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이 언론을 장악·통제하기 위해 KBS, MBC, YTN 등 언론사를 사찰하고 임원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 노조)가 “정권의 추악한 KBS 장악 음모가 드러났다”며 김인규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파업 25일째인 30일 ‘리셋 KBS 뉴스9’를 통해 민간인 불법사찰의 전모를 폭로한 KBS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김인규 사장의 취임부터가 MB정권의 치졸한 음모이며 김인규는 정권의 꼭두각시 역할에 충실하며 KBS를 망가뜨린 장본인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공개됐다”면서 “김인규 사장은 KBS 사찰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명명백백히 밝히고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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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30일 오전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 사찰'과 관련한 김인규 사장의 해명과 퇴진을 요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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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날 새벽 공개된 ‘리셋 KBS 뉴스9’에 따르면 ‘KBS 최근 동향 보고’란 제하의 사찰 문건은 김인규 사장에 대해 “KBS의 색깔을 바꾸고 인사와 조직개편을 거쳐 조직을 장악한 후 수신료 현실화 등 개혁과제 추진 예정”이라고 기록하는가 하면 “조직 통합 및 본격적인 개혁업무 추진을 위해 보다 신중하고 몸을 낮추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조언까지 하고 있다.
실체가 없다던 ‘수요회’의 정체도 확인됐다. KBS본부는 “김인규를 지지하기 위해 결성돼 이정봉(수요회 회장)을 보도본부장에, 고대영(수요회 총무)을 보도총괄팀장에 앉히며 친정체제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보고돼 있다”면서 “김인규 사장이 얼마나 집요하고 주도면밀하게 사조직을 동원해 사장자리를 꿰차려 했는지가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김인규 사장이 취임 직후 실시했던 보스턴 컨설팅사의 경영진단 결과가 조직을 장악하는 도구로 사용됐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사찰 문건은 “경영진단 결과에 구조조정 및 조직개편 필요성이 담길 경우 향후 주도권은 김인규 사장에게 넘어가 KBS를 장악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는 전망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당시 경영진단 결과에는 인력 규모를 10% 이상 줄이고 아웃소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논란을 빚었다. KBS본부는 “경영진단 컨설팅이란 미명하에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쥐고 취임 초기 군기를 잡았던 김인규 사장의 행적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꼬집었다.
김현석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KBS에 대한 정권의 악랄한 사찰이 자행되고 조직원 평가까지 담겨 있는 것을 보며 참담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사찰 사건은 새 노조뿐 아니라 KBS인 전체가 분노해야 할 사안”이라며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기업별 노조인 KBS노조(구 노조)도 함께 파업에 동참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특보 사장이 온 뒤로 KBS는 특종 없는 뉴스, 동물과 날씨만 좇는 뉴스만 보도하게 됐고, 그래서 파업을 시작한 것”이라며 “이번 ‘리셋 뉴스’ 보도는 최대한 간섭하지 않으면 기자들이 얼마든지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KBS측은 ‘리셋 뉴스’ 제작팀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KBS측은 30일 ‘리셋 뉴스’에 참여 중인 기자 11명과 전국을 순회하는 ‘리셋 KBS 원정대’ 참가자 가운데 기자 2명 등 13명을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에 회부한다고 통보했다. 김현석 위원장은 “보도국에선 총리실 사찰 문건 자료를 달라거나 와서 리포트 해달라고 사정하면서 한편으론 기자들을 징계위에 회부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징계위 회부를 즉각 취소하라”고 말했다.
KBS본부는 단독 입수한 2600여 건의 총리실 사찰 문건을 바탕으로 추가 취재를 진행해 언론사와 민간인에 대한 불법 사찰의 전모를 파헤칠 예정이다. ‘리셋 뉴스’ 제작을 총괄하고 있는 김경래 KBS본부 편집주간은 “이번에 공개된 문건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추가 취재를 통해 다음주 ‘리셋 뉴스’ 등을 통해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