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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후배도, 떠나보내는 선배도 말없이 눈물만

국민일보 파업 111일…기자들 경제 압박 극심

원성윤 기자  2012.04.11 13: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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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언론 파업기금 마련 플리마켓 ‘바통’ 행사에서 국민일보 노조가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국민 노조 제공)  
 
국민일보 사회부 막내로 들어온 A기자는 최근 타언론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 기자는 파업이 장기화되자 가정 형편상 이직을 결심했다. 무엇보다 회사에 대한 불신의 이유가 컸다.

선배들은 만류했다. 노조의 생활자금 대출을 받은 선배들이 수백만원을 모아 A기자에게 줬다. 조건 없는 돈이었지만 A기자는 “선배들에게 부담을 줄 수 없다”며 받기를 한사코 거부했다. 돈을 준 기자도, 거부한 기자도, 이를 지켜본 기자들도 모두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국민일보 파업이 11일로 111일을 맞았다. ‘무노동·무임금’에 따른 파업이 넉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기자들의 급여통장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돌아섰다. 노조의 생활자금 대출 역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시민단체와 교계 중심으로 모금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힘들다.

파업 장기화에 따라 기자들은 정상적인 가계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경우는 부지기수이고 자신이 낸 보험료를 빌려 쓰는 보험사 약관대출을 받아 생활비를 충당하는 경우도 있다. 대출이자가 높은 편이지만 서로 더 어려운 기자들에게 노조의 파업기금 대출기회를 주기 위해 나온 고육지책이다.

가정이 있는 기자들은 자녀의 유치원이나 학원을 끊은 지 꽤 됐다. 파업 도중 3명의 기자들이 결혼했지만 신혼의 단꿈에 젖기엔 상황이 엄혹하다. 집회가 없는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충당해야 된다. 시골에 계신 노모가 충격을 받을까 회사의 파업소식을 전하지 못한 채 남몰래 눈물을 훔친 기자도 있다.

국민일보 노조 조합원들은 지난 7~8일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나갔다. 7일 KBS, MBC, YTN 등 방송사 노조와 연계한 ‘언론사 파업기금 마련 플리마켓-바통’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날 플리마켓에는 기자들이 취재현장에서 인연을 쌓은 유명인들의 기증품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가수 김장훈씨의 신발과 사인CD, 배우 전지현씨의 예비 시어머니로 유명한 디자이너 이정우씨의 옷 20벌, 익명의 기증자들이 고가의 명품을 기증했다. 이 같은 열기 덕에 가져간 물건의 90%를 팔아치웠다.

노조가 판매하고 있는 횡성한우 불고기 파티도 열렸다. 시식코너를 열어 한우의 우수성을 전하고 파업도 홍보했다. 아무 조건 없이 한우를 구매해준 데 대한 보답이기도 했다.

8일에는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했다. 이날은 ‘나는 꼼수다’ 번개모임까지 더해져 사람들의 관심은 더했다. 노조의 홍보물도 불티나게 받아갔다.

노조는 주말에 번 돈으로 조합원들에게 소정의 일당을 줬다. “아르바이트 안하고 일한 애들인데 애인이랑 밥 한 끼 사먹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결국 노조 수익금으로 손에 들어온 것은 몇 십만원밖에 되질 않았다. 그래도 기자들은 “물건이나 한우를 팔아서 노조 기금으로 축적하는 것보다 행사를 통해 노조 파업에 대해 알리는 게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침묵’하는 선배 기자들에 대한 아쉬움은 커져만 간다. 한 기자는 “파업이 길어지면서 내가 가족이라고 믿었던 선배들을 이제 가족이 아니라고 믿게 되는 현실이 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