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에 이어 KBS 최대 노동조합인 ‘1노조’가 파업 준비에 돌입했다. 기자와 PD들을 중심으로 한 새노조에 이어 3000여 조합원 규모를 자랑하는 1노조가 동반 파업에 돌입할 경우 김인규 사장 체제가 치명타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BS 1노조는 ‘지배구조 개선’을 내걸고 12일 부재자 투표를 시작으로 16~18일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1노조가 내세운 파업 명분은 ‘KBS이사회·사장선임구조 개혁을 위한 방송법 개정 촉구’다. 현재의 KBS 이사회 구조로는 사장이 바뀌더라도 또다시 낙하산 사장이 선임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방송법을 개정해 사장 선임 구조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KBS 사장 임명 제청권을 가진 이사회를 지역 대표성을 띤 인사 등으로 구성해 특정 정당 추천 인사가 과반을 점하지 않도록 하고, 사장 임명 등 주요 사항 결정 시 2/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현 김인규 사장의 임기는 오는 11월에 끝나며, KBS 이사회는 이보다 앞서 8월이면 임기가 종료된다. 이 때문에 이사회를 새롭게 구성하기 전에 18대 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별다수제 등을 골자로 한 KBS 지배구조 개선안은 정장선 민주통합당 의원 발의로 지난해 6월 국회 문방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돼 법안 계류 중인 상태다.
새노조 파업이 30일을 넘도록 침묵하고 있던 1노조가 총파업 투쟁을 선언하면서 KBS 양대 노조의 사상 첫 동반 파업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1노조가 파업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동시 파업이 아닌 ‘연대 파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현 김인규 사장이 ‘낙하산’이라는 점이나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두 노조가 공감하고 있지만 ‘김인규 사장 퇴진’에 대해서는 좀처럼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노조가 1노조를 향해 공개적으로 김인규 사장 퇴진 투쟁 동참을 제안하자 최재훈 위원장은 “목표는 낙하산 사장 선임 구조 타파”라면서도 “지배구조 개선 투쟁만이 모든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깃발”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윤형혁 1노조 공정방송실장은 “싸움을 하다 보면 본부노조(새노조)도 지배구조 개선 투쟁을 같이 할 수 있을 테고, 방송법 개정이 되면 김인규 사장에게 남은 임기에 연연하지 말고 나가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본부노조가 지배구조 개선에 조건 없이 동참한다고 하면 훨씬 쉽게 함께 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노조는 “김인규 사장 체제의 종식이 첫 번째 과제”라며 “이에 대해 침묵하면서 KBS의 미래를 얘기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는 입장이다.
목표는 다르지만 두 노조가 동시에 파업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김인규 사장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노조 조합원 수는 3000여 명으로, 기술직 조합원 수만 1300여 명에 달해 파업에 들어갈 경우 방송 전면 차질은 불가피해진다. 1노조는 “(파업 찬반 투표가 가결되면) 18대 마지막 임시 국회가 열리지 않아도 파업 투쟁의 고삐를 풀지 않고 19대 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을 처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