄을 뿐이었지. 넌 그렇게 가겠다는 뜻을 말없이 전했고 아수라장 같은 그 현장으로 떠났다.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 순간 내 머리 속이 하얗게 바랬어. 유일한 연락수단인 문자통신으로 ‘무조건 피하라’고 수십 번 보냈지만 답신이 없었지. 40분이 지난 뒤 네가 보낸 문자. ‘원전과 떨어진 북쪽 게센누마로 가고 있고 바람이 남으로 향해 안전하다’는 문자였어. 이 문자를 보며 가슴을 쓸어내린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지금 이 순간 너는 아예 대답이 없구나.

신은 왜 아까운 사람을 먼저 데려가시는 건지. 종교가 없는 나는 알 수 없단다. 너는 알고 있는 거냐? ‘베드로’라는 세례명을 준 그 신만이 알 수 있는 거니? 사실 난 지금 그 신에게 투정을 하고 싶단다. 왜 젊은 태성이를, 왜 아까운 태성이를 데려 갔느냐고. 태성아, 지상의 현장 말고 천상 세계를 기록하라는 명령이라도 받은 거냐?

그래 난 지금 신의 명령이라고 믿고 싶단다. 그래야 신을 믿는 너의 죽음이 억울하지 않을 듯해서다. 지금 난, 신의 명령이고 뜻이라고 믿으려 한다. 그렇다면 중앙일보에서 보여줬던 네 실력을 발휘해 천상을 기록해라. 그리고 멋진 전시회를 열어라.

훗날 내가, 그리고 네 동기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 전시회를 보고 박수 칠 수 있게 말이지. 그래서 지금 나는 먼저 가는 네 뒷모습이 아쉽지 않다고 거짓말을 하련다.
잘 가라. 태성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