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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광고전략 공개 "경쟁만 부추겨"

"3년 연속 창간광고 신기록 달성"…기자들 "이중고에 괴롭다"

이대호 기자  2012.04.04 15: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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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광고 3년 연속 신기록 달성.’ 조선일보가 지난달 16일자 사보에 창간 92주년 광고의 매출액과 광고주 수, 영업방법 등을 기사 형태로 공개하고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광고영업 자료는 그동안 신문사들이 영업비밀로 부치던 것이라 조선이 스스로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조선은 지난달 5일자에 섹션 포함 92면 분량의 창간기념호를 발간했다.

사보에 따르면 조선은 경기침체와 그룹 내부의 TV조선 출범이라는 악재를 극복하고 ‘치밀한 수수전략’을 세웠다. 신규 광고주 86개를 포함해 창간광고 참여 광고주가 역대 최고였고, 창간광고 총액도 지난해보다 ‘11억1000만원(21%)’ 증가했다. 이를 역산하면 지난해 창간광고 총액은 52억8571만원이고 올해는 63억9571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광고부서인 AD본부는 올해 매출액이 50억원이 채 안된다고 밝혔다.

사보에는 광고주를 상대로 한 영업전략과 노하우도 자세하게 묘사돼 있다. 먼저 ‘공략 대상’ 광고주 리스트부터 작성했다. 지난 2년간 창간광고 참여를 제안했던 광고주 477개, 경쟁지 창간광고에 참여한 광고주 143개, 방송광고 상위 100대 기업, 영업이익 상위 100대 기업, TV조선 및 경쟁사 종편 주주 87개 기업, 지난해 조선이 CEO 인터뷰를 한 기업 82개 등 1000개 이상의 ‘알짜기업’이 리스트에 포함됐다.

‘공략 포인트’가 정해지면 본격적인 영업이 시작된다. 사보는 “모든 영업 담당자들이 밤늦게까지 광고주를 만나 창간광고 참여를 강하게 설득하고 회유(?)하는 총력 영업전을 펼치며”, “창간 기념일을 2주 앞둔 시점부터는 출근을 30분 앞당겨 창간광고 영업에 더 집중하도록 했다”고 표현했다.

이 결과 “참여하지 못하겠다”던 기업들이 속속 입장을 바꾸고, “회사 설립 이래 신문사 광고를 처음 해본다”는 기업이 속출했고, 광고금액을 크게 늘린 기업도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제지에서 시작된 창간기념호와 섹션 등을 계기로 한 강압적인 광고영업이 조·중·동에까지 만연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경계했다. 한 일간지 기자는 “무리한 광고영업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조선일보까지 나서 자화자찬하는 것은 문제”라며 “일간지들에 창간광고 경쟁을 부추기는 것 말고 무슨 효과가 있느냐”고 말했다.

조선 기자들도 문제의식을 갖긴 마찬가지다. 창간기념호 기사를 쓰면서도 광고에 대한 부담감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부와 산업부 기자들은 심하다. 이번 92주년 창간기념호에도 경제부와 산업부에서 각 20면씩의 섹션을 만들었다.

조선 한 기자는 “회사는 섹션 많이 한 것을 실적으로 여기지만 기자들은 기사에 광고까지 끌어와야 해 죽을 맛”이라며 “이걸 또 사보에 자랑한 것은 기자들 경쟁 강요이며 조선일보 얼굴에 침 뱉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조선의 한 관계자는 “광고에서만은 조선일보라도 강압적 영업은 상상도 할 수 없다”며 “신문시장이 죽어 가는데 1년에 한번 기업들에 창간광고 간청도 못하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